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인가. 국내 경제가 불확실성의 늪에서 요동치는 가운데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3일 열린다.
한은이 과감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크다. 여러 요인이 빠른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한은에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물가 상승률이 치명적이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를 기록하면서 14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데 이어, 지난 달에는 6.0%를 기록해 속도가 더 빨라졌다. 6%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8년 11월 이후 24년여 만이다.
소비자물가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다섯 달 연속 3%대를 유지하다 3월(4.1%)과 4월(4.8%) 4%대로 올라서 불안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적 물가 폭등세가 국내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함에 따라 한은이 신속히 물가를 다잡기 위한 금융정책을 취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국내 경제정책 결정의 근간이 되는 미국의 조치도 초강력 긴축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 역시 한은의 빅스텝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1.0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자이언트스텝 조치는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연준은 이에 더해 이달 FOMC에서도 자이언트스텝을 추가로 취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5월 41년 만에 최고인 8.6%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달에는 9%에 가까운 수준으로 치솟았을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실제 연준 안팎에서는 이달 FOMC를 앞두고 자이언트스텝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가 지난 7일(현지시간)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주최 온라인 행사에서 "7월 (FOMC)에서 0.75%포인트를 인상하고 9월에는 0.50%포인트를 인상하는 안을 지지한다"며 "그 뒤에야 0.25%포인트 인상을 유지할지 여부를 논의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준 내에서도 일찌감치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해 온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 역시 최근 행사에서 물가 상승세를 빨리 다잡는 것이 성장률 둔화 우려보다 중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한은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밟더라도, 미국이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는 데 있다.
이달 연준에서 미국이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가 된다. 반면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면 국내 기준금리는 2.25%에 그친다. 한은이 올해 들어서만 기준금리를 세 번이나 올릴 정도로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워낙 빨라 기준금리 역전이 일어났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국내 경제에 중대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국제 투자자금이 원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싸진 달러화를 좇아 미국으로 이탈할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 상황만 고려하면 사실상 빅스텝은 한은이 취해야 할 가장 최소한의 조치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면, 반대편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또 커질 수도 있다. 한국 경제가 앞뒤로 불확실성의 협공을 받는 셈이 된다. 한은으로서는 어느 때보다 부담이 큰 시기가 새로운 한 주간 지속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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