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탁에 둘러 앉은 초등학생 손님들이 수박을 먹고 있는 사이 한 성인이 아이들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아이들은 재잘재잘 서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앞에 앉은 성인의 질문에 쾌활한 목소리로 답을 한다.
이 사진이 찍힌 것은 지난달 27일 오후 1시 무렵. 장소는 전북 순창군청 군수 집무실로 군수 수행비서가 촬영한 것이다.
한 주민의 제보와 여러 경로를 거쳐 입수한 사진 속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과 함께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군수 수행비서와 아이들을 담당하는 교사의 설명을 토대로 당시 아이들이 군수집무실을 찾게된 상황을 재구성하면 사연이 이렇다.
이날 순창군청 1층 동편 끝에 있는 군수 집무실에 있던 최영일 전북 순창군수는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소란스러운 아이들의 목소리에 창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군청내 내 느티나무에서 매미를 채집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바라보던 최 군수는 손짓으로 이들을 불러 모았다.
아이들이 인근 초등학고 1~2학년 학생으로 방과후 활동 중이라는 것을 들은 최 군수는 더위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땀을 흘리는 것을 보고 수행비서에게 아이들을 집무실로 데려오도록 한 뒤 과일과 과자, 음료 등을 대접했다.
한편 같은 시간 학교에서는 오후 방과후활동에 참여해야 할 아이들이 나타나지 않자 수소문에 나섰고, 또 오전 과정만 끝나고 집에 왔어야 할 1학년 아이도 집에 도착하지 않아 학부모는 아이의 행방을 찾느라 군청 주변을 바삐 배회했다.
학부모의 분주한 움직임에 놀란 최 군수는 사태를 짐작하고 모셔오도록 했고 아이들을 만난 학부모는 짧은 시간이나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최영일 순창군수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더위에 땀을 흘리면 놀이에 몰두한 아이들에게 시원한 음료수나 대접할까하고 잠깐 불렀던 것인데 자칫 '납치범'으로 몰릴 뻔(?)했다"면서 "다행히 부모님이 상황을 이해하고 아이들도 밝은 모습으로 돌아가 헤프닝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최 군수는 또 "아이들이 천진하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내 유년시절이 떠올랐고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나름 소중한 시간이었다"면서 아이들 때문에 잠깐이라도 놀랐을 교사와 학부모에게 사과 인사를 덧붙였다.
최 군수는 지난 6.1지방선거 운동기간 '아이들이 행복한 순창을 꼭 만들겠다'면서 아동과 청소년의 육아와 교육에 대한 공약을 별도로 발표하는 등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아이들의 담임인 김민서 교사는 "학기 중에 통합교과로 '여름동산 친구들을 만나요'라는 단원에서 곤충을 살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오전과 오후 돌봄시간 사이 점심시간에 학교 밖으로 나가 군청 청사 주변에서 관찰활동을 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교사는 이어 "개구쟁이 아이들이 군청 주변에서 곤충을 관찰하느라 시끄럽게 굴었을 텐데 민폐를 끼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면서 "아이들이 특별한 경험을 하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신 군수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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