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발언으로 당원 자격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당 윤리심판원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할 뜻을 밝히자,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최 의원 징계를 주도했던 박지현 전 위원장이 "부끄럽다"며 재심 포기와 사과를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22일 새벽 SNS에 쓴 글에서 "민주당이 진실을 외면하고 광기어린 팬덤의 포로가 되어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부끄러울 뿐"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장문의 반박글로 윤리심판원의 결정을 부정하면서 재심 신청을 하고 당을 깊은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는 최강욱 의원이 한없이 부끄럽다"며 "민주당이 민심으로부터 완전히 버림받기 전에 최 의원은 재심 청구를 철회하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또 "지선 참패 책임이 가장 큰 처럼회는 강성 팬덤과 인연을 끊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날에는 "처럼회는 해체해야 한다. 강성 팬덤에 기대 당과 선거를 망친 책임을 인정하고 자숙해야 한다"고 했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글에서 "검수완박, 성희롱 비호, 한동훈 청문회 망신으로 선거 참패를 불러 놓고도, 단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오히려 저를 공격하는 처럼회 의원들이 부끄럽다"며 "징계가 잘못됐다고 부정하고, 윤리심판원 위원들의 얼굴을 공개하고, 인신공격을 퍼붓는 '처럼회의 좌표부대'들이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22일자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최 의원에 대한 중징계는 당연한 귀결이다. 최 의원은 성희롱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사건 정황과 피해자 진술을 보면 성희롱 발언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성희롱 발언을 은폐하려 한 정황을 징계하지 않은 게 유감"이라고 했다. 같은날자 <조선일보> 사설은 최 의원이 끝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데 대해 "현장에서 그 말을 들은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이렇게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나. 대화의 앞뒤 맥락을 봐도 (징계 대상이 된 '○○○' 발언. 자위행위 등을 일컫는 속어를) ‘짤짤이’라고 말했다고 변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좀더 노골적으로 꼬집었다.
그러나 모 방송인 등 민주당 강성 팬덤은 '○○○라고 말한 장면이 녹취된 동영상이 없다', '증거가 없다'는 따위의 말을 늘어놓으며 징계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범죄 현장을 찍은 동영상이 없으면 증인의 증언이 있어도 용의자가 무죄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20일 회의에서 최 의원 징계를 결정한 후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위원들 전체가 동일한 사실을 확정지었다"(김회재 위원)라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의 이날 '좌표부대' 발언은 이같은 당 안팎의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당내 소신파 대표 격인 박용진 의원도 전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리심판원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을 넘어서 2차 가해, 거짓말하고 부인한 것을 상당히 무겁게 본 것 같다"고 했다. 박 의원은 "그걸 감싸고 은폐를 도와준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 분들도 일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최 의원을 넘어 그 비호 세력에 대한 징계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은 나아가 "민주당의 반성과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저를 형사 고발까지 하는 폭력적 팬덤이 부끄럽다"며 "민주당은 반성하고 쇄신해 달라고 (저에게) 비대위원장의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반성을 할 때마다 저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쇄신을 할 때마다 저를 윽박질렀다"고 꼬집었다.
그는 "제가 반성과 쇄신을 줄기차게 외쳐서 지선에서 패배했다고 저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있다"면서 "지선에 참패하고 또 반성과 쇄신을 한다고, 두번째 비대위를 꾸렸는데 또 그대로다. 아무런 쇄신도 어떤 반성도 없다"고 현 '우상호 비대위'를 겨냥하기도 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전날 최 의원 징계에 대해 사견을 전제로 "좀 세다"고 논평한 데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최 의원은 전날 SNS에 글을 올려 “윤리심판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앞으로 당헌당규에 의해 주어진 재심 신청 절차를 통해 사실과 법리에 대한 추가적인 소명과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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