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원로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 때의 '기업 프렌들리'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약자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비판했고,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간접 비판하는 듯한 언급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30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사실 '자유주의 시장경제'라는 것은 상식적인 얘기인데 그걸 (정책방향으로) 앞세운다는 것이 내가 보기에는 정책을 하는 사람들로서 뭔가 잘못된 사람"이라고 혹평하며 "지금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얘기해야지, 막연하게 '자유주의 시장경제', '민간 주도 경제' 이렇게 해서 경제 분야를 풀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쉽게 얘기해서 옛날에 이명박 정부 초기에 '기업 프렌들리'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며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것을 보면), 경제라는 게 민간 주도로 해 온 거지 무슨 정부가 주도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결국 모양만, 말만 바꿨다 뿐이지 역시 또 이 사람들도 '기업 프렌들리'로 가면서 핑계 댈 게 없으니까 '민간 주도'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이런 인식이 깔려 있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소위 우리나라의 재벌 그룹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내버려 둬도 자기들끼리 마음대로 경제를 운영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실질적으로 우리가 가장 심각한 상황은 지난 2012년부터 당시 금융위기 이후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회복되지 못한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아무것도 없다"며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은 시대의 상황에 따라서 변해야 된다. 예를 들어 60·70년대에는 경제발전을 하기 위해서 정부가 재벌 위주로 정책을 운용했는데, 이제는 그 사람들은 다 자라서 사실 정부와 맞상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그 다음의 사람들은 어떻게 끌고 가야 할 거냐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7일 국민의힘 의원모임 특강 당시에도 "최근에 와서 보면 (국민의힘 슬로건이었던) '약자와의 동행'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게 슬그머니 없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관련 기사 : 김종인 "대선 승리 후 '약자와의 동행' 슬그머니 없어졌다")
미중 갈등이 이어지는 국제정세 속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도 뼈 있는 지적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각자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쉽게 우리가 그냥 앞서서 얘기를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고언해 시선을 모았다. 미중 간 대립 상황에 대해 그는 "지금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하면 봉쇄할 거냐 하는 상황으로 가는데, 내가 보기에는 경제를 가지고서 봉쇄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게 성공하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 영국이 독일의 성장세를 견제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독일이 이를 극복해낸 사례를 들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가하면 중국은 자체 자정력으로 회복하기 위해서 '우리도 어떻게 빨리 좋은 걸 만들어낼 수 있느냐' 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니까 경제 논리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힘의 논리로만 갖다가 억누른다고 되지 않는다"며 현 국제 정세에서 한국이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가 지금 우려하는 것은 우리도 지나칠 정도로 너무나 자신감에 찬 것처럼 자꾸 행동한다(는 것)"라며 "일본이 80년대까지는 '일본이 넘버원이다'라는 얘기를 했고, 최근에 와서 우리도 무슨 BTS다, <오징어 게임>이다 이런 문화까지 세계를 지배하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말이 선진국이지만 제반 여건은 선진국과 같은 사회·정치구조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경고했다.
정치 상황과 관련해서는, 여당의 국민의힘에 대해 "대통령이 선출된 정당이라도 반드시 정당의 생각과 정부의 생각이 똑같을 수는 없는 것이니 서로 비판적 입장도 취하고 최대공약수를 취사선택해 이끌어가야만 국민이 순응할 것"이라며 "그저 정부를 따라가다가 결국 국민이 (정부를) 심판해 버려서 집권을 놓쳐버리면 당이 무기력해진다. 그런 역할을 더 이상은 하지 말라"고 쓴소리를 했다.
지난 27일 자신이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주도 공부모임 '미래혁신포럼'에서 강연한 것이, 장 의원 등 당내 친윤(親윤석열)계의 '이준석 고립' 전략에 일조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미래혁신포럼이라는 것은 내가 들어보니까 장 의원이 21대 국회가 시작돼서 그때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분이 거론도 되지 않았을 때 이미 혁신을 위해서 하나의 국회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며 "우리나라 혁신의 갈 길이 뭐냐 이런 얘기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강의한 것이지, 언론에서 얘기하는 식으로 이런저런 추측들을 많이 하는데 그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위원장은 여당 내 갈등 상황에 대해서는 " 나는 사실 이준석 대표가 윤리위에 회부됐다고 들었을 때 무엇 때문에 그러한 일이 벌어져는지 잘 몰랐다"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해서 여당이 결속해 정부를 보좌해 줘야 되는 입장에 있지 않느냐. 야당과 협치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역할을 해줘야 되는데 지금 초기 당내 사정이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에 있어서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짜증스러운 모습이 아닌가"라며 "내가 보기에는 윤리위원장이 7월 7일에 최종 판단을 한다고 하니 어떤 판단이 나오나 그때까지 기다려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각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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