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지방선거 이후 정당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는 추세가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두 정당의 지지도 격차가 줄어들고 일부에서 역전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이 지지율에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 역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당대회 룰과 '친명' 대 '비명'의 대립 등 난맥상을 보이면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반성과 혁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임기 초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집권당 지지도의 동반 하락은 극히 드문 경우다. 게다가 국정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이어지는 현상은 집권연합 내부에 심각한 오작동이 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여당 대표에 대한 유례없는 당원권 정지는 지도부와 윤석열 대통령 측근 그룹 간의 대치의 난맥을 여과 없이 드러냈고, 장관 인사에서의 검증 실패와 주요 정책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의 부재 등 정권 차원의 불안정한 제도화를 노출시켰다. 윤 대통령의 현안에 대한 인식과 민심의 괴리, 심각한 경제위기가 중첩되면서 유례없는 데드크로스와 정권에 대한 지지율 추세선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한국정치는 국민의 지지의 바탕 위에서 정권을 창출·유지하는 것이 아니고 경쟁 정당의 지지율 이반으로 권력을 획득하는 반사이익에 의한 정치가 일상화되어 왔다.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기댄 내로남불 정치와 편 가르기 정치에 스스로 무너졌는데, 국민의힘은 임기 개시 두 달 만에 여권 전체의 지지율 하락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지율은 별 의미가 없다'는 말로 정권의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정치일반론에서나 국민의 눈높이에서나 상식적이라고 볼 수 없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다소 올랐다고 하지만 이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여권의 실점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반성과 숙고 없이 당권을 둘러싼 계파정치를 노골화하면서 비상대책위의 혁신과 쇄신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거대 양당 중 어느 한 쪽의 지지율 하락이 경쟁 정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정당정치에 대한 실망이 최근 초라한 카르텔 거대 양당구조의 실상이다.
과거 권위주의와 이념정치의 산물인 적대적 공생이 부활하고 있다. 총선이 2년 가까이 남은 상황이 정당들을 파벌정치의 구태로 몰아넣고 있고, 당내 최대 파벌에 편승하지 않으면 공천을 장담할 수 없는 한국정당의 퇴행적 요소가 정치적 양극화를 강화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혁파하지 않으면 이해관계의 상충을 구체화 명료화해서 이익을 표출시키고 정치적 통합과 타협을 모색한다는 정치 본령은 존재할 공간을 찾을 수 없다. 양대 정당이 갈등을 최고로 끌어올림으로써 지지율 하락을 막으려는 전형적 구태정치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고착화되고 있다.
전국 단위 선거가 당분간 없다는 요인이 이러한 행태를 강화하고 있지만 양대 정당의 주도권을 차지하고자 하는 파벌과 계파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측면을 배제할 수 없다. 팬덤이라는 시대착오적 방어기제를 작동시키고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당내 권력을 차지하고자 하는 패거리 정치가 유권자의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통합'과 '협치'라는 단어는 사라진 지 오래다. 유권자들의 의사와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당내 권력게임이 정당 내부를 휘감고 있다. 여야 모두 통합의 구심점도 보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국회나 정권 차원을 넘는 정치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는 지경에 와있다.
국회 원 구성 이후에 지난 정권과 관련한 수사 등 현안들이 정치 갈등의 중심으로 작동할 것이고, 양대 정당은 주도권에서 밀려 난 계파의 반격이 당내 갈등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것이다.
우선 집권세력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과거 당·정·청 관계에서 청와대에 종속적인 집권당의 행태가 집권세력의 가장 문제적 모습이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윤핵관'의 실체 여부를 떠나서 이러한 행태가 지속된다면 새 정권은 과거 정권보다 나을 것이 없다.
집권연대는 임기 초 여당과 대통령의 지지율 동반하락이라는 지극히 이례적인 현상을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된다. 또한 여권의 지지율 추락이 야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에 대한 반성 역시 국회 다수당인 야당의 몫이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여야의 천착이 없다면 '적대적 공생'이 아닌 '적대적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