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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료비 하락에도 물가상승 왜?…뉴욕증시는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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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료비 하락에도 물가상승 왜?…뉴욕증시는 '폭락'

인플레 지속 우려 커져…연준 금리인상에도 우크라전 등 외부 인상 요인 통제 못해 '한계'

8월 미국 물가상승률이 8.3%를 기록해 예상치를 상회하며 뉴욕증시가 2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그간 인플레이션을 주도하던 연료비의 큰 폭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이 전 품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비용 상승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나온 이번 발표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 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예측도 크게 늘었다.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날보다 177.72(4.32%) 하락한 3932.69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1276.37(3.95%) 하락한 31104.97에 마감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632.84(5.16%) 하락한 11633.57에 거래를 마쳤다. 세 지수 모두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6월 11일 각 5.89%, 6.9%, 5.27% 하락한 뒤 일일 기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증시 하락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3%를 기록해 전달(8.5%)보다는 하락했지만 시장 예상치(8.1%)를 웃돌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0.1%로 시장예상치(-0.1%)보다 높았다. 그간 물가 상승을 이끌어 왔던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5%, 휘발유값은 전월보다 10.6%나 하락했음에도 상승세가 지속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로 치솟은 국제유가는 지난 6월부터 하락해 최근 전쟁 직전 수준으로 내렸다.

전월 대비 0.8%, 전년 대비 11.4%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식품가격은 물가상승의 주요 동인 중 하나로 꼽힌다. 8월 식품값 연간 증가율은 1979년 5월 이후 가장 컸다. 계란값은 전년 대비 40% 가까이 올랐고 밀가루는 23.3%, 빵 가격은 16.2% 올랐다. 식료품도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침공을 받음에 따라 가격이 크게 오른 품목 중 하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3월 이후 8월까지 꾸준히 하락하고 있고 지난달부터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재개되면서 공급 압력도 다소 완화됐지만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 여름 지구온난화가 배후로 지목되는 폭염과 가뭄도 수확량에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를 더하며 식품값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필수품인 식품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수요를 일정 이상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수요 측면을 통한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미국 CNN 방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이 주스나 간식 소비를 줄이며 식품값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분석가들은 주거비 상승에도 주목한다. 올해 꾸준히 상승 중인 임대료를 비롯한 주거비는 8월에 전달 대비 0.7%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대유행 때 줄었던 임대 수요가 올 초부터 노동시장 개선과 임금 상승에 힘입어 큰 폭으로 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 최대 단독주택 임대업체인 인비테이션홈스는 2분기에 임대료를 8% 인상했고 특히 신규 계약의 경우 14%나 올랐다. 그럼에도 입실률이 98%가 넘어 공실이 거의 없다.

변동성이 큰 식품값과 연료비를 제외한 근원 CPI의 상승폭이 커진 것은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인 품목으로 번지며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8월 근원 CPI는 전달 대비 0.6% 올라 7월 상승폭(0.3%)보다 높았고 시장 예측치(0.3%)도 뛰어 넘었다. 8월 근원 CPI는 전년 대비로도 6.3% 상승해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7월 전년 대비 근원 CPI 상승률은 5.9%였다.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연료비 및 운송료 등이 감소했음에도 가격 상승이 계속되는 것은 기업이 높은 이윤을 챙기고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노무라증권 경제분석가 로버트 덴트를 인용해 현재의 물가 상승은 기업이 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에게 성공적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지난 7일 뉴욕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 연설에서 "기업이 소비자가 가격에 더 민감해짐에 따라 이윤을 줄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종합적 수준의 확실한 근거는 없다"면서 기업이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통해 이윤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기 시작한다면 소비재 인플레이션을 감소시키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향후 물가상승폭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 뒤 폭등한 국제 연료비 및 식품값은 최근 하락 중이다. 이로 인한 비용 하락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데는 몇 달이 소요될 수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12일 발표한 8월 기대 인플레이션은 6월 이후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1년 뒤 물가상승률이 5.7%, 3년 뒤엔 2.8%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오는 12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중 하나인 석유 금수 조치를 시행할 예정인 데다 국제 곡물값 하락에 영향을 미친 우크라이나의 흑해 곡물 수출 합의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수정 의사를 밝히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연료 및 식품값 상승 불안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달 16일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이 방역을 강화하며 각지에 코로나19 관련 봉쇄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것도 공급망에 재차 혼란을 줄 수 있는 변수다. 미국 연준을 비롯해 각 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속되는 공급망 혼란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중앙은행의 통제 밖이라는 한계도 계속 지적된다.

오는 20~21일로 예정된 FOMC 회의를 앞두고 시장 예상보다 큰 폭의 물가상승률이 발표되며 연준이 큰 폭의 금리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를 보면 현지시각 14일 오전 2시 기준 다음주 FOMC에서 금리가 0.75%포인트(p) 인상될 것으로 보는 확률은 63%로 물가상승률이 발표되기 전날인 12일(91%)에 비해 현저히 줄었고 1%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보는 확률은 0%에서 37%로 급격히 늘었다. 내년 초에는 기준금리가 4.25~4.5%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예측도 9.4%에서 38.1%로 크게 늘어 가장 우세해졌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내년 초까지 추가로 2%포인트의 금리인상이 전망된다는 얘기다.

큰 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면서 연준이 경기침체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기업이 더 높은 차입비용에 직면함에 따라 성장과 고용이 줄고 임금상승이 둔화돼 소비자 지출이 억제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기업은 가격을 인상할 수 없게 돼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게 된다. 다만 이달 초 발표된 미국 8월 고용보고서를 들어 아직 침체의 증거가 확연하지는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8월 미국 신규 일자리는 31만5000개 추가돼 7월 52만6000개보다 줄었지만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실업률은 7월 3.5%에서 8월 3.7%로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뉴욕타임스>는 고용시장 성장의 완만한 둔화는 금리인상으로 고용시장을 진정시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를 바라지만 실업률이 치솟아 급격한 경기침체를 유발하고자 하지는 않는 연준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엔 금리인상과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퍼지며 13일 뉴욕증시에 14일 개장한 아시아 증시도 줄줄이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1.56%, 일본 닛케이는 2.78%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0.8%,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2.34% 하락했다. 미국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에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안전자산 선호가 몰려 달러 가치도 올랐다. 14일 장중 원·달러 환율은 치솟아 13년 5개월여 만에 달러당 1390원을 넘어섰다.

▲1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품점 고기 판매대에 가격표가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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