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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앞 해고 노동자 목소리마저 빼앗는 '알박기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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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앞 해고 노동자 목소리마저 빼앗는 '알박기 집회'

[기고] 치외법권 지대가 된 현대기아차 본사 앞

지난 10일 현대기아차 옆에서는 무법천지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기아차 판매 영업을 하다가 내부고발을 이유로 해고된 뒤 10년째 투쟁 중인 박미희 씨의 활동을 지원하는 '박미희 공대위'에서 인도 한 쪽에 간이 천막을 쳤다.

천막을 치자마자 15명 정도 되는 성명 미상의 청년들이 몰려와 천막 철거를 강행했다. 대부분 위아래 검은 옷을 입었고 건장한 청년들이었다. 경비업법상 표시하게 되어 있는 표식도 없었고 표찰도 차고 있지 않았다.

공대위에 소속된 사람들은 완력으로 철거를 강행하는 세력과 극심한 몸싸움을 벌여 간신히 천막 철거를 막아내던 중 경찰이 출동해서 철거 시도는 중단되었다.

공대위가 집회 신고된 구역에 햇볕을 막는 소형 간이 천막을 친 것인데 누가, 왜 천막 철거를 강행한 것일까? 철거강행 세력은 현대기아차 측에서 지휘 감독하여 운영하는 '알박기 위장 집회' 실행집단이다. 현대기아차는 아주 오랫동안 집회를 가장한 '알박기 집단행동'을 조직해 왔다.

ⓒ정순교

대법원과 국가인권위는 '알박기 집회'는 보호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2018.3 인권위 판정, 2018.11 대법원판결). 이후 악명 높은 삼성 자본도 그만두었다. 하지만 현대재벌은 요지부동이다.

알박기 위장 집회의 목적은 10년 차 해고노동자 박미희 씨 같은 사람이 회사 앞에서 진행하는 집회를 방해하거나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다. 회사 정면 양쪽으로 두 줄, 세 줄 현수막을 들고 서 있거나 별도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하는 행태를 띠고 있다. 건장한 체구의 남성들이 회사 양쪽, 집회하기 알맞은 곳을 사시사철 선점한다. 그렇게 되면 박미희 씨가 같은 사람은 현대기아차를 향해 목소리 낼 공간을 빼앗기게 된다. 자연히 회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작아지거나 희미해진다. 이 같은 집단행동은 집회 참여자를 위축시키는 강력한 심적인 기제로 작동한다.

기아차 본사는 내부고발을 장려했다. 9년 전 박미희 씨는 신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오직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기아차 본사에 제보했다. 돌아온 건 해고다.

제보받은 기아차 본사 소속 이사가 박미희 씨의 신변을 보호하면서 내부 비리를 철저히 뿌리 뽑는 '정도의 길'을 버리고 대리점주에게 '제보자가 박미희 씨'라고 알려줘 버렸다. 명백히 기아차 본사의 잘못으로 해고되었음에도 현대기아차는 박미희 씨 복직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입을 틀어막는 수단을 동원했고 지금도 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 이게 현대자동차그룹이 그토록 강조하는 글로벌 경영의 본 모습이라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차라리 해체하고 문을 닫는 게 정의에 부합한다.

10일 현대차 용역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청년과 소수의 중년 남성들은 모두 30여 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위압감을 조성하면서 해고자 박미희 씨 측의 집회·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유린했고 사설 유사 폭력집단으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미희 씨 측은 서초경찰서에 집회 신고하고 진행하는 집회의 일환으로 천막을 쳤다. 천막을 치는 건 집회자 측의 자유이다. 간이 천막조차 치지 않고 한여름 땡볕에 10시간씩 노출되면 줄줄이 일사병으로 쓰러질 것이다.

어떤 권한도 갖고 있지 않은 회사 측의 사설 집단이 천막에 난입하여 천막 철거를 강행하고 천막을 파손하는 행위를 하며 철거강행 과정에서 집회 측에 상해까지 입힌 행위는 범법 행위로서 엄정한 법의 심판 대상이다.

