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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대통령 '이메일 사임서'…'갚지 못할 빚' 안긴 중국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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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대통령 '이메일 사임서'…'갚지 못할 빚' 안긴 중국에 시선

라자팍사, 면책 특권 유지 목적 국외 도피…옐런 "중국에 스리랑카 채무조정 압박할 것"

경제난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관저를 점거한 뒤 국외로 도피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이메일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라자팍사 가문 정치가 막을 내린 가운데 출범하는 새 정부는 국가 부도(디폴트)에 빠진 스리랑카 상황을 해결할 책무를 지게 됐다. 스리랑카 채무조정 국면에서 중저소득국에 정치적 목적으로 '갚지 못할 빚'을 안기고 있는 것으로 의심 받고 있는 중국의 행보도 주목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이 채무조정에 적극 나설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영국 BBC 방송은 15일(현지시각) 전날밤 이메일로 도착한 라자팍사 대통령의 사임서를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스리랑카 의회 의장이 공식 수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스리랑카 의회 의장 대변인은 시위대의 관저 점거 뒤 은신한 채 몰디브를 거쳐 싱가포르로 도피한 라자팍사 대통령이 14일 늦게 사임서를 보내 와 법적 유효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지난 9일 시위대의 관저 점거 당일 아베이와르데나 의회 의장을 통해 '13일에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시위대를 이를 믿지 않고 점거 농성을 계속했다. 점거 뒤 라자팍사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외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해군 함정에 몸을 숨기고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다 점거 4일 뒤인 지난 13일 라자팍사 대통령이 스리랑카 공군기를 타고 몰디브에 입국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몰디브에서는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왜 수백만 명이 굶주리는 와중에 한 사람(라자팍사)을 더 중요시하는가? 왜 몰디브가 도망자의 중개인이 돼야 하는가"라며 라자팍사 대통령을 받아 준 몰디브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이어 라자팍사 대통령은 몰디브에 도착한지 하루 만인 14일 사우디아라비아 항공을 타고 싱가포르로 향했다고 <로이터>가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싱가포르 외무부는 라자팍사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입국했으며 망명 신청을 한 적도 승인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BBC는 라자팍사가 재임 중 면책 특권을 유지한 채 국외로 도피해 국내에서 체포될 가능성을 피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은신 뒤 지난 며칠 간 스리랑카에서는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앞서 9일 사임 의사를 표명했던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총리가 사의를 번복하고 대통령 권한 대행을 수행할 뜻을 밝히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총리 집무실로 몰려 들었고 13일 위크레메싱게 대통령 권한 대행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5일까지 새벽까지 수도 콜롬보에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13일 스리랑카 군당국이 "공공재산과 인명 보호를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성명을 내며 유혈사태가 발생할 우려까지 제기된 상황이었다.

대통령이 이메일로 사임 의사를 표명한 것이 알려지며 스리랑카 시내는 축제 분위기가 됐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통행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거리에서 춤을 추며 환호했다고 한다.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 등 점거했던 시설 대부분을 14일 저녁 정부에 반환했다. 활동가 다미타 아베이라트네는 <로이터>에 "큰 승리"라며 "이 나라를 (라자팍사 가문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라자팍사 가문은 지난 20년간 스리랑카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시위대의 요구로 지난 5월 퇴진한 전임 총리이자 2005~2015년 대통령으로 재임한 마힌다 라자팍사는 고타바야 라자팍사의 형이다. 마힌다는 재임 중 타밀 분리주의 반군과의 내전에서 승리하며 영웅이 됐다. 고타뱌아는 2019년 대통령직에 올랐고 동생 바실 라자팍사를 재무장관에 임명하는 등 형제들을 요직에 앉혔다. 마힌다는 동생이 이끄는 정부에서 총리직을 맡았다. 알자지라는 마힌다는 국외 도피할 예정이 없다고 보좌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실은 출국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리랑카 의회는 오는 20일 새 대통령을 선출할 예정이다. 새 정부는 지난 5월 공식적으로 국가 부도(디폴트) 상태에 진입한 스리랑카 경제와 피폐해진 민심을 수습할 막중한 책무를 안게 된다. 긴급구제를 위한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예비적 논의도 최근 정세 혼란으로 중단된 상태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14일 언론 브리핑에서 "가능한 빨리" 고위급 회담을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510억달러(약 67조원)의 외채를 끌어안고 디폴트에 빠진 스리랑카의 채무 조정엔 이 나라에 최소 50억달러를 대출해 준 중국의 의향이 주요하게 작동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인 '일대일로'를 시행하면서 스리랑카를 포함한 중저소득 국가에 인프라 건설 비용 지원 명목으로 상환 여력에 상관 없이 돈을 빌려줘 이들 국가들의 채무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갚을 여력이 없는 국가에 계속해서 빚을 내 주고 기한을 연장해 줄 뿐 채무조정엔 소극적인 경향을 보이는 중국이 '부채 함정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관대한 대출 이면엔 해당 국가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14일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15~16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중국이 스리랑카 채무 조정에 나서도록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옐런은 회견에서 "향후 며칠간 G20 회원국 파트너들에게 중국이 지속불가능한 채무를 조정하는데 더 적극 협력할 것을 압박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스리랑카 위기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중국 부채 함정' 주장은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매체는 14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스리랑카 채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관련국 및 국제금융기관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경제난으로 촉발된 스리랑카 반정부 시위는 지난 3월 시작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관광 수입이 급감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를 비롯해 물가가 치솟으며 위기에 빠진 스리랑카는 지난 5월 공식적인 국가 부도 상태로 접어 들었다. 수입 의존도가 큰 스리랑카 경제에서 외화 부족은 즉각적으로 국민들에게 연료난을 비롯한 고통을 안겼다. 라자팍사 정부의 감세 및 비료 수입 규제 등 실책도 위기를 부채질한 요인으로 꼽힌다.  

▲14일(현지시각)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국외 도피 중인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이메일 사임서를 보내왔다는 소식에 시민들이 기뻐하며 춤을 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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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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