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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문대림 간 '원팀' 정신 버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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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문대림 간 '원팀' 정신 버린건가

더불어민주당이 20년 만에 제주도지사를 배출하며 제주도정 입성에 성공했으나 출범 초기부터 '원팀'을 둘러싼 심상찮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오영훈-문대림 '원팀' 협약식.ⓒ프레시안

민주당은 지난 6.1지방 선거기간 동안 제주도지사 입성을 위한 '원팀'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그간 당내 경선 불복으로 불거진 파열음으로 인해 번번히 고배를 마셔야 했던 터라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민주당은 그 어느 때보다도 '원팀'에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의 사활을 건 '원팀 선언'은 지방선거 기간 동안 무려 3번이나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제주도당 송재호 위원장은 대선 패배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 4월 18일 오전 제주도 당사에서 도지사 후보들을 불러 놓고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자 '원팀'(ONE TEAM) 서약식’을 열었다.

송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선거 지형은 유리했지만 경선에서 힘을 합치지 못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번만큼은 도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 경선 과정에 원색적인 비난은 없을 것이며, 결과에 승복하고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를 도지사로 만들겠다"며 기필코 '원팀'으로 도정을 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천명했다.

'원팀'은 4월 27일 민주당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최고조에 달했다. 송 위원장은 경선 결과가 오영훈 후보로 결정되자 다음날 즉시 경쟁자인 문대림 후보를 당사로 불러 "하나('원팀')가 되기 위해선 경선에서 진 후보가 어떠한 마음 씀씀이를 갖고 임하느냐에 있다. 제주호라는 큰 배를 이끄는 선장이 제주도지사라면, 선장을 중심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며 '지방선거 원팀 선언식'을 열었다. 치열한 경선을 치른 두 후보 간의 불목(不睦)을 막기 위해 집안 단속에 나선 것이다.

문 후보는 경선 직후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한 걸음에 당사로 달려왔다. 그는 "원팀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낀다. 통합선대위 구성해 승리를 위한 밀알이 되겠다”고 화답했다.

이탈자 단속을 위한 '원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방 선거를 20여 일 앞둔 5월 6일 '제주 미래비전 선포식'으로 이어졌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원팀'을 위한 당시 오영훈·문대림 후보의 연합을 종용했다.

두 후보는 이날 "진심 원팀이 함께 이뤄낼 새로운 제주의 가치는 '풍요로운 제주공동체'다. 후보뿐만 아니라 캠프 전체가 하나로 뭉쳐 도민 곁으로 다가서기 위한 이행방안을 논의해 새로운 제주를 만들겠다"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한마음 한뜻으로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새로운 미래를 향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양 후보 캠프는 특히 ▷민생 안정 최우선 ▷지속가능한 환경 ▷혁신적 대전환 ▷도민 자주권 확대 등 통합된 비전과 가치를 담은 정책·공약을 하나로 묶고, ▷당선 즉시 코로나 일상 회복을 위한 생활 안정 대책 실행 ▷상급종합병원과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등 도민 중심 보건의료 체계 구축 ▷환경생명기금 도입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해소를 위한 수소경제 로드맵 추진 등의 통합 공약을 제시하며 '하나' 임을 강조했다.

결국 민주당의 '원팀'은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제주시을에 전략 공천한 김한규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다. 선거 기간 내내 '원팀 서약' '원팀 선언' '미래 비전 선포' 등 배신자 차단에 나선 덕분이다.

하지만 '원팀'은 거기까지 였다.

오영훈 도지사 인수위는 문대림 캠프에 더 이상 손을 내밀지 않았다. 더욱이 문 캠프에서 추천한 두 명의 인수위원을 손절한 채 마지못해 다른 사람으로 한 명의 인수위원을 천거해 달라고 요구해 문 캠프를 당혹게 했다.

더욱이 인수위는 앞으로의 도정 운영과 정책 협의를 위한 자리를 별도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문 후보와의 '원팀' 정신은 심각히 훼손될 우려마저 제기됐다.

이와 함께 오지사의 전반기 도정을 책임질 제주시.서귀포 시장을 비롯한 출자출연 기관의 인사에도 문 후보 측 인사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다는 시각이 팽배하면서 이에 대한 문 후보 측의 불만이 여러 경로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 도내 출자 출연 기관은 16곳이다. 이중 하마평에 오른 문 후보 측 인사는 현재까지 한 명도 없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원팀' 정신 계승이 오영훈 도정의 앞날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거란 전망을 내놨다. 만일 민주당이 그토록 원했던 '원팀' 정신이 훼손될 경우 정치인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다시는 '우리는 하나'라는 말을 꺼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팀' 정신은 김광수 교육감의 행보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 교육감은 같은 기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지난 8년간의 제주도교육청을 이끌어온 진보 성향 이석문 교육감을 무너뜨리고 제17대 제주도교육감으로 당선됐다. 보수 성향인 김 교육감은 선거기간 후보 단일화가 한때 철회되는 등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하지만 선거 직후 단일화에 합의한 고창권 당시 후보를 인수위원장으로 임명하고 향후 4년 간 제주도의 교육 정책과 자신의 운명을 맡겼다.

또한 자신의 임기 중 가장 중요한 자리에 상반된 정치 성향을 가진 민주당 당직자 출신을 임명하는 파격 행보를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그는 외부 인사 초청 없이 교육청 직원 등 관계자만 참석한 취임식에서 "점령군처럼 행동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마음에 들진 않겠지만 다 안고 가겠다"라고 취임사를 해 교육청 직원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오 지사 역시 지난 7월 1일 취임식을 마치고 제주도청 현판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도청 직원들을 향한 첫 일성으로 "제가 빛나지 않아도 좋다. 여기 계신 공무원들이 빛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며 도민만을 바라보는 도지사와 함께 '원팀'으로 '대동단결'해 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얼핏 들으면 사뭇 근사한 오 지사의 이러한 첫 일성에도 김 교육감과 같은 환호는 나오지 않았다. 일각에선 '말은 행동이 반드시 뒤따라야 빛이 난다' '토사구팽'하는 정치인의 성공을 본 적은 없다'며 '원팀' 복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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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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