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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러시아산 원유 적극 구매로 서방 제재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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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러시아산 원유 적극 구매로 서방 제재 무력화

러, 중국서 사우디 제치고 원유 2위 공급국…인도, 러시아산 원유 정제해 미국·유럽으로 재판매 의혹

서방이 출혈을 감수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전쟁자금의 원천으로 지목되는 석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중국 및 인도가 값싼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박차를 가하면서 제재 효과가 거의 상쇄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도에서 정제 뒤 출처를 알 수 없게 된 러시아산 원유가 유럽과 미국으로 비싼 값에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러시아가 중동 산유국들의 텃밭이던 아시아 시장에 침범하고 중동 국가들은 유럽의 원유 대체 공급처가 되려고 노력함에 따라 석유 수출국들의 역학 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노르웨이 소재 에너지전문분석업체 리스타드 에너지 자료를 분석해 지난 3~5월 일일 기준 유럽으로 향한 러시아산 원유는 55만4000배럴 가량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아시아로 향한 원유량은 50만3000배럴 늘어 아시아 수출 증가분이 유럽 수출 감소분을 거의 상쇄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린 아시아 국가는 중국과 인도다. 리스타드 에너지는 5월 인도와 중국이 합쳐서 하루 240만배럴 가량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으며 이는 러시아 수출량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관세청인 해관총서 자료를 인용해 5월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이 842만톤(t)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5%나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4월에 비해서도 25%나 증가한 양이다. 통신은 러시아산 원유 구입을 적극 늘림에 따라 중국에 원유를 가장 많이 공급한 국가가 19개월만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로 바뀌었다고 짚었다. 사우디는 지난달 중국에 원유를 782만톤 수출하며 2위 공급처로 내려앉았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림에 따라 양국 관계가 긴밀해지고 미국과의 긴장이 더 팽팽해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매체는 그러나 현 상태로는 러시아가 중국의 도움이 더 절실한 상황으로 중국이 양국 관계에서 점차 더 우위를 점할 것으로 봤다.

인도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적극적이다. 영국 BBC 방송이 에너지 정보업체 케이플러의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까지 러시아산 원유를 거의 구매하지 않았다.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이 주요 원유의 주요 수입원이었고 러시아산 원유는 전체 수입의 2% 가량만 차지했다. 방송은 지난해 일일 기준 러시아산 원유를 6만배럴 가량 수입했던 인도가 5월에는 일일 74만배럴을 수입하며 사우디(일일 71만배럴)를 제치고 이라크(일일 107만배럴)에 이어 인도의 2위 원유 공급처로 자리 잡았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늘린 것은 서방 제재에 대한 궁여지책으로 러시아가 할인가에 원유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확한 가격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원유값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이 시기에 러시아산 원유가 시장가에 비해 배럴당 30달러 가량 싸게 팔리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인도 정부가 최근 몇 주간 자국 석유 기업에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해서 구매하고 할인의 이점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강력히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정유업체는 원유 자체를 값싸게 수입하고 있을뿐 아니라 이를 정제해 한창 석유 제품값이 오른 시장에 되팔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매체는 "일단 원유가 경유나 휘발유로 정제되고 나면 원산지가 러시아인지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러시아산 원유가 이들 국가에서 정제된 뒤 유럽이나 미국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핀란드 소재 싱크탱크 에너지와청정공기연구소(CREA)는 지난 1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인도에서 정제된 석유제품이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라우리 밀리비르타 CREA 수석분석가는 "인도 정유사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해 미국 시장에 팔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투자은행 RBC 캐피털마켓 분석가를 인용해 "인도가 사실상 유럽의 정제 허브가 되어가고 있다"며 심지어 이런 방식으로 경유 등 석유 졍제제품을 구매할 경우 러시아에서 송유관으로 받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유럽 내 물가를 상승시키는 효과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상품전략책임자는 "2차 제재를 받지않는 한 승자는 인도"라고 이 매체에 말했다.

CREA는 보고서에서 화석연료값이 지난해에 비해 60% 가량 뛰었기 때문에 러시아의 수출량이 줄고 할인 판매를 한다고 해도 5월 화석연료 수출 수입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0% 가량 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것으로 봤다.

러시아가 아시아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데 비해 중동 산유국들은 점유율이 30%에 달하던 러시아산 원유의 대체 공급처를 찾는 유럽 지역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동에너지전문지 <MEES>는 17일 이라크가 7월 공식 원유 판매 가격을 미국에 대해선 현상 유지한 반면 유럽에 대해서는 내리겠다고 밝혔다며 "이라크가 유럽 시장 확대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러시아산 원유를 퇴출하려는 유럽의 노력으로 인해 세계 석유 무역이 재편되고 중동 생산자들에게 새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고 짚었다.

중동산 원유 수입이 많던 인도 및 중국이 값싼 러시아산 원유에 눈을 돌리고 원유를 주로 러시아에서 수입하던 유럽이 중동 공급처를 찾음에 따라 중동 산유국 중심으로 꾸려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내부의 역학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매체는 "OPEC+는 러시아가 유럽 시장에 집중하고 걸프 국가들이 중국 시장에 집중함으로써 협력했는데 갑자기 걸프 국가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러시아와 경쟁하게 됐다"며 "러시아가 중국과 인도에서 중동산 원유 점유율을 감소시키려 하는 데 따라 OPEC+는 혼란에 빠지고 러시아는 석유 시장과 중동에서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구자라트주 잠나가르에 있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정유공장을 지난해 6월 17일 촬영한 사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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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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