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약 2925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국제기구 판정이 내려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간 국제중재(ISDS) 결과 한국 정부의 책임이 일부 인정됐다.
31일 법무부는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관련 사건 중재판정부가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금 46억7950만 달러(약 6조3215억 원)의 4.6%인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 원, 1달러당 1300원 기준)를 인용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해당액을 론스타에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판정이다.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에 지급 책임을 인정한 2억1650만 달러에 더해 2011년 12월 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 이자까지 한국 정부가 배상할 것을 명했다.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에 나선 지 약 20년 만이자 해당 분쟁 10년 만에 나온 결과다. 비록 일부지만 ISDS에서 한국 정부의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법무부는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이날 오후 1시 보도자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에 불리한 판정이 나옴에 따라 앞으로 ISDS를 통한 외국계 투자자금의 한국 정부 압박이 더 거세질 가능성이 생겼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S는 총 10건이다. 이 가운데 론스타 사건을 포함해 4건이 종료됐고 6건은 여전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대표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기한 7억7000만 달러 규모의 ISDS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고용 승계 과정에서 2015년 당시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이 정부로 인해 손해를 봤다며 제기한 소송이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투표 찬성 압력을 행사해 자사가 손해를 봤다고 엘리엇은 주장했다.
ISDS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당시 협정문에 포함돼 장기간 논란이 일었다. 진보진영에서는 일개 사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는 해당 조항이 FTA에 포함되면 한국 정부가 외국계 자금의 소송에 휘말려 국민 부담이 커진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당시 한미 FTA를 추진한 노무현 정부는 물론, 보수 진영은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승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이유로 FTA 체결 찬성에 나섰다.
이후 실제 론스타가 한-벨기에 투자협정을 근거로 한국 정부에 ISDS를 걸며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현재 한국 정부가 얽힌 ISDS 가운데는 개인투자자가 소송 주체인 사건도 있다. 지난 2020년 7월 중국인 투자자가 국내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은 후 이를 갚지 않아 담보를 상실하자, 한국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했다.
미국 시민권자가 자신이 소유한 한국 부동산이 한국 정부의 재개발 과정에서 위법하게 수용됐다며 한미 FTA에 보장된 ISDS를 제기한 사례도 있다. 이는 한미 FTA를 근거로 한 ISDS 첫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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