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H 청년회가 보조금 부정사용 추징금 환수를 피하기 위해 '개인통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H 청년회는 수 천만 원 추징 관련 단체통장이 압류되자, 모 회원의 개인통장으로 회비 납부를 안내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직적 은닉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난 10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실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라며 "포항시도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사를 의뢰하는 등 철저한 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 천만 원 추징금 피하기 위해 '개인통장' 이용 의혹…
<프레시안> 은 앞서 '[단독]포항시, 공공체육시설 민간위탁 특혜시비…보조금 뒷거래 단체도 '우수' 평가(2022년 8월 24일 자)을 보도한 바 있다.
H 청년회 전 간부 3명은 2017~2018년 포항시 보조금사업인 '여름철 안전 물놀이체험장' 추진 과정에서 뒷거래를 대가로 장비 임대업자를 선정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해 포항시가 보조금 환수를 위해 'H청년회 단체통장'을 압류했지만, 미납 추징금은 수 천만 원에 달한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난해 H 청년회 통장을 압류해 잔액 전부를 환수했고, (추징금이) 절반 정도 남았다"며, "단체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추가 환수를 진행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제3의 통장을 만들면 저희는 또 압류를 해야 한다"면서도, "보조금 부정수급이 H청년회라, 개인한테는 추징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H 청년회는 올해 1월 24일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청년회 통장이 사용 불가하며, J 모씨 명의의 새로운 통장을 개설했다. 2022년부터 회비 입금(요청)"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면서 "청년회가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자금 마련이 최우선이라는 회장단 및 임원들의 의지로 회비 관련 안내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 혈세 추징금 납부를 피하고, H 청년회 운영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환수금 추징이 불가한 개인통장을 조직적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H청년회 관계자는 "작년 연말 경 단체통장 잔고 전액이 압류됐다. 시에서 미납 추징금 독촉이 있지만, 구체적인 상환계획은 없지만 회비가 모이면 몇십만 원이라도 상환을 하자는 회의는 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단체통장이 압류돼 사용을 못하기 때문에 전임 임원 J 씨가 개인 통장을 빌려 줄 테니, 상환을 하던지 청년회 식대라도 하자고 의견이 나와서 불가피하게 (회비납부용 개인통장)만들었다"고 설명했다.
H 청년회를 둘러싸고 나오는 잡음은 이뿐이 아니다. 수천만 원 미납 추징금이 있음에도 이 단체는 포항시 공공체육시설을 수탁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부터 3년간 재위탁 계약했는데, 이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도 많았다.
해도풋살구장 수탁운영, 계약·관리·정산 '엉망'
포항시는 관련 법령이나 조례 등에 규정되어 시행해야 할 해도풋살장 관리운영을 민간단체인 'H 청년회'에 위탁 운영했다. 이 경우 수탁자인 H청년회는 그의 명의와 책임하에 권한과 책임(관리와 운영)을 행사해야 한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포항시는 <프레시안>의 질문에 "회계장부 확인 시 1원도 틀리지 않다"고 답했다.
<프레시안> 취재팀이 포항시에 협조로 해도풋살장 관련한 2021년부터 2022년 관리통장과 회계장부를 전수 조사했는데, H 청년회는 여러 부분에서 위법정황이 드러났다.
함께 자료를 확인 한 포항시는 "몰랐다. 확인해 보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H 청년회는 풋살장 운영 시에도 단체가 아닌 개인 통장을 이용했다. 회계장부는 통장과 다른 부분이 수십 곳이었고, 풋살장 사용료 또한 조례와 다르게 징수했는데, 이를 시장에게 사전승인을 받은 내역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출 증빙 중에는 '견적서'만 제출한 부분도 있었다. 해당 지출금액은 부가세가 누락돼 거래처 탈세에 가담한 정황도 보였다.
특히 H 청년회는 포항시와 체결한 '계약서'에 의해 계약 종료 후 수익금을 정산해 잔액 전부를 포항시 금고로 납부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았다.
<프레시안>의 지적에도 포항시 해당 관계자는 "작년에 민간위탁 성과평가를 했다"면서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재위탁했다. 보조금 뒷거래, 미납 추징금 등은 내용을 알지 못 했다. 지적한 내용은 해당 단체에 직접 물어보고 수익금은 즉시 회수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포항시는 해도풋살장을 관리하는 H청년회의 운영을 조사 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재위탁 계약을 맺었다.
H 청년회 관계자는 "해도풋살장은 우리가 위탁받은 건 맞지만 실제 관리는 전 임원 K씨가 다년간 하다가 현재 임원이 관리하고 있다"라며 "관리하는 사람이 별도로 있어서 저는 정확하게 잘 모른다"고 답했다.
K 씨는 H 청년회 전 간부로 포항시 보조금사업인 '여름철 안전 물놀이체험장' 추진 과정에서 뒷거래를 대가로 장비 임대업자를 선정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물로 알려졌다.
현재 풋살장을 관리하는 H 청년회 임원 A 씨는 "2018년부터 제가 담당한다. (전임자 K 씨에게 )인계받았을 때부터 개인통장을 만들어서 그렇게 했다"라고 답했다.
재계약을 위해 포항시에서 실시한 성과평가 관련 질문에는 "어떤 평가를 말하는지 모르겠다. 특별한 자료를 제출한다거나 평가를 받은 것은 없다"고 했다.
포항시에서 풋살장 관련해 회계장부와 통장잔고 불일치, 수익금 환수 등에 대해서 연락받았냐는 질문에는 "아직까지 포항시에서 연락받은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H 청년회의 회원 개인이 풋살구장의 자금관리를 담당하면서, 과거 운영비 일부를 횡령했다는 제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에 따르면 "약 2년 전 풋살구장 운영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당 간부에게 횡령한 돈을 청년단체로 환수하는 회의를 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진행된 사항은 없다"고 주장했다.
포항시 다른 체육시설 위탁단체 관계자는 "개인통장을 이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무조건 단체명의 통장을 사용해야한다. 십 원짜리 하나도 틀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보조금 부정사용 단체가 포항시에 사무를 위탁 받는 건 더 말이 안된다. 해당 청년회는 체육관련 단체도 아닌데 어떻게 계약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포항지역의 한 원로도 "솔선수범을 해야 하는 청년단체가 이권에 개입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 지방선거에도 개입하는 등 선을 넘은 행보를 계속하는 있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만약 풋살구장의 운영에도 불법이 이뤄졌다면 이는 심각한 수준이며, 반드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청년단체도 문제점을 숨김없이 밝히고 이를 바로잡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H 청년회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공공체육시설 위탁을 할 수 있는 것은 지역 정치인의 힘이 미치고 있다는 주장도 있어 그 진실 여부를 둘러싸고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한편 감사원은 특별조사국 인력을 투입해 비영리민간단체의 보조금 횡령 등 회계부정을 집중 점검하고 정부의 보조금 교부, 정산 등 관련 업무 전반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시민단체의 회계부정과 관련해 이달 31일까지 국민에게서 신고를 받아 함께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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