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부딪히다’와 ‘부딪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부딪히다’와 ‘부딪치다’

대통령 통역을 담당했던 후배가 한 말이 기억난다. 영국 여왕처럼 품위 있는 말을 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같은 영어라고 해도 상당히 품위 있는 어휘를 구사했던 모양이다. 이와 같이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과 깊은 관계가 있다.

오늘 주제어로 삼은 단어는 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틀리는 어휘들이다. ‘부딪히다’를 ‘부디치다’로 쓰는 사람도 많다. 우리말에는 피동사와 사동사라는 것이 있다. 피동사는 “주어가 남의 동작이나 행동을 입게 됨을 나타내는 동사”를 말한다. 사동사는 “남에게 동작이나 행동을 시키는 동사”를 말한다. 피동사사동사를 외국인에게 가르칠 때는 주로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태호가 압둘라를 잡았다.(능동)

압둘라가 태호에게 잡혔다.(피동)

태호가 책을 읽는다.(능동)

태호가 압둘라에게 책을 읽힌다(읽게 한다).(사동)

와 같이 예문을 들어 주고 몸소 행동으로 보여준다. 제일 앞 좌석에 앉은 학생을 대상으로 시험을 보여주면 금방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피동의 예로 ‘잡히다’, ‘먹히다’, ‘안기다’ 따위가 있다. ‘부딪히다’는 “힘 있게 닿아지다, 직접 맞닥뜨리다”라는 뜻이다. 한편 ‘부딪다’는 “1.매우 세차게 닿게 하다 2. 힘 있게 마주 닿게 하다 3. 힘 있게 가 닿다”의 의미로 ‘닿다’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예문으로는

바둑돌 부딪는 소리만 들릴 뿐 무더운 한낮은 조용하기만 했다.

와 같다. 여기에 ‘부딪다’는 능동형 단어임에 비해 강조를 뜻하는 접미사 ‘-치’가 결합되면 ‘부딪치다’가 되고, 한편으로 피동 접미사 ‘-히’가 붙으면 ‘부딪히다’가 된다. 그러므로 ‘부딪히다’는 피동으로 남에게 행동을 입게 되는 의미가 있다.

양동이를 건드리자 물위에 떠 있던 그릇들이 이리저리 부딪혔다.

빗길에 택시가 미끄러져 길가의 가로수와 부딪혔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한편 ‘부딪치다’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강조의 의미가 강하다. 그래서 “1.매우 세차게 가 닿다 2. 마주 대하게 되다 3.매우 세차게 가 닿게 하다”의 뜻이다. 강조의 예를 들어 보면 “달걀로 바위치기 => 달걀로 바위 부딪치기(아무리 해도 될 수 없는 부질없는 짓을 비유할 때 쓰는 말)”라고 쓸 수 있다. “벽에 부딪다=> 벽에 부딪치다”와 같이 쓰면 강조하는 말이 된다. ‘부딪치다’를 쓴 예는 다음과 같다.

태호는 삼룡이와 잔을 쨍 소리가 나게 부딪치고 단숨에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태호의 목소리가 엄청나게 커서 벽에 부딪쳐 되울렸다.

요즘 내가 여러 가지 일로 아내와 자주 부딪친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비표준어 ‘부디치다’와 발음도 같아서 많은 사람들이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피동의 의미를 잘 몰라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강조와 피동의 의미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볼 때는 다 아는 말인 것 같지만 깊이 들어가서 보면 의외로 틀리게 쓰는 경우가 많다. 오늘 예로 든 두 개의 단어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언어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의 인격과 품성을 나타낸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찰스 3세의 말투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바른 말과 고운 말을 사용하여 한국인의 참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