이들은 경찰이 출동한 뒤에도 박미희 씨 측이 쳐놓은 간이 천막 안으로 들어와 여러 명이 위세를 부리고 심지어 바닥에 앉기까지 하였으며 천막 안으로 현수막을 끌고 들어와 집회할 수 없도록 긴 현수막을 천막 안을 관통하는 형태로 들고 있고 24시간 이상 같은 모습을 보였다.

ⓒ정순교

박미희 씨 측의 집회자들이 20차례 가까이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내곡파출소 경찰과 서초서에 나온 형사들은 회사 측 집단의 집회 방해 행위를 저지하는 시늉만 할 뿐 집회 방해행위를 현장에서 목격하고도 묵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경찰은 최대 10여 명까지 출동했지만, 회사 측의 집회 방해 행위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도 않았고 집회 방해행위를 물리적으로 저지하지도 않았다.

극심한 집회 방해행위를 보고 경찰이 저지에 나섰다. 현대 측 요원들이 경찰들은 물리력을 동원하여 밀쳐냈지만 공무집행 방해죄를 묻지도 못했다. 현대차 측 한 요원은 형사들 앞에서 "오늘 힘쓰고 싶지 않다"고 고성을 지르며 협박까지 했다. 현장의 모습을 한 글자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그대로 표현하면 '치외법권 지대'다.

박미희 씨 측이 천막 옆 펜스에 현수막을 걸려고 시도하자 갑자기 여러 명의 '검은 옷 청년들'이 등장하여 이를 저지하는 행동을 보이더니 자신들의 현수막을 박미희 씨 측의 현수막 바깥에 덧대어 게첨했다.

박미희 씨 현수막은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다. 박미희 씨 측이 먼저 걸던 현수막도 못 걸게 물리력을 행사해 자신의 현수막으로 뒤덮었다. 박미희 씨의 현수막은 노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들 역시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경찰들까지 몇 미터 거리에 있음에도 이 같은 행동을 강행한 것은 '치외법권 지대'라는 말 말고 설명할 길이 없다.

현수막 게시 행위 역시 집회 방해행위임이 분명하다. 이 현장 또한 경찰이 모두 목격했음에도 희사 측의 행동을 저지하거나 박미희 씨 측의 표현 및 집회의 자유를 보호하는 조처를 하지 않았다.

현대 측의 요원들이 천막 안에서 서 있거나 앉아 있기, 막무가내 시비 걸기, 천막 안을 지나가는 형태로 현수막 들고 있기, 박미희 씨 측의 현수막 못 걸게 막고 자신의 현수막으로 가리기 같은 불법 행동을 자행하고 있음에도 어떤 사람도 현행범으로 체포하거나 공권력으로 행위를 저지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대한민국 경찰은 존재 이유를 상실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현대재벌 앞에서 무력하기 짝이 없는 경찰력의 실상을 목격했다. 정치깡패가 횡행하던 해방 직후가 연상되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더 늦기 전에 현대기아차 정의선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 정 회장은 보름 전 자기 큰딸이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행복감을 느꼈을 것이다. 신문 방송에도 신부 신랑의 모습이 널리 소개되었다.

자기 딸의 행복이 소중한 줄 안다면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식구라고 할 수 있는 10년 차 '내부고발 해고자' 박미희 씨의 행복도 한번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

박미희 씨 어머니는 지금 부산에 살고 있고 지금 91세다. 딸이 돌아오길 어제도 오늘도 기다린다. 간절히 기다린다. 정희선 회장은 10년 차 해고자 박미희 씨 노모가 세상을 뜨기 전에 딸과 행복감을 느끼고 살 수 있도록 할 수는 없는가?

만약 이 글을 정의선 회장이 본다면 제발 박미희 씨가 어머니 곁으로 가서 어머니 맘 편히 모시도록 해 주기 바란다. 정중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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