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시설에 대한 공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낸 특사 일행이 우크라이나에서 총격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바티칸이 18일(현지시간) 밝혔다.
교황 특사인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전날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인근에서 미니버스에 구호 물품을 실고 지원 활동을 하던 중에 러시아군의 총격이 시작돼 급히 피신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다행히 특사 일행 중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주를 기점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장악했던 지역에 대한 탈환이 시작된 가운데 수세에 몰린 러시아군이 민간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확대될 수 있다고 영국 국방부가 18일 브리핑에서 경고했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7일 간 러시아군은 전투와 직접적 관련이 없어 보이는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을 늘려 왔다"면서 "최전선에서 패배하자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측의 사기를 위축시키기 위해 민간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르키우, 미콜라이우, 자포리자 등에서 병원 등 러시아군의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이 늘었고 이로 인해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 측은 발표했다.
이줌에서 민간인 학살 정황 나와…젤렌스키 "고문실, 전기고문 시설도 발견"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최근 수복한 하르키우주 이줌에서 민간인 시신이 집단 매장된 묘지가 발견되는 등 지난 4월초 전세계에 충격을 안겨줬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민간인 학살 때보다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영상 연설을 통해 "현재까지 440기의 무덤이 발생했다"면서 손이 등 뒤로 묶인 시신, 목 주변에 줄이 감기고 팔이 부러지는 등 고문 흔적이 있는 시신 등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과 군인들의 시신이 발굴되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하르키우주의 코자차 로판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10개 이상의 고문실이 발견됐고 이곳에서 전기 고문을 위한 도구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를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비유하면서 "러시아는 전장에서 뿐 아니라 재판정에서도 (나치와) 똑같은 방식으로 답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쟁 범죄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면서 국제법에 따른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제사회도 이에 힘을 실어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6일 트위터에 "이줌에서 발생한 잔혹 행위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등도 민간인 학살 의혹에 대해 규탄하면서 러시아의 전쟁범죄 조사를 촉구했다.
러시아 측은 부차 학살 때와 마찬가지로 민간인 학살 의혹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쪽에 책임을 돌리기 위해 위장한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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