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가 최근 프로축구 성남FC의 외부 투자유치를 결정한 가운데 지역사회 곳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5일 시에 따르면 투자 성남FC를 운영 중인 시는 최근 규모 측면에서 기업구단과 경쟁하기 어려운 시민구단의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로 연고지 유지를 목표로 외부 투자유치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과거 생활체육 활성화에 공헌하며 시민통합의 역할을 했던 성남FC가 현재 대기업 후원금 유용 의혹에 따른 특혜 의혹과 정치적 활용 및 각종 소송 등으로 인해 시민통합 기능을 상실하고 갈등을 초래한다는 데 따른 조치다.
시 이미지 추락으로 인해 성남FC에 대한 후원도 감소해 올해 150억여 원이 넘는 예산 투입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혔다.
시는 투자유치 운영 방식의 변화를 통해 향후 10년간 1100억∼1500억 원의 절감 효과 및 생활체육 활성화 등 대시민 사업에 투입할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신상진 시장은 "지금과 같이 성남FC를 방치하는 것은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라며 "연고지 유지를 목표로 투자유치를 유리한 조건에서 판단·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이 같은 시의 계획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의 매각 계획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이미 성남FC의 매각설이 알려진데다 성남FC의 구단주인 신 시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남FC가 비리의 대명사가 됐다. 이런 구단의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며 "기업에 매각하거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라는 발언을 한 사실마저 전해진 상황에서 시민들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지역사회는 시민이 지켜온 성남FC를 지난 정권의 부산물로 취급하며 일방적으로 매각을 결정했다며 시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2일 시가 홈페이지를 통해 운영 중인 행복소통청원에 올라온 ‘성남시는 성남FC 매각 결정을 철회하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이날 오후 6시 현재 2000여 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해당 글을 작성한 청원인은 "지난 2년간 성남FC가 정치면에 오르내리면서 우리는 땀과 목소리로 빚어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더럽혀지는 고통을 겪었지만, 그래도 모두 떠나 버린 이곳을 지켜왔다"며 "도대체 정치권은 어떤 권리로 우리가 지켜온 성남FC를 몰래 내다 팔고 있는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청원인은 이어 "성남FC가 정치권의 어용단체로 재창단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정치권에서 꼼수로 내놓을 어용단체는 ‘진짜’ 성남FC가 아니다"라며 "신상진 구단주는 성남FC를 지난 정권의 부산물로 취급하는 정치놀음에서 벗어나 진짜 성남FC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글에는 △K4리그에 참가하는 팀들이 계속 늘어나길 바라지만 이런식으로 늘어나는건 원치않기에 매각결정 철회를 지지한다 △경기가 있을때 마다 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성남시민들은 안보이느냐. 그렇다면 민생도 보이지 않을 것. 성남FC를 매각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 △스포츠에 정치 막장개입 타파하라. 성남FC 해체 결사 반대한다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도 시민들과 뜻을 같이 했다.
성남시의회 더불어민주당협의회는 이날 "성남FC 주인은 시민으로, 주인의 동의 없는 독단적인 매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성남FC의 구단주인 신 시장이 지난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성남FC의 해체 또는 매각 입장을 밝히면서 성남FC는 다시 한번 정치적 풍파를 맞게 됐다"며 "그러나 성남FC는 33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축구 명문 구단 중 하나로, ‘성남의 잃어버린 12년을 되찾겠다’는 미래 없는 각오 속에 정치로 이용하는 것은 되찾는 길이 아니라 되풀이 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정식 시의회 민주당 대표의원은 "현재 성남FC가 처해있는 상황은 정치적으로 바라보고 팔아 없애야 하는 애물단지가 아니라 성남의 역사를 말해주고 성남의 브랜드 가치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경제 관점에서 경영에 대한 체질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며 "성남FC의 주인은 시민으로, 주인의 동의없이 어느 누구도 쉽게 매각 또는 해체를 얘기해서는 안된다. 독단적 졸속적 매각추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성남FC 서포터즈 ‘블랙리스트’도 "9년 전 연고 이전을 막기 위해 성남시청을 찾아줬던 이들의 모습을 기억한다"며 "K리그의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는 걸 막아 달라. 우리의 절규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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