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권성동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를 전제로 한 새 비대위 출범에 박차를 가하기로 뜻을 모았다. 차기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 다선 중진인 서병수·윤상현·조경태 등 일부 의원들이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당 주류인 친윤계의 수적 압박에 밀렸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30일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헌 개정안 추진이 "박수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의원총회에는 의원 87명이 참석했고 69명의 의원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의원총회는 오전 10시30분에 개의해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정회한 후 다시 5시까지 열렸다. 총 5시간 가까이 이어진 마라톤 의총이었던 셈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당헌개정안 내용에 대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비대위 출범이 가능한) '비상상황'으로 본다는 것"이라며 "(현재) 당헌에 '비대위원장의 지위와 권한은 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에 준한다'고 추상적으로 돼 있는데 구체적으로 비대위는 최고위원회의,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로 명확하게 조문을 치환하는 규정도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의 이번 당헌 개정안은 새 비대위 출범에 앞서 법원이 지적한 '주호영 비대위' 전환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회피할 방편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된 것이다. 앞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준석 대표가 낸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대위 출범이 가능하다고 한 국민의힘 당헌 제96조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관련기사 : 법원, 이준석 가처분 일부 인용…주호영 직무집행 정지)
향후 새 비대위 출범 절차에 대해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상임전국위원회가 개최되면 당헌 개정안 안건을 만들어 전국위에 상정하고, (전국위에서) 재적 과반 이상 찬성을 받으면 당헌이 개정된다"며 "개정 다음에 비대위원 임명 건을 상임전국위에 다시 올리고, 이를 의결하는 전국위가 다시 열린다. 이 때문에 상임전국위 두 번, 전국위원회 두 번 열리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변인은 "가능하면 추석 전까지 마무리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꼭 추석 전에 마무리가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런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 권한을 갖고 있는 서병수 의장이 회의 소집에 부정적 의사를 피력하고 있는 점은 당헌 개정을 추진 중인 국민의힘 지도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박 원내대변인은 "(회의를 소집하지 않겠다는 건) 오늘 오전까지 서병수 의장의 입장이었고 의총 결과 모은 이후에 입장 표명은 아직 없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당 법률자문위원회 혹은 기획조정국에서 서병수 의장을 뵙고 상황을 설명드리고 회의 소집을 부탁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당헌에는 상임전국위원 4분의 1 이상이 회의 소집을 요구하면 상임전국위를 (회의를 소집)한다고 돼 있다"며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게 아니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그 부분 서병수 의장도 충분히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서병수 등 "권성동 사퇴해야"…초선·재선 모임은 '權 지도부 옹호' 반격
애초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는 원내대변인들이 정리한 대로 지난 27일 의원총회에서 결의한 '새 비대위 출범'에 필요한 당헌 개정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 열렸다. 하지만 자유토론 시간에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과 중진인 서병수·윤상현·조경태 의원 등이 '법원 판단을 받아들여 새 비대위 출범을 중단하고 권성동 원내대표가 사퇴한 뒤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당을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윤상현 의원은 회의 도중 퇴장하며 기자들과 만나 "다시 당헌·당규를 개정해 새 비대위를 구성하는 건 편법·탈법이고, 꼼수이고,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여 다시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서 최고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원내대표가 리더십을 잃고 동력도 명분도 없어 새로운 원내대표가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있냐'는 질문에 윤 의원은 "서병수 의원님도 그렇고 안철수 의원님도 그렇고 조경태 의원님도 그렇고 중진 의원들이 (같은 의견을) 말씀하셨다"고 답했다. 조 의원도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어쨌든 책임 정치를 해야 한다"며 "원인 제공자인 권 원내대표는 즉각 물러나는 게 국민과 당원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병수 의원도 이날 의원총회가 열리기 전 YTN과의 인터뷰에서 "새 원내대표를 뽑아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야 한다"며 "원내대표로는 이미 한 차례 의원들의 추인을 받은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적합하다"고 주장했었다. 주 비대위원장이 임시 당 대표 역할을 하는 데 대해 당내 중론이 모아졌으니, 그가 신임 원내대표로서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으면 되지 않느냐는 취지의 제안이었다.
주 위원장은 이에 대해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안 한다'며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 결의가 있어야 제안을 수락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성동 "위기 원인은 이준석, 대응은 의총에서 결정" 사퇴론 반박
원내지도부는 그러나 이같은 '권성동 원내대표 사퇴론'은 당내 소수의견이라고 못박았다. 양 원내대변인은 "당을 수습한 이후에 거취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좋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는 사실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실제로 당내 초재선 의원들은 권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두 차례 직간접 언급을 통해 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사태 수습을 기대한다는 뜻을 밝힌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내 초선의원 모임 간사직을 맡고 있는 노용호 의원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장에서 한 마음 한 뜻으로 결의된 사항에 대해서는 함께 마음을 모아서 추진해야지, 개별적 의견을 나와서 이야기하면 뜻이나 의도가 와전되고 곡해돼서 당에 더 큰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그런 의원에 대해서는 초선 의원 일동이 상당히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는 안철수·서병수·윤상현 의원 등에 대한 견제인 셈이다. 노 의원은 "초선의원들은 지난 27일과 마찬가지로, 오늘 결의사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추진에 함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재선의원 모임도 의원총회가 끝난 뒤 발표한 성명서에서 "의총에서 숙고 끝에 추석 전까지 새 비대위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음에도 일부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안도 없이 당을 흔드는 언행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제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이 지금의 비상상황에 이르게 된 출발점은 이준석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이라며 "재선의원 모임 일동은 당내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당이 조속히 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데 함께 뜻을 모았다"고 권성동 원내지도부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선모임에는 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윤핵관'으로 꼽히는 이들이 포함돼 있다.
권 원내대표 본인도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현재 당의 위기가 무엇에서 시작되었나. 이준석 전 대표가 '성 상납' 의혹 무마 시도로 윤리위 징계를 받으면서 촉발됐음이 주지의 사실"이라며 자신을 향한 사퇴론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 대표 징계 직후 당 기획조정국은 당헌·당규에 의거해 당시 상황을 당 대표 '사고'로 규정했고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출범했다. 여기 계신 의원님들 역시 의원총회로 이를 추인해주셨다"며 "하지만 7월말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사퇴가 있어 곧바로 비대위 전환을 요구하는 당 의원 수십 명의 연판장까지 돌았다. 이에 다시 의원총회를 열고 당 의원들의 의사를 물어 비대위 전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상황을 '궐위'가 아닌 '사고'로 해석한 것, 비대위 출범을 결의한 것 등은 모두 자신의 독단이 아니라 당 소속 의원 다수의 합의에 의한 것이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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