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유럽 최대 규모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핵발전소의 전력을 빼돌리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로 인해 '핵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에 위치한 핵발전소가 지난 25일(현지시간)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력망에서 완전히 단절됐었다고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포리자 핵발전소에 전력 공급이 끊기자 디젤 발전기가 즉시 돌아갔다면서 "만약 디젤 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방사능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핵발전소에 전력 공급이 끊겨 냉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에서 발생했던 노심 융용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에네르고아톰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4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가 자포리자 핵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크림반도 등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으로 내보내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자포리자 핵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우크라이나의 것이며, 발전소를 우크라이나 전력망에서 분리해 점령 지역으로 돌리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베던트 파텔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나라도 핵발전소를 전쟁지역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우리는 핵발전소에서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우회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자포리자 핵발전소에 사찰단을 보내기 위해 러시아 측과 협의 중이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거의 매일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는 더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고 밝혔다. IAEA에 따르면, 지난 20일에서 22일 사이 발생한 포격으로 핵발전소 기반시설이 추가로 손상되는 등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포격 때문에 재난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는 IAEA 사찰단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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