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을 병합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존 커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점령한 영토를 병합하는 방안을 9월 지방선거와 연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를 언급하며 "러시아는 우리가 2014년에 본 것과 매우 유사한 병합 교본을 실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 정부가 케르손, 자포리자, 도네츠크, 루한스크 등 우크라이나 내 여러 지역을 합병할 구체적인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점령한 뒤 국민투표를 실시해 크림반도 주민 90%이 러시아 병합에 찬성했다고 주장하며 합병을 발표했다.
당시와 유사한 방식으로 러시아는 돈바스와 남부의 점령 지역에 친러 인사 관료들을 임명하고 루블화를 유통하기 위한 은행을 설립하고 러시아 시민권 신청과 여권 발행 등을 강요하고 있다. 커비 조정관은 이런 작업을 진행한 뒤 러시아의 9월 지방선거에 맞춰 해당 지역에서 "가짜 국민투표를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영토 병합을 주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점령지 합병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승리의 근거로 제시하면서 발을 뺄 수 있는 '출구전략'인 셈이다.
러시아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장악 목표"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의 무기 지원이 계속 되면 우크라이나 남부로 점령 범위를 더 넓히겠다고 밝혀 이런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국영 TV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이 분명히 얘기했듯이 우크라이나 영토로부터 오는 군사적 위협과 우리 안보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위협도 없도록 하려는 탈군사화·탈나치화 과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월 당시 돈바스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이 장악 목표였다면 지금은 이들 지역 이외에도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그리고 일련의 다른 지역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이 상황을 최대한 악화시키려고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들을 계속해 공급한다면 그에 따라 특별군사작전의 지리적 범위도 현재의 전선에서 더 멀리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영부인, 미국 의회에서 "방공무기 지원" 호소
한편,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은 이날 미국 의회 연설에서 "어린이들이 유모차에서 죽지 않도록 방공무기 시스템을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젤렌스카는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 로켓 공격으로 죽은 4세 여아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는 등 러시아 공격으로 사망한 민간인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다른 나라 땅에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각자의 집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무기 지원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아빠, 엄마가 아이에게 '더 공습이나 로켓 공격은 없으니 가서 평화롭게 자라'고 말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냐"며 거듭 지원을 호소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