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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아, 나 왜? 잘랐니"

[우리는 싸운다 – 쿠팡을 바꾸기 위한 쿠팡물류센터노동자 투쟁이야기] ③정성용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센터 분회장

사람이 아닌 물건만을 위해 설계된 쿠팡물류센터에는 냉난방 설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마땅한 휴게시간도, 휴게공간도 없이 로켓배송을 위해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다녀야 하는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등에는 날마다 소금꽃이 한가마니씩 피어납니다.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쓰러져 죽어간 노동자만 2020년 이래 10명.

이렇게는 못살겠다고, 노동조합을 만들고, 쿠팡에 노동자를 존중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쿠팡은 묵묵부답. 그리고 돌아온 것은 조합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간부들에 대한 잇다른 해고였습니다. 결국 쿠팡 대표이사를 직접 만나기 위해 노동자들은 본사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폭염에 맞선 '에어컨 설치투쟁'을 하기까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동료1 : "재계약 됐대?"

나: "아놔, 안 됐네요. 너무 열 받아서 사직서 찢어버리고 왔어요."

동료2: "그니깐 무기계약직 되고 나서 노조 하지 그랬어. 무기는 못 자르잖아."

동료3: "차라리 더울 때 잘려서 잘됐네. 에어컨, 휴게시간도 없는 곳 뭘 더 다녀. 3개월 실업급여 받다가 다시 돌아와."

나: "회사가 노조 분회장을 잘라놓고 왜 다시 뽑겠어요..."

나는 6월 23일부로 쿠팡 인천4물류센터에서 잘렸다. 3개월, 9개월, 12개월 계약직을 모두 거쳐 계약직 노동자로 꼬박 2년을 일했기에 이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야 할 차례였다. 그러나 회사는 재계약 대신 해고를 선택했다. 회사는 자체 평가에 따른 것이며 평가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든 쿠팡 물류센터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재계약 거부는 주변에서 본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분이 더럽고 억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노동조합 분회장이라고, 노조 교섭위원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오히려 분회장이었기 때문에 회사는 나를 잘라야 했을 것이다. 일주일 뒤인 6월 30일 인천센터 최효 부분회장까지 쿠팡 인천1물류센터에서 해고됐다. 이제 7월 30일 부천신선센터 권경숙 조직부장의 해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쿠팡 물류센터의 3/9/12개월 쪼개기 계약은 노동자를 탄압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노조 간부, 조합원뿐만 아니라 쿠팡의 말도 안 되는 정책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 휴게시간·에어컨·휴대폰 없는 무(無)권리의 현장에 대해 불만을 갖는 사람을 걸러내긴 위한 시스템이다. 회사가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자를 수 있고, 회사가 특정 사람을 자르고 싶을 때 얼마든지 자를 수 있는 시스템. 그러다가 때때로 사람이 부족하면 일용직 노동자로 쉽게 부족한 인력을 보충할 수 있는 시스템. 이렇게 극도로 유연화된 고용형태로 사람을 쓰다 버리는 쿠팡의 쪼개기 계약은 노조탄압에 안성맞춤이다.

▲쿠팡본사 로비농성중인 정성용분회장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의 재계약 거부는 지금까지 '해고'가 아니었다. 재계약 거부는 소위 '해고'처럼 부당하고 억울한 몇 명이 겪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라면 누구나 겪어봤고, 앞으로도 겪을 수 있는 일로 치부되어왔다. 나의 해고도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쿠팡 물류센터 현장에서 재계약 거부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재수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쿠팡 물류센터에서 잘린 경험이 있다는 사실은 쿠팡의 재계약 거부, 부당해고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 할 수 있는 문제일 뿐, 노조탄압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부당해고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6월 30일자로 해고된 최효 부분회장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다. 쿠팡 인천1물류센터의 캡틴(관리자)들은 최효 부분회장을 집단적으로 괴롭히며 노조 활동을 탄압했다.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일하기 위해 냉난방장치가 필요하다"는 피켓팅을 방해했고, 부당한 사실관계확인서(사실상 반성문) 작성을 매일 같이 찾아와 강요했고, 말을 듣지 않으면 인천1센터의 모든 노동자의 퇴근 시간을 늦추겠다고 협박했다. 노동조합을 '사외노조'라 칭하면서 회사가 '사외노조' 활동을 보장할 이유가 없다는 말을 내뱉었다. 캡틴들은 현장에서 조합비 1, 2만 원 낼 바에는 치킨이나 사먹으라면서 노동조합을 조롱하고 노조 탈퇴를 권유하고 다녔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도 최효 부분회장은 휴게시간·에어컨 보장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투쟁 리본을 나눠줬다. 현장 노동자의 80%에 달하는 297명의 서명을 받았다. '사외노조'가 현장에서 너무 '설쳤기에' 쿠팡은 최효 부분회장을 해고했다.

쿠팡의 노동자 탄압을 모두 열거하자면 끝도 없을 것이다. 쿠팡이 주장한대로 50여개의 '모든 쿠팡 물류센터에서 똑같이' 재계약 거부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각종 부당노동행위로 노조를 탄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게시판으로 활용하고 있는 입간판을 회사 노무담당자가 반복적으로 훔쳐간 일, 현장에서 업무 중이었던 나를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오인해서 노조 간부를 사찰한 것이 들통난 일, 노동조합의 피켓을 '반입 금지 물품'이라 하며 통행을 막은 일 등. 일상적으로 조합 게시물을 훼손하고, 현장 순회하는 활동을 감시, 코로나 방역수칙을 핑계로 한 부당징계 등. 언제 쿠팡에서 마음 놓고, 해고 걱정 없이 노조 간부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인천1센터 인원중 80%정도가 휴게시간 보장, 냉방장치 설치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투쟁없이 쟁취없다' 지금까지 어떤 권리도 당연히 주어진 적이 없다고 한다. 헌법에 노동3권으로 보장되어 있는 '노조 할 권리'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래서 매번 회사가 노조 활동을 방해할 때마다 회사에 항의했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거대기업 쿠팡에 사사건건 항의하는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노조가 생기기 전까지 쿠팡 노동자들은 인권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에 불과했는데. 회사 말대로라면 '계약 기간 종료'를 통했을 뿐인데 "우리 조합원 왜 해고했냐"고 항의하는 노조 분회장이 얼마나 보기 싫었을까. 직장 내 괴롭힘에도 노조 활동을 포기하지 않는 노조 부분회장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불법·부당 해고이고 노조탄압이지만 쿠팡에게 나와 최효 부분회장을 자르지 않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해고 후 지금도 쿠팡 잠실 본사에서 로비 농성을, 쿠팡 인천4물류센터와 인천1물류센터 앞에서 매일 피켓팅을 하고 있다. 쪼개기 계약을 활용한 부당해고는 이제 멈춰야 한다. 해고 사유가 노조탄압이라는 것이 명백하지만 회사에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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