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간첩 혐의'로 거주지를 압수수색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이 간첩법(Espionage Act)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며, 혐의가 확정될 경우 2024년 대선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했다. 이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계속 되자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FBI가 집행한 압수수색 영장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트럼프 측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자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은 12일 이를 공개했다.
이날 법원이 공개한 영장에는 간첩법 위반, 사법 방해, 정부기록의 불법적 처리 등 3가지 혐의가 명시돼 있었다.
미 형법 793조인 간첩법은 국방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미국에 해를 입히거나 다른 나라에 이익이 되게 하려는 목적으로 전송하는 자에게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관련해서 FBI는 마러라고에서 핵무기 관련 문서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으나, 실제 관련 문서가 나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FBI는 압수수색에서 4개의 1급 비밀문건을 포함해 총 11개의 기밀문건을 확보했다. 또 사진첩과 수기한 메모, 최측근인 로저 스톤에 대한 사면 관련 문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관련 문서 등 33개 품목 약 20상자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트럼프의 변호사 중 한명이 두달 전쯤 기밀자료를 모두 반납했다는 확인서에 서명했는데, 이번에 기밀 자료가 발견되면서 거짓 서명을 한 것이 밝혀졌다.
트럼프 "FBI가 (증거) 심었을 수도" 강력 반발
트럼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FBI가 (의도적으로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심었을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자신이 러시아와 연관됐다는 '러시아 스캔들'에 이어 두 번의 탄핵에서 모두 자신이 결백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면서 이번 혐의도 모두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FBI가 전 영부인의 옷장을 포함해 집안을 뒤지는 것을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었다"며 "그들이 가져간 것이 적법한 것인지, '심어진 것'인지 알길이 없다. 결국 이건 FBI였다"며 강한 불신을 제기했다.
백악관 "바이든, FBI 수사 보고받은 바 없어"
백악관은 FBI의 트럼프 수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간첩죄'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아 보이기 때문에 거리를 두는 행보로 보인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4일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법무부는 법 집행과 수사 차원에서 완전히 독립돼 있다"며 "백악관은 법무부 수사에 보고를 받은 바 없으며, 관여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사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진행되고 있다는 정치적 의혹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FBI 국장은 전임 정부에서 임명됐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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