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개최하고 피해자 측의 의견을 수렴했으나 당장 이번 회의에서 특정한 안을 제시하거나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4일 외교부는 "조현동 제1차관 주재로 강제징용 문제 관련 민관협의회(이하 '협의회')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며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단체 및 법률대리인 △학계 전문가 및 언론·경제계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자 개최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이 민관협의회 첫 회의인만큼 여러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으며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거나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민관협의회 취지에 대해 "2018년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확정 판결 이후 피해자가 고령화되고 있고 (일본 가해기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현금화 문제 등에 대해 국민적 우려와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의견수렴의 장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가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여 민관협의회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만 획득하려는 것 아니냐는 피해자측 대리인의 지적에 대해 "저희가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요식행위, 즉 절차적인 문제로 (협의회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가 (해결)안을 소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신문>은 지난 6월 29일 한일 양국이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지원하는 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 방안을 피해자 측이 반대할 경우 한국 측이 일단 피해자들에게 재판 결과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고 이후에 일본 측에 해당 금액을 받아 내는 '대위변제'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피해자측 대리인은 이날 협의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보도가 "대리인·지원단이 그동안 한국 정부로부터 전혀 고지받지 못한 내용이었고 위 보도에 대해 외교부의 특별한 반박도 없었다"며 "한국 정부가 협의회를 통해 사전에 내정한 안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만을 갖춰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이러한 의문이 발생하게 된 상황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협의회 참석자 중에) 기금 (마련)안이 있다든지 일측과 조율하고 있다든지에 대한 해명을 (정부에) 요구했고, 그에 대해 저희들은 (해당 안은) 정부안이 아니고 일측과 조율한 적도 없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오늘은 해결책에 대한 방안보다는 각자 강제징용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다음 협의회에서는 보다 초점을 맞춰서 (해결) 방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협의회에서 특정한 안을 확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협의회에서 어떤 방안을 마련해서 찬반 토론 거쳐서 안을 도출하기 보다는 정부가 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협의회 성격 및 목적을 규정했다.
그는 "가능한 조속히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긴장감을 가지고 논의를 진척시킬 것"이라며 이달 중에 다음 협의회를 개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소송 대리인 측인 피해자 측에서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교수와 장완익 변호사, 임재성 변호사 등이 참석했으며 박홍규 고려대학교 교수, 조윤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길윤형 <한겨레> 국제부장, 심규선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서석승 한일경제협회 상근부회장, 박배근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형원 전 주 크로아티아 대사 등이 참석했다.
이 당국자는 "이분들 이외에도 참석하려 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상 오지 못한 분들도 있다"며 "구성원이 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오늘 오신 분들이 주축이 되고 이후 다른 분들도 오시는 열린 협의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이날 오후 3시부터 5시 40분까지 2시간 40분 동안 진행됐다. 이 당국자는 "협의회에 대한 참석자의 열의가 반영됐다"며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자리로 여러 당사자 분들을 모아서 같이 해결을 모색해 간다는 점은 그만큼 해결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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