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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학생은 사회를 바꾸는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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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학생은 사회를 바꾸는 주역"

[노동자들의 투쟁 속에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다] ⑤ 이화여대 '바위' 박서림 대표

"의지가 생기면 행동에 바로 옮기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서림은 단단한 성격을 가진 학생이다. 스포츠산업과를 전공하는 서림은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서' 전공을 선택했다. 나의 미래를 선택할 때 현실적으로 계산하는 법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니까 하는 거지'라는 솔직한 마음을 서림은 가장 중시한다.

그런 서림이 이름만큼이나 단단한 '바위'라는 학내 노학연대 단위를 만든 것도, 재고 따지는 것 없이 '이것이 옳으니까'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친구를 따라 한 간담회에 갔다가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였던 김계월 지부장님을 처음 만나서 같이 대화를 나눴어요. 사실 무슨 내용인지 솔직히 기억도 안 나거든요? 근데 그 마음을 울린 순간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요. 그때의 경험을 계기로 노동운동을 무작정 시작하게 되었어요."

▲ 이화여대 학내 단체 '바위'에서 '학내 노동자 연대 이화인 연서명 오프라인 부스'를 학교 정문에서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를 잡은 학생이 서림. ⓒ이화여대 바위

이화여대 노동자들의 투쟁과 학생들

지난 3월부터 이화여대 청소, 경비, 시설 노동자들은 '생활임금 쟁취'와 '휴게시설 개선 및 샤워실 설치'라는 요구안을 내걸고 투쟁해왔다. 오래 지속되어온 노동자들의 투쟁은 결국 승리를 맞이했다. 이화여대 노동자들의 투쟁 곁에는 항상 연대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학생들은 직접 투쟁 현장에 매번 함께했을 뿐만 아니라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연서명을 받아 학교 총무팀에 전달하였다.

그 학생들의 선두에 서림이 있었다. 서림은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투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노동자들이 투쟁을 하니 당연히 이화여대 학생들이 함께 나서야지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투쟁이 장기화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데면데면하였던 조합원들이 어느새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고 "누구야, 오늘도 왔구나" 라며 따뜻한 말을 건네주고 있었다.

매일 집회가 진행되었던 이화여대 본관은 긴 통로가 쭉 이어진 구조였는데, 집회시간에 맞춰 도착한 서림은 긴 통로를 꽉 채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굳건한 모습에 압도당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제가 본관에 도착하면 수많은 노동자분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거기를 지키고 앉아계신 거예요. 그때 아, 내가 이 노동자분들이랑 같이 싸우려고 운동하고 있구나, 아 진짜 잘하고 싶다, 잘 싸우고 싶다, 이렇게 같이 싸워나가는 사람들이랑 더 잘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 이화여대 청소, 경비, 시설 노동자들이 생활임금 쟁취와 휴게실 개선 및 샤워실 설치를 요구하며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 이화여대 노동자들의 집회에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맨 오른쪽에 있는 학생이 서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학생들이 투쟁을 지지할 것이라는 믿음

모든 학생들이 학내 노동자들의 투쟁에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서림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은 사회적으로 부당한 문제에 공감한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학내 노동자 투쟁에 대한 혐오 표현을 수도 없이 마주해왔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혐오 표현은 물론이고, 주변의 친구들로부터 "너 왜 이런 거 해?", "너가 하는 활동 좀 이상한 것 같아" 등 직접적인 공격을 받은 적도 있었다. 대부분의 공격적인 반응들은 모두 이화여대라는 학교의 이름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이유에서 시작되었다.

화가 나기도 했다. 내가 이화여대 학생으로서 이름을 걸고 발화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운동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서림의 생각은 이제는 조금 바뀌었다.

"지금은 사실 생각해보면 학생들이 그만큼 자신의 몫을 챙기는 것도 급급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에 그런 발언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요."

'이대'나 '여대'라는 프레임 때문에 학생들이 걱정하는 점도 있다.

"사실 저희 학교 학생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이, 이대, 여대라는 특징 때문에 외부에서 수많은 혐오적인 표현을 듣거든요. 여성에 대한 혐오를 '이대'라는 이름으로 당하다 보니까 학생들이 대부분 학교 이름을 외부에서 걸고 명의 내는 것들에 매우 민감해해요."

처음에는 똑같이 공격적인 태도로 자신의 운동을 방어해왔던 서림이었다. 지금은 단순히 가시 돋친 말을 하는 개인을 탓하기보다 그 사회적인 배경에 주목하게 되었다.

한 번은 커뮤니티에 노동자를 공격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청소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면 학교는 뭐 먹고 사냐, 그건 떼쓰는 것이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학내 노동자들의 투쟁을 공격했다.

투쟁에 대한 혐오 표현이 익숙했던 서림이 이 글에 멈칫하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글쓴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학교를 운영하는 쪽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학교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본인의 가정환경에서 학교 측의 입장만 들어왔다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는 단순한 분노의 감정이 방향을 바꾸게 된 계기였다.

동시에 서림은 이 글을 통해 학생들이 분명 학내 노동자들의 요구에 지지해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놀랍게도 수많은 학생들이 이 글에 달려와서 '그건 아니다'라고 글쓴이를 바로잡고 있었다. 학생들은 대학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뿐만 아니라 불평등한 노동시장에 대해 꼬집으며 글쓴이를 비판했다. 다양한 경험을 거치면서 서림은 이제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있어서 학생들이 함께 연대할 것이라는 깊은 믿음을 갖고 있다.

▲ 이화여대 학생들이 노동자들과 함께 대학 청소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는 선전전 진행하고 있다. 맨 왼쪽 학생이 서림. ⓒ이화여대 바위

학생들이 노동자의 투쟁에 함께한다는 것

서림은 이화여대 노동자들의 투쟁의 중심과 주체는 노동자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들이 주체적으로 투쟁할 때, 그 투쟁은 가장 빛이 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

그렇지만 투쟁을 이끌어나가는 노동자들의 위치와 달리 투쟁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다. 서림은 아직은 학생들의 위치가 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하는 위치라고 말한다. 투쟁의 주체인 노동자들 옆에서 투쟁을 응원하는 학생의 위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이 많다.

"저희가 도움을 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이 학교 사안과 학교 내 문제 그리고 그걸 넘어서서 학생들도 노동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이 싸움을 같이 한다, 이런 위치였으면 좋겠어요."

투쟁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 서림은 항상 감사함과 아쉬움이 함께 남는다. 동시에 서림은 학생들이 학내 노동자들의 투쟁에 참여하는 것은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서림은 그 의미를 '청년학생들의 권한'이라고 표현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학생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더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이 청년학생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역이라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내 노동자들의 집회 현장에 학생들이 다 같이 간다거나 학생들에게 연서명을 계속해서 받는 이유는 학교가 학생들의 눈치를 많이 보기 때문이에요. 학생들이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거나 언론에 보도를 내는 것에 학교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만큼이나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식으로 투쟁에 참여해왔어요."

그래서 서림은 학생들의 운동을 끝까지 계속 해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한다. 소수나 개인 학생의 운동이 아닌, 더 많은 학생들과 이 운동을 함께 해나가기 위해 서림은 오늘도 고민한다.

▲ 이화여대 노학연대모임 '바위' 학생들이 이화여대 노동자 투쟁을 연대하는 메시지를 담아 노동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화여대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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