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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스트레스와 울결(鬱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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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스트레스와 울결(鬱結)

삶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오늘 아침 신문마다 청년들에게 수당을 주는 것에 대해 노년층의 불만이 많다고 난리가 났다. 사실 평생 월급받고 세금을 원천징수당한 필자로서는 상당히 불만이 많다. 젊은 시절에는 기여금(지금의 연금) 떼는 것에도 불만이 많았고(퇴직을 앞둔 지금은 기여금 뗀 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제대하고 복직했더니 복무기간 중의 의료보험료와 기여금을 한꺼번에 제한다고 해서 분통이 터진 적이 있었고, 공립학교에 있다가 사립대학으로 옮겨 한동안 잘 지냈는데, 연금을 공립과 연계해서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이미 수령했다고 해서 그 동안 밀린 것이라고 한 달에 200만원 씩 5년을 이자까지 낸 적이 있다. 월급쟁이에게 200만원은 참으로 큰 돈이었다. 그래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살아왔는데, 지금 와서 연금을 타면 10년 전의 것에 별로 오르지 않은 금액이라고 한다. 10년 전 쯤에 이미 연금을 다 냈기 때문-33년을 낸 연유로-에 그 후부터는 연금을 떼지 않고 월급을 탔다. 그렇다면 그 후부터는 복리로 계산해서 지금까지 엄청나게 올라 있을 줄 알았는데, 5년은 동결했었고, 지금은 현재 받는 월급의 몇 %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참으로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 모두 연금받는다고 부러워하지만 40년 월급받으며 꼬박꼬박 세금 잘 내고 살아온 필자는 나름대로 억울함이 있다.

늙는 것도 억울한데, 차별대우를 받는 것은 더 견딜 수 없다. 억울하다는 말은 “애매하거나 불공정하여 마음이 분하고 답답하다”는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늙는 것’은 억울한 것이 아니다.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연금이나 청년층에만 주는 특혜로 인한 스트레스는 ‘억울’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불공정한 것으로 분하고 답답하기 때문이다. 교수들 중에는 겨우 20년을 채우는 사람들도 많다. 대학의 문도 좁지만 교수로 취업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만큼 힘든 것도 사실이다. 박사학위를 받고 논문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교수로 임용되는 것은 보통 마흔 살이 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퇴직도 65세에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울화(분한 마음을 삭히지 못하여 일어나는 화)가 치민다는 사람들이 많다. 예문을 보자.

태호는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

아버지는 울화가 치솟아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울화는 가슴에서 밀려오는 화병(마음 속의 분노, 울분을 억지로 억제해서 생기는 통증·피로·불면증 등 다양한 병증을 통칭하는 말)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치밀다’라고 한 것으로 보아 가슴에서 위로 올라가는 병으로 보인다. ‘치솟다, 쳐다보다’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치’는 위로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화병은 가슴(심장)에서 생기는 병인데, 뭔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발생한다고 본다. 우리 민족에게만 있는 병이 화병이라고 한다. 주로 시집살이를 많이 한 여성들에게 발병하는데, 이제는 늙은이들에게도 발병할 것같은 예감이 든다. 평생 열심히 세금 내고 성실하게 살아온 베이비 부머들에게 생길 수 있는 병이고, 유리봉투로 살아온 월급쟁이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병이다.

이런저런 종류의 울화를 일컬어 한자로 울결(鬱結)이라고 표현한다. 많은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표현일 수도 있으나 한문공부를 한 사람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과거에 울결로 죽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이런 말을 ‘스트레스’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다. ‘stress’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이나 조건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 신체적 긴장 상태”라고 되어 있다. 단순하게는 ‘압박, 긴장’ 등으로 표기된 것도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병이 현대병의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울결은 ‘가슴이 답답하게 막힘’이라고 풀이한다. 결국 스트레스나 울결이나 비슷한 말인데, 이제는 한자의 세력이 영어에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에는 한글이 한자에 밀려나고, 이제는 한자가 영어에 밀려나고 있으니 순우리말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어벤져스(avengers)’라고 하면 멋져 보이는데, ‘복수자연맹’이이라고 하면 뭔가 촌스러워 보인다고 한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차별대우 받는 것 같아 울결해 있었는데, 시원한 뉴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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