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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복원했나?…미국 하자는 대로 했으나 돌아온 건 '전기차 보조금 철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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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복원했나?…미국 하자는 대로 했으나 돌아온 건 '전기차 보조금 철폐'?

바이든 표 '미국 우선주의', 윤석열 정부 유연한 대외 정책 필요

정부가 미국 내 판매되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철폐하는 내용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다양한 층위에서 미국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8월 31일(현지 시각) 김성한 실장은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자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미측이 IRA법의 영향에 대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김 실장은 "설리번 보좌관이 전기차 보조금 문제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상세히 들여다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1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법령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 △북미지역인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최종 조립되어야 하고 △전기차의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흑연 등을 미국이나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서 수출 또는 가공됐거나 북미 지역에서 재활용된 부분이 일정 부분 이상이어야 하며 △배터리 부품 중 북미에서 생산된 물품이 일정 부분 이상 들어가야 한다.

위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7500달러(한화 약 1000만 원)가 지원되며 하나만 충족할 경우 3750달러 (한화 약 500만 원)가 지원된다. 전기차의 최종 조립 장소도 문제지만 배터리 원료의 원산지는 상당 부분 중국이기 때문에 당장 이같은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김성한 실장과 별개로 지난 8월 29일에는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 이미연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 손웅기 기획재정부 통상현안 대책반장 등으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을 꾸려 31일까지 미국에서 행정부와 의회 주요 인사들에게 한국 정부의 요청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자동차 공장이 완공되는 시점인 2025년까지 IRA의 적용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8월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유예 요청을 해야 한다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제안에 "정확한 지적"이라며 박진 장관도 이같은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이같은 요청에 미국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김 실장이 직접 언급했듯 한미 안보실장 회담에서 설리번 보좌관은 "IRA가 한국 입장에서 마이너스보다 플러스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고,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담 이후 백악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IRA 등 경제 문제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도 없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IRA를 엄청난 성과로 평가하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예외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각)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미국 내 신규 반도체 공장 투자 결정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오늘 발표는 미국을 위한 또 다른 큰 승리"라며 "이번 주에만 경제 계획의 직접적인 결과로 퍼스트 솔라, 도요타, 혼다, 코닝 등이 새 투자와 일자리에 대해 주요 발표를 가졌다. 전기차, 반도체, 광섬유, 기타 핵심 부품을 미국에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IRA가 미중 간 세력 경쟁 구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도 예외를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사실상 중국을 공급망에서 제외하기 위한 법 제정인데 여기서 예외의 폭을 넓히면 법 제정 목적이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이번 법안은 대외적으로 봤을 때 한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연합(EU) 등의 국가들에게 중국 견제에 동참하고 미국에 투자하라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여 있는 상태에서 중국을 의도적으로 밀어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미국이 법에 따른 구상을 현실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배터리 원료 문제의 경우 중국에서 생산되는 핵심 광물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 목적인데 이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기업이 현실적으로 거의 없고, 설사 조건이 충족된다고 해도 적잖은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측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겉으로는 서방을 중심으로 한 소위 '가치 동맹'을 중시하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실제로는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및 당시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산층을 위한 외교'라는 이름으로 국제 정세보다는 국내 지지 기반을 확고하게 하기 위한 외교 정책을 내놨는데, 이는 트럼프 전임 대통령이 강조한 '미국 우선주의'와 기본 방향이 유사한 외교 비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경제 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공급망 협의체로 불리는 소위 '칩4'에 참여하는 등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왔음에도 한국에 돌아온 답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였다는 점을 보더라도,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 내에서 정치적 방향과 무관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한국 정부가 미국이 부르짖는 '가치' 동맹에 무작정 끌려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냉혹한 국제질서를 정확히 간파하고 앞으로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 보다 유연한 외교정책을 펼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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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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