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호 국민의힘 대변인이 기자들과 식사를 한 뒤 "다음에는 남성 기자들과 식사하자"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대변인이 업무 연장 성격의 식사 자리에 여성을 배제하는 '펜스룰(Pence rule)'을 적용하려 한 셈이다. 기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문 대변인은 즉각 사과 의사를 전했지만 당 차원의 별도 조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프레시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문 대변인은 지난 22일 임형빈 상근부대변인과 함께 한 신문사 소속 국민의힘 출입기자 3명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가진 뒤 기자들이 '다음에 식사 한 번 더 하자'는 말을 건네자 "다음에는 남성 기자님들과 함께 식사하시죠"라고 답했다고 한다. 당일 식사를 함께한 기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기자들이 그같은 발언의 이유를 묻자 문 대변인은 '대변인이 되기 전 내가 설립한 시민단체에서 일하며 여성들의 성폭력 무고로 남성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를 너무 많이 목격해 정신적 외상을 입었고 이 때문에 여성들만 있는 자리가 불편하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변인은 성범죄 무고 사건 등을 다루는 시민단체 '당당위'를 설립해 활동하다 지난 4월 국민의힘 대변인단 선출 토론배틀인 '나는 국대다'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해 대변인이 됐다. 토론배틀을 통한 대변인 선출은 이준석 대표의 전당대회 공약 중 하나였다.
기자들은 이후 이 대표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즉각적 조치를 약속받았다. 다음날인 23일 문 대변인은 식사를 함께 한 기자에게 전화해 "어디까지나 제 개인사이고 힘들어도 스스로 감내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대변인실은 문 대변인의 행동에 대해 당 차원의 다른 조치는 없냐는 <프레시안>의 질의에 대해 "사과를 해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는 답만 했다.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에게서 유래한 '펜스 룰'은 남성이 성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여성과만 만나는 자리를 피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성적으로만 규정하고 여성의 공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많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을 맡아온 이은의 변호사는 "(여당 대변인이라는) 신분과 지위, 사적인 성격이 아닌 업무적 성격의 자리였다는 점을 몰각한 발언이라는 문제점이 있다"며 "뭐가 문제인지조차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고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국민들은 차별이나 '펜스룰'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다 같이 느끼고 (그같은 일이 없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여당 대변인이 자신의 지위에서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며 "('펜스룰' 등이) 여성의 사회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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