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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누구에겐 재앙으로 누구에겐 이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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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후위기, 누구에겐 재앙으로 누구에겐 이윤으로

[기후위기와 신냉전, 그래서 그린 데탕트](6) 2조 달러 군사비를 조금만 줄여도

기후변화와 분쟁 사이의 상관관계를 추적해온 여러 연구자들은 기후위기가 분쟁의 주요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마샬 버크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1도가 높아지면 폭행과 살인 등 개인들 사이의 폭력은 2.4%가 늘어나고 폭동과 내전과 같은 집단들 사이의 분쟁은 11.3%가 높아진다고 한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아프리카와 적도 부근의 열대 지역, 그리고 중동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기후 변화의 책임이 가장 작은 나라들이 기후 변화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고 있는 셈이다. 군사 활동이 기후변화를 악화시키고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극한 기후가 분쟁의 원인이 되는 전형적인 악순환을 떠올리게 하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기후 분쟁이 누군가에게는 '기회'로 간주되어왔다. 펜타곤은 기후변화로 아프리카의 분쟁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자 "미군의 개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아프리카 사령부(United States Africa Command, AFRICOM)를 창설했다.

영국의 국방부 산하 전략방위획득프로그램의 한 관계자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나는 기후변화가 항공 및 군수 산업에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듯, 미국의 주요 군수산업체인 레이시온은 기후변화로 인해 "사업 기회가 확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 변화가 야기하는 "폭풍, 가뭄, 홍수"가 "안보 우려"를 자극할 것이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분쟁이 또 다른 이윤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미 많은 탄소를 배출했고 또 현재도 그러한 선진국들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개발도상국들의 동참도 반드시 요구된다. 개발도상국들이 경제발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저탄소형, 혹은 탄소 제로형 인프라와 기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은 자체적으로 이에 필요한 재원과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의 기후협약 이행을 위해 매년 10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2013-2016년까지는 500억 달러 안팎을 맴돌았고 2017년 이후에도 800억 달러를 넘지 못했다. 작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26차 총회에서도 개발도상국들은 이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2025년까지 최소한 2000억 달러로 늘리고 2030년에는 1조 달러까지 높여야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기후 기금을 늘리기보다는 이미 이뤄졌어야 할 연간 1천억 달러 지원 목표시기를 2023년으로 늦췄다. 또 개발도상국들이 부채 상환 능력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 금융의 일정 부분을 차관 형태로 제공키로 했다.

이처럼 기후 기금 재원 조달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반면에,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주도해온 세계 군사비는 크게 높아지고 있다. 2021년 세계 군사비는 2조 달러에 근접한 상황이고, 2022년에는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는 세계 GDP의 약 2.5%에 해당된다. 이에 반해 2015년에 체결된 파리기후협약 이행에 들어가는 비용은 세계 GDP의 1% 정도이다.

이러한 현실을 개탄하면서 노벨상을 수상한 50여 명의 사람들은 2021년 12월에 "인류를 위한 단순하면서도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세계 각국이 5년 동안 매년 2%씩 군사비를 줄이고 이 가운데 절반을 전염병, 기후변화, 극한 빈곤 해결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구체적인 제안"에 호응하는 나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군비경쟁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이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는 말이지만, 적으로 있다가도 '공동의 적'이 나타나면 동지가 되기도 한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인류사회와 지구촌의 공동의 적은 바로 '기후위기'이다. 그런데도 공동의 대처가 잘 안 된다. 왜 그럴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기후변화가 인류 문명 스스로 초래한 위기라는 데에 있지 싶다. '군사안보 위협'은 너와 내가 비교적 분명해 적으로 삼기도, 동지를 규합하기도 쉽다고 여겨지곤 한다. 반면에 기후위기는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지를 구분하는 것 자체부터 쉽지 않다. 모두가 적이면서도 모두가 동지인 것이 바로 기후위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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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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