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친(親)이재명계 의원들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집단 행동에 나섰다. 비(非)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당 대표에게 집중된 공천권과 당직자 임명 권한 등을 최고위원에 분산해야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자, "당 대표의 손발을 묶고 이름만 남기겠다는 의도"라며 반대 입장을 편 것이다. 이같은 친명계의 집단 반발은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됐을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란 점에서, 이 의원의 출마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친명계 의원들은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담기는 민주당의 혁신 전당대회를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준위(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최고위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당 대표의 힘을 빼는 방식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면서 "형식적으로는 단일성 지도체제로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집단지도체제로 바뀔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제언에는 강민정·김남국·김병기·김승원·김용민·문진석·박찬대·양이원영·이수진(동작)·장경태·정성호·최강욱·한준호·황운하 의원 등 친명계 의원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지금 민주당은 개혁과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면서 "이런 중요한 시기에 당 대표의 손발을 묶고 이름만 남기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내 기득권과 공천의 유불리에만 관심을 가지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당원 동지들과 국민께 실망만을 안길 방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동료 국회의원께도 부탁드린다. 당원 동지들과 민의가 반영된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혁신 지도부를 선출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을 혁신하고 쇄신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데 함께 해주시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전준위를 향해 촉구했다.
한준호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 일각에서 제기된 '대표 권한 축소' 주장에 대해 "당 대표의 권한을 분배해 집단지도체제가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권한을 분배하면 책임도 함께 분배돼야 하는데, 책임보다는 권한만 강화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만 한 의원을 포함해 제언문에 연명한 의원들은, 이날 발표가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이번 제언이 '친명계 의견'이냐는 질문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남국 의원도 "현재 상황에서 이재명 의원이 출마를 안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건 그야말로 민주당을 위한 그냥 제언"이라며 "좀더 역동적인 전당대회를 만들기 위해 그런 방향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했다.
이들은 아울러 당 대표 선출 방식과 관련해서는 대의원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체당원의 0.4%밖에 되지 않는 대의원이 당 지도부 선출에서는 4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 명의 대의원이 60명의 권리당원과 같은 투표권을 가지는 것으로는 당원들의 뜻을 오롯이 받들 수 없다"며 "지난달 정당혁신추진위원회가 제안했던 바와 같이 대의원의 비율을 낮추고, 권리당원과 국민여론조사의 비중을 늘려 민주당의 주인이 당원 동지들과 국민이라는 점을 선출과정에서 재확인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의원 비중을 낮추고 권리당원과 국민여론조사 비중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권리당원 비중의 강화로 이어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만일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한 상황에서 강성 지지층 비율이 높은 권리당원 비중이 높아진다면 이 의원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유승찬 정치컨설턴트는 지난 29일 YTN 라디오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40으로 그대로 두고, 대의원 반영 비율을 45에서 30으로 낮추고, 이 낮춘 것을 국민 여론을 더 반영하겠다. 이런 정도로 지금 가닥이 잡혀가는 것 같다"면서 "사실상 지금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사실상 이 권리당원 비중은 그대로 뒀지만, 사실상은 (대의원이 줄었기 때문에) 권리당원 비중을 강화한 것"이라고 해설했다.
전준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전당대회 선거인단 구성에 있어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는 중이라고 밝혔다. 전용기 전준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예비 경선이든 본경선이든 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해 민심을 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많이 올라갔다"며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25~30% 정도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구체적으로 몇 %라고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했다.
전 대변인은 최고위원 권한 강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당이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이룩한 이후 최고위원의 권한이 부족하단 주장은 계속 이야기됐다"면서도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표방하면 순수집단지도체제의 내용을 가져오긴 어렵다. 어느 정도 수정될 순 있지만 완전 당 대표의 권한을 뺏는 건 어렵다"고 했다. 다만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간다면 크게 바뀌는 건 없고 (최고위원) 비율이나 인원수 조정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준위는 7월 초까지 전당대회 선출 방식을 확정하기로 한 만큼, 오는 4일 전체회의에서 마지막으로 격론이 벌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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