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가 50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전날 12시간동안 마라톤회의를 이어간 대우조선해양 노사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이면에는 대우조선해양 원청 노조의 금속노조 탈퇴총회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청노조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노조)는 지난 20일 협상 쟁점이었던 임금 인상 폭을 두고 애초 제시한 30% 에서 크게 물러선 4.5% 인상을 사측에 제시했다. 4.5% 인상안은 사측이 협상 내내 고수해왔던 인상폭이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전날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대우조선해양을 찾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한 때 교섭 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손해배상 문제가 막판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분위기가 급 냉랭해지기 시작했다. 노조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 손해배상 문제를 포함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으나, 사측은 원·하청 피해 규모가 워낙 커 노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다.
노조는 당초 사측이 손배소 문제는 거론하지 않기로 구두로 합의했으나, 막판 입장을 바꿨다는 입장이다. 사측이 말을 바꿔가면서 시간을 끄는 전략을 택했다고 노조는 지적한다. 그 배경에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금속노조 탈퇴 총회 결과가 배경에 있을 것이라고 노조 관계자는 추측했다.
원청 노조인 대우조선지회는 이날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탈퇴 여부를 묻는 총회를 열고 내일까지로 예정된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원청 노조 내에 하청 노조의 파업을 반대하는 기류가 확산하면서, 파업을 지지하는 금속노조에 불만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금속노조 영호남 조합원이 결집해 옥포조선소 앞에서 실시한 파업 결의대회 당시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은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김춘택 하청지회 사무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손해배상 문제는 이미 이틀전에 구두로 합의가 된 부분이고, 교섭이 타결되면 자연스럽게 합의되는 부분"이라며 "그런데도 회사 측의 태도가 변화한 것은, 노사가 합의를 하면 원청 노조가 금속노조를 탈퇴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김 사무장은 "지난 4월 하청업체 대표 간 합의를 진행할 때도 손해배상 문제를 당연히 합의했고, '어차피 일 할 우리 직원들인데 우리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냐'고 까지 말하는 등 거부반응이 전혀 없었다"며 "사측이 생산을 빨리 해야 한다고 난리 아우성을 치면서도, 이 문제(손해배상 문제) 때문에 하루 이틀 교섭을 늦춘다는 것은 그것(원청노조의 탈퇴총회)밖에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홍지욱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도 전날 "업체 차원에서는 이번 파업 관련해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게 보편적인 입장이었는 데 오늘 가져온 (사측의) 안은 이를 뒤집었다. 민형사상 손배를 묻는다는 건 징계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죽했으면 파업에 들어가게 된 동기였던 임금인상 요구를 철회하면서까지 이 사태를 해결하려고 했겠나. 그만큼 절박했다"며 "화답은커녕 오히려 그동안 교섭에서 일정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던 내용을 번복하면서 한발짝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협력업체 교섭단 소속인 권수오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대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협력업체 대표와 최대한 협의를 구해보겠다고 구두상으로 한 것이지 문서로 작성하는 등 합의된 것은 전혀 없다"며 구두상 합의의 존재는 인정했다.
다만, "민형사상 소를 제기하지 않는 부분은 개별 회사가 결정할 문제지 우리가 공통적으로 모든 회사에 대해 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소를 제기하지 않도록 가이드는 하고 의견을 물어서 진행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교섭을 재개했다. 노조 측은 이날도 진전이 없을 경우 총력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홍 부위원장은 "사측 태도와 평화 해결 의지를 확인하고 의지가 있다면 시간을 더 가지겠지만 언제까지 마냥 이런 식으로 끌려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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