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삭제해도 다 서버에 남아...그런 바보짓하고 감옥 갈 사람 누가 있나"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의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로 국가정보원에 고발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관련 첩보를 삭제하더라도 어차피 서버에 남는다며 그런 바보짓을 할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이 고발한 혐의와 관련한 사실관계에 대해 "모든 첩보, SI(특별 취급 정보) 문서는 국정원이 생산하지 않는다. 공유할 뿐"이라며 "(삭제를) 지시할 바보 국정원장 박지원도 아니다. 제가 삭제를 했다고 하더라도 국정원은 메인 서버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모든 보고서가 메인 서버에 들어간다. 내가 지시했다면 지시한 날, 삭제된 것도 (서버에) 남는다"라며 "정권이 바뀌는데 그 기록(삭제 기록)하고 감옥 가려고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국정원이 공유문서를 삭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유문서를 삭제해도 메인 서버에 남는다"며 "국정원을 그렇게 간단한 조직으로 보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서 피격당한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에 자신의 신분을 밝힌 부분에 대해 박 전 원장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그 이야기가 나왔고 그 공무원이 관등성명을 북한에다 얘기한 건 사실이다. 저도 그 얘기했다"며 "그 얘기 다 하고 왜 (문서를) 삭제하나"라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에서 삭제해도) 눈 가리고 아웅이다. (다른) 국가 기관이 가지고 있고 국정원 메인서버에 있는데 그런 바보짓을 하겠나"라며 "거듭 말씀드리지만 우리 국정원 직원들이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과거 그 사람들이 그런 짓 하다가 다 국정원이 개혁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삭제 후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 '입 단속'을 시켰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입단속도 한 적이 없고 할 필요가 없다. 국정원 직원들은 보안 의식이 저보다 더 철저하다"며 "그러한 것을 볼 수 있는 직원들은 지극히 제한된다. 첩보 생산 부처가 있는데 우리가 삭제한다고 해서 그게 삭제되나"라고 재차 강조했다.

박 전 원장은 "현재의 개혁된 국정원에서 우리 직원들은 이런 짓 안한다. 과거 직원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하는데 자기들이 하던 짓을 지금도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바보짓을 한 것"이라며 "(과거 국정원이) 정치 논리로 이런 짓을 했다. 부임한 지 겨우 한 달 남짓 되는 신임 국정원장이 국정원을 걱정원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이날 늦은 오후 "이미 검찰에 고발한 사안에 대해 상세히 밝힐 수는 없으나, 박지원 전 원장 등을 밈스에 탑재되어 있거나 이를 통해 관리·유통되는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고발한 것이 아니며 고발 내용은 이와 전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자체 조사 및 고발 과정에서, 국가 기밀을 유출하거나 기밀문서가 유통·관리되는 방식이 노출된 사실이 없고, 향후 수사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면서도 고발 사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