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며 민생고의 원인을 전 정부에 돌렸다. 반면 현 정부의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사적 채용 등 인사 문제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 대행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한국경제가 왜 힘들어졌나. 바로 정치 때문"이라면서 "(문재인 정부가)국익과 국민보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 했다"고 했다.
"최저임금으로 서울서 어떻게 사냐"더니 "최저임금으로 고용시장 얼어붙어"
권 대행은 전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 사례 중 특히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꼽았다. 그는 "정치 논리가 앞선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고용시장은 얼어붙었다"면서 "최저임금이 누군가에게는 벽이 될 수 있다. 이 벽을 넘지 못한 자영업자는 폐업했다"고 했다.
이는 권 대행이 최근 최저임금에 대해 밝힌 견해와 배치되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
권 대행은 대통령실 행정요원 채용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밝혀져 '사적 채용' 논란이 일자,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한 10만 원정도. 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고 말한 바 있다.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서울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권 대행은 줄곧 최저임금 상승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지자 '최저임금이 낮은 수준'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다가 이날 전 정부를 비판하며 '최저임금 상승이 문제'라며 다시 기존의 입장을 꺼내들었다. 최저임금이라는 단일한 문제를 두고 이처럼 상황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면서 '이현령비현령'이란 지적이 예상된다.
권 대행은 "민주당은 기득권과 싸운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실은 민생과 싸우고 있었다"면서 "고용주와 근로자, 임대인과 임차인, 주택소유자와 무주택자를 갈라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2주 단위로 말 바꾸는 비과학적 방역 때문에 희망 고문을 당하다가 장사를 접은 분들이 한둘이 아니"라면서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꼭 필요한 분들께 두툼하게 지원했다면, 대출도 덜 받고 고금리 고통도 줄었을 것"이라고 했다.
권 대행은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위기 상황에, 전기요금 인상 독촉장이 밀려온다"면서 "전기요금 인상 독촉장을 다음 정부로 떠넘겼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떠넘긴 것은 나라 빚과 독촉 뿐만이 아니다. 알 박기 인사까지 떠넘겼다"면서 "민주당이 지난 5년의 실패를 인정한다면, 알 박기 인사들에게 자진사퇴 결단을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권 대행은 전 정부의 '알 박기 인사'는 지적하면서도, 현 정부의 문제인 대통령실 사적 채용 문제, 장관 인사 참사 등에 대해선 침묵을 지켰다. 그러면서도 "제가 지금 정치공학적으로 지난 정부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에 "불법행위 엄단해야"
권 대행은 민생 대책과 관련해 "당내 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렸고 국회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민생 대책은 지연되었다"면서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무한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 밥상부터 신경 쓰겠다"면서 "직장인 식대 비과세 기준도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식대비 비과세 한도 확대는 민주당이 먼저 밝힌 '밥값 지원법'과 같은 내용이다. 여야는 지난 18일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하고 같은 민생 현안을 처리키로 했다.
이어 "국회 정상화 즉시 유류세 인하폭 확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면서 "도로, 교통, 우편 요금 등은 올해 말까지 동결하고,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은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민 경제 붕괴 방지를 위해 "올해 9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만료되더라도 사각지대가 없도록 촘촘한 보완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30조 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설립하여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원리금 상환 일정을 조정하겠다"면서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여 실질적 상환 부담을 줄이겠다"고도 했다.
다시 전 국민의 관심사안으로 떠오른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해선 '과학 방역'을 강조했다.권 대행은 "윤석열 정부에서 비과학적 거리두기는 없다"면서 "저희는 정치방역 하지 않겠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으로는 공급 우선 방침을 확고히 했다. 그는 "당 ․ 정은 공급혁신을 통해 250만호 이상 주택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공급 주체는 공공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부동산 세금과 관련해선 "집값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1주택 실소유자에게 과중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면서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정책으로 집값이 급등했는데, 왜 주택소유자가 과중한 세금을 부담해야 하나. 비합리적 공시지가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 선동으로 밀어붙인 징벌적 과세는 '가렴주구'와 같다"면서 "1세대 1주택 실수요자의 보유세 부담이 부동산 가격급등 이전 수준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보유세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 문제와 관련해선 유연 근무제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노동시간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자발적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국가가 국민의 일할 자유, 경제적 자유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권 대행은 "무엇보다 강성노조의 불법행위를 엄단해야 한다"면서,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방점을 하청업체 노조의 '불법 파업'에 찍고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우조선에는 10조 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투입되었다"면서 "지난해 영업손실은 1조 7천억 원에 이르렀는데, 이번 불법 점거로 인해 매달 130억 원의 지체배상금마저 물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120명이 10만 명의 생계를 볼모로 잡고 있다. 대우조선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이 장악한 사업장은 대한민국의 '치외법권 지대"라면서 "민주노총은 사업주와 비조합원에게 갑질과 폭력을 일삼는 조폭식 이익집단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에 대한 미온적 대응은 결국 불법을 조장한다"면서 "불법과 폭력에 대한 준엄한 법의 심판이 바로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외교 안보 문제와 관련해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죽어가는 6시간 동안 구조지시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국가가 앞장서서 '월북몰이'를 했다"고 했다.
이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역시 충격적"이라면서 "탈북어민이 살인자라는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제대로 된 검증 한번 없이 '사실'로 공인했다"고 했다.
그는 "평화는 외치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라면서 "종이와 잉크로 만든 '종전선언'보다, 허공 속에 흩어지는 가짜 평화의 구호보다, 우리는 힘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일부에는 운동권 시절의 낡은 세계관을 여전히 버리지 못한 분들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이념은 80년대에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고 했다.
그는 "대북 굴종 외교 노선을 폐기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단호한 태도를 갖출 것"이라면서 "북한이 핵실험 등 중대한 도발을 할 경우,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일 연대협력, 나아가 국제사회와 공동대응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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