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의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로 국가정보원에 고발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본인이 아직도 무슨 내용으로 고발을 당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국정원의 이같은 행태로 인해 군사 기밀이 상당 부분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지원 전 원장은 "국정원이 자체 감찰 이후 검찰에 고발했는데 저는 지금도 무슨 내용으로 고발당했는지 모른다"며 국정원이 자신을 고발한 사유인 문서 무단 삭제 혐의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 전 원장은 전날인 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모든 첩보, SI(특별 취급 정보) 문서는 국정원이 생산하지 않는다. 공유할 뿐"이라며 "제가 삭제를 했다고 하더라도 국정원은 메인 서버에 남는다. 정권이 바뀌는데 그 기록(삭제 기록)하고 감옥 가려고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국정원은 이날 늦은 오후 "이미 검찰에 고발한 사안에 대해 상세히 밝힐 수는 없으나, 박지원 전 원장 등을 밈스에 탑재되어 있거나 이를 통해 관리·유통되는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고발한 것이 아니며 고발 내용은 이와 전혀 무관하다"고 설명했지만 고발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국정원이 전 국정원장들을 고발하기 위해 국가 안보 사항을 무리하게 노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태스크포스(TF) 단장은 국방부 방문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밈스 체계는 고도로 비밀을 요하는 SI (특별취급 정보) 2급 체계다. 밈스 체계에 있는 활동들과 문서 삭제, 배부선 조정 등이 외부에 나가는 것 자체가 광범위한 보안사고이며 국방부도 그렇다고 했다"며 "관련내용은 자체 조사하겠다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에서 뻘짓을 해가지고 군사 기밀이 상당 부분 노출됐다"며 "지금 군사 기밀도 저렇게 공개되니까 미국에서 굉장히 안타까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한미 정보동맹이, 군사동맹이 굳건해야 사는 나라다. 그런데 이걸 미주알 고주알 각국의 관계를 다 까 놓으면 특수 활동, 특수 공작, 산업, 이런 것은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라며 "정보 협력과 정보 내용 다 공개되면 보수 정권에서 안보, 정보 구멍이 다 뚫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이 본인에게도 해명의 기회를 줬어야 했던 것 아니냐며 고발까지 가는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가 해임된 1급 국정원 간부를 인용, 박 전 원장이 문서 삭제 관련 지시를 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러니까 저한테도 물어봤어야 될 것 아닌가. 조사를 했어야지. 그랬으면 사실을 확인해 가지고 제가 잘못했으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라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검찰 고발을) 해 놓으니까 소위 군사 기밀이 전 세계에 공개되지 않냐. 지금 북한에서는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직원들이 보고서를 가져오면 저한테 한 부 주고 담당 부서장이 보고를 한다. 그 다음에 어떻게 하자고 이야기 하고 그 문건을 원장이 보관하지 않고 생산자인 담당자에게, 부서장한테 줘버린다"며 자신이 보고서 등의 무단 삭제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국정원이) 못된짓 할 때는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서 메인 서버에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른바 국정원 용어로 '멍텅구리 PC'라는 것을 사용해서 10명이면 10명 딱 자기들끼리 (자료 생성)하고 (이후에) PC와 자료를 다 없애버린다"라며 "지금은 그런 짓을 할 수가 없다. 개혁된 국정원이라서 제가 그렇게 시키더라도 직원들이 안 듣는다"라고 설명했다.
박 전 원장은 "빨리 검찰 수사 하라. 제가 15년 검찰 조사를 받았고 15년 재판을 해봤다. 무죄 나오지 않나. 안 한 것은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의 고발 배경에 대해 박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본격적인 사정의 신호탄이다. 문재인 정부가 용공, 친북 정부라는 것을 확인시키려는 것"이라며 검찰의 최종 목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게 본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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