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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3일 만에 의식불명… 정부는 1년 만에 '보상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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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3일 만에 의식불명… 정부는 1년 만에 '보상 불가'

정부당국, 인과성 인정 안된다 통보… 유사사례 피해가족들 대책 마련 촉구

"40년을 같이 살던 아내가 백신을 맞고 3일 만에 쓰러졌는데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공공근로와 공사 현장직을 병행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강흥규(61) 씨는 아스트라제네카를 1차 접종한 아내가 의식불명 상태가 된 당시를 잊지 못한다. 

지난해 6월 18일 밤 11시 30분께 힘든 현장일을 마치고 복귀하자 아내 이한자(61) 씨는 가스불을 켜 놓은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의식을 찾지 못하는 이 씨는 환자를 받지 못하겠다는 여러 병원을 거쳐 시흥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백신을 접종한 지 3일 만에 발생한 일이다.

원인은 뇌출혈이었다. 아내는 비록 당뇨, 부종, 염증성 간질환, 갑상선 장애 등을 앓고 있었고, 특히 고지혈증과 고혈압 증상은 지난 10년 동안 달고 살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쓰러져 의식을 잃은 적은 처음이었다. 당초 이 씨의 이 같은 병력은 접종 당시 담당 의사가 모두 파악하고 있었을 터였다.

진단을 마친 담당 의사는 처음에는 백신 이상반응이 아니라고 안내했지만, 결국에는 이상반응임을 인정하고 신고를 접수했다.

▲6일 오후 안산의 한 요양병원에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해 있는 이한자(61) 씨. ⓒ강흥규 씨

그러나 지난해 9월 강 씨가 받은 경기도와 질병관리청의 역학조사 결과는 뜻밖이었다. 이 씨의 증상이 코로나19 백신보다는 고령의 나이와 기저질환 등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며 백신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걸려 지난 4일에는 질병청의 피해보상 심의 결과를 받았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질병청은 이 씨가 고혈압 등 기저질환과 중대뇌동맥에서 기원한 거미막하출혈로 인해 증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이로 인해 현재 강 씨는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기준의 4-2(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에 해당되면서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그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강 씨는 주민센터에 장애인 및 생활보호대상자로 신청해 최대한 가능한 선에서 지원을 받고 있지만, 매달 120만 원에 달하는 아내의 요양병원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 씨는 "최근 정부에서 심의 결과에 따른 의의 신청을 2번까지로 늘렸다. 백신 이상반응 심의 결과를 신청한 지 거의 1년이 돼가는 시점에서나 알려주더니,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피해 가족들의 마음을 썩이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알려진 이상반응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이 어렵다는데, 지원금이나 위로금 금액만 올려봐야 피해 가족들을 우롱하는 꼴"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이 나타나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피해 가족들의 아픔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를 통한 보상위원회를 개최해 피해보상 신고를 심의하고 있지만, 이 과정이 더딜 뿐더러 대부분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 누적된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건 8만1383건 중 5만9425건(73%)에 대한 심의만 완료된 상태로, 총 1만9617건(전체 신청 건 수의 24.1%)만 인과성이 인정된 상태다.

도 관계자는 "역학조사에서는 백신 접종 이후 나타난 증상이 기존에 알려진 이상 반응인지 그렇지 않은지가 가장 중요하다. 만약 알려지지 않은 이상 반응이라 한다면 다른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이라며 "이 씨의 사례인 뇌출혈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의 알려진 이상 반응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해당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강 씨 가족과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코백회)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이들이 모인 단체는 특별법 등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두경 코백회 회장은 "현재 협회 공식 활동 인원 중에서 뇌출혈 증상은 백혈병 등과 함께 10% 수준을 차지하면서 이상 반응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상 반응으로 인해 특히 가장을 잃은 가정은 너무도 힘든 삶을 이어나가는 상황에서 정부는 그저 방관하며 입증 책임이나 치러야 하는 고충을 모두 국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증 환자가 2만 명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특별법을 통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인간 존엄성의 문제를 놓고 여야가 밥그릇 싸움하며 이를 이용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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