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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비행기값과 비행기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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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비행기값과 비행기삯

휴가철인가 보다. 여기저기서 휴가에 관한 기사가 많이 나온다. 며칠 전 유력(?) 일간지 제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행기값 보고 ‘헉’.. 해외여행 포기族 ‘차라리 못갈 때가 좋았다’”라고 되어 있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여행 경비 중 항공료가 너무 많이 올라서 힘들다는 뜻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비행기값을 보고 놀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비행기 한 대에 얼마나 할지 모르지만 상당히 고가인 것은 보거나 듣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자 내는 운임은 항공료 혹은 비행기 삯이라고 해야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기자가 쓴 것이 아닌가 한다. ‘삯 :1.일한 데 대하여 보수로 주는 돈이나 물건, 2.어떤 물건이나 시설을 이요한 대가’라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쓴 문장이다. 이런 식으로 글을 쓰다 보면 우리말의 의미가 지나치게 확장될 수밖에 없다. 의미의 확장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그렇다고 생각할 때 가능한 것이지 위와 같이 기존의 의미가 확실하게 존재하는데, 다른 뜻으로 사용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함부로 쓰다 보면 나중에는 언어가 불분명해지고 나아가 국적없는 단어로 전락하게 된다.

단어의 의미는 자의적이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를 예로 들어 보자. 필자도 자주 학생들과 커피를 마시러 간다. 그리고 장난삼아 아이들과 커피에 대해서 생각나는 바를 이야기해 보라고 한다. 우선 커피라고 하면 “무슨 커피를 생각하느냐?”부터 시작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커피)’라고 하고, 소수의 아이들은 라테나 에스프레소를 말한다. 필자의 경우는 양촌리커피(? 믹스 커피)를 생각한다. 아마도 필자의 세대는 거의 믹스 커피를 선호할 것이다. 외국에 나갈 때도 가지고 가는 것 중의 하나가 ‘양촌리커피’라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요즘은 베트남이나 유럽에서도 한국의 양촌리커피(?)가 유행이라고 한다. 이렇게 커피라고 할 때 사람들은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바로 자신이 애용하는 커피다. 그래서 사람마다 커피의 개념(의미)이 다를 수밖에 없다. 언어의 사회성보다 이런 자의적 성격이 때로는 더 이해하기 힘들게 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자기의 입장에서 말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야 한다. 사람들은 남의 말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말로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남의 말을 들으면서도 다음에 자신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생각하면서 듣는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기보다 자신의 의견을 어떻게 개진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로 인식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자의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대화가 어려워지고 있다. 비행기값을 보고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이 비행기표 값을 말한다는 것을 인지하려면 머리를 한 번 더 굴려야 한다. 사람들은 인쇄된 것을 믿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 봐. 신문에 났잖아.”라고 말하는 것은 “이것은 사실(진실)이니 믿어야 해.”라고 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기자라는 직업은 무거운 책무를 안고 있다. 필자는 1년이면 몇 번씩 기자들에게 한국어교육을 한다. 주로 신임기자들을 중심으로 글쓰기교육을 한다. 늘 하는 말이 정확한 어휘와 진실만을 쓰고, 감성적이거나 감정을 섞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감성적인 글을 쓰려면 수필가가 되어야 한다. 감정에 치우치면 사실을 왜곡하기 쉽다. 잘못된 어휘를 선택하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래서 문장을 간결하게 쓰고 명료하게 쓸 것을 권장한다. 정확한 표현만이 정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애매한 표현은 글 쓰는 이들이 조심해야 한다. 인쇄된 것은 영원히 남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 글을 쓰고 나면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후회하게 마련이다.

그 젊은 날에 왜 그렇게 썼을까?

필자도 책을 쓰고 나면 늘 후회하지만 덜 후회하고자 노력한다. 글은 자신의 얼굴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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