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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첫 참석에 대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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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첫 참석에 대한 제언

[좋은나라이슈페이퍼] 글로벌 나토(Global NATO)와 만나는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월 29일~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정상회의에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이전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 노선 변화에 따른 결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에 기반한 여론의 평가는 여야 지지 성향에 따라 긍정과 부정으로 뚜렷이 나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우리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탈냉전 이후 지역안보협력기구인 나토가 글로벌안보협력기구로의 진화를 모색해온 역사적 배경과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한국과 나토간 관계 설정을 고민하며 지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외교정책의 연장선상 위에서 그 의미와 과제를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

글로벌 나토(Global NATO), 지역안보협력기구에서 글로벌안보협력기구로의 진화 행보

나토는 냉전 초기 소련으로부터 서유럽 국가들의 안전보장을 위해서 북미 및 서유럽 국가들이 정치 및 군사 동맹 성격으로 창설한 지역안보협력기구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현재 총 30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나토는 냉전 종식 이후 일부 회원국들이 그 유용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표명하기도 했지만,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신흥국들의 부상과 초국경적 테러집단의 활동 등과 같은 국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서구가 새롭게 직면하게 된 안보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나토 차원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탈냉전 시기 변화한 국제환경에 부합되는 새로운 나토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왔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2000년대 중반 처음 등장한 개념이 ‘글로벌 나토(Global NATO)’이다.

글로벌 나토는 냉전시기 대서양 양안 국가들의 지역안보협력기구였던 나토를 탈냉전시기 보다 확대되고 심화된 형태의 글로벌안보협력기구로 진화시키자는 구상이다. 이는 나토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한 개념은 아니지만 2006년 라트비아의 리가에서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처음 제기된 이후로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왔다. 당시 2006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영국과 나토 사무총장은 그동안 나토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칸반도, 지중해에서 다르푸르까지 도전적인 임무 및 작전 수행을 통해서 민주주의, 자유, 평화를 지켜온 성과를 강조하면서, 변화된 국제질서와 초국가적 안보위협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 나토가 대서양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역할과 위상을 모색해야한다고 역설한다.

당시 미국은 사실상 나토가 글로벌동맹으로 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영국과 나토 사무총장의 입장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였으나,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대륙에 위치한 대다수의 회원국들은 이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특히 프랑스는 나토의 진화나 역할 강화보다는 오히려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을 중심으로 유럽 차원의 독자적인 안보역량 확충을 통해서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보다 강화하기를 희망하는 입장이었다. 이에 그동안 글로벌 나토에 대한 논의는 주로 영미권 관련 학계 및 안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논의되어오다가, 2010년대에 들어와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소위 G2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중국의 부상이 유럽의 안보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된다.

그 결과 탈냉전 시기 나토는 주요한 안보 위협으로 과거 소련에 대한 대응의 역사적 연장선상에서 러시아를 전통적 안보 위협 대상으로 상정하고, 이와 함께 유럽과 지리적으로 인접해있지는 않지만 G2 시대 세계질서를 양분하기 시작한 중국도 새로운 안보 위협 대상으로 상정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냉전 종식 및 독일 통일 이후 동쪽 지역으로 회원국 확대를 지속해가면서 러시아에 대해 공세적인 행보를 보여온 소위 ‘나토의 동진’은 국내에서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었지만,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상정한 나토의 적극적 행보는 EU와 중국간 경제적 관계 심화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중국을 상대적으로 여전히 협력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EU와는 달리 나토는 중국을 미국과 유럽의 공동 안보 위협으로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對나토 외교정책, 신구 정부간 연속성 맥락 위에서 차별성이 고민되어야

이처럼 탈냉전 이후 나토가 러시아는 물론 중국을 서구의 공동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나토의 최고의결기관인 북대서양이사회(North Atlantic Council, NAC)를 통해 보다 구체화된다. 나토는 이 회의에서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제질서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4개국들과의 정치적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결의하게 된다. 그리고 이후 수 년간 이들 아시아-태평양 4개국들과 글로벌 파트너로서 나토와의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양자간 및 다자간 논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그 결과로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2년 4월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부 장관으로서는 최초로 나토 외교장관회의에도 참석하게 된다.

당시 나토 외교장관회의에는 30개 회원국들과 함께 8개 비회원국의 외교장관들이 참석했는데, 사실상 러시아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력국으로 핀란드, 조지아, 스웨덴, 우크라이나가, 그리고 중국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력국으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초대받은 것이다.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는 나토 정상회의의 참여국들은 바로 앞서 개최된 이 나토 장관급회의 참석 국가들과 동일한데,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참석했던 나토 장관급회의는 이번 나토 정상회담의 의제 조율 등을 위한 사전 준비 성격도 함께 갖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준비한 나토에 대한 한국의 외교정책 연장선상위에 있고, 이를 단순히 진영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

국가의 외교정책은 국내정책과 달리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상당 부분 전임 정부가 추진해온 중장기적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연속성을 가지고 접근해야하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설령 변화가 필요한 경우에도 그 정책 전환의 속도가 다양한 국내외 행위자들이 예측가능할 수 있도록 완만하게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앞서 정의용 장관이 참석한 나토 장관급회의에서 밝힌 우리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여 이에 기반해 새정부 기조에 맞는 변화의 범위와 속도를 정해나가야 한다. 단순히 국내정치에서의 대립구도를 외교정책에 거칠게 투영시켜 소위 과거 미국 부시 행정부가 보여주었던ABC(Anything but Clinton)식의 차별화 혹은 뒤집기에 나서지는 않는 것이 필요하다.

앞선 나토 장관급회의에서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엔 헌장의 심각한 위반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이 현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국제법적 차원은 물론 규범적 차원에서의 공식적 입장을 명확히 천명한 바 있다. 그리고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총 4천만불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향후에도 추가 지원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 지원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우리 정부의 노력은 군사적 지원보다는 인도적 지원을 중심으로 전개하겠다는 방향도 명확히 한 바 있다. 이는 나토 주요 회원국들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기본 인식을 공유하면서도, 국제법상으로는 여전히 전쟁이 끝나지 않은 한반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군사적 지원보다는 인도적 지원을 중심으로 수행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한반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신냉전의 두 전선이 되지 않기 위한 초당적 외교의 필요성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하게 된 이번 나토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외교적 실익을 위해서 대통령이 유의해야할 지점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앞서 전임 정부가 나토에서 취한 입장은 한국이 현재 처한 상황에서 국익에 최대한 부합되는 방향이므로 초당적 외교 차원에서 이러한 입장을 후임 정부도 지속적으로 견지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 이것이 국제법적 및 규범적 차원에서 러시아의 침공이었다는 문제의식을 나토 회원국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법상으로 여전히 전쟁이 끝나지 않은 한반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보다는 인도적 지원의 노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또한 나토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회원국들의 공감대와 협력 가능성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논의하되, 이러한 논의가 나토의 대중국 견제에 활용되거나 그 반대급부가 요구되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나토가 외교장관회담에 이어 정상회담에서도 아시아-태평양 4개국을 포함시키는 것은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중국의 부상이 서구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나토의 전략적 인식과 이해관계가 철저히 반영된 결과이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 전임 정부와는 차별화된 정책을 펼치고 싶다면, 그것은 한-미 양자관계라는 틀을 통해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그 위상과 성격을 고려할 때 나토와의 협력은 한반도 북핵문제 해결에서 실익은 크지 않으면서 중국과의 관계만 일방적으로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유럽은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경제적 협력은 EU를 중심으로 심화시켜 나가면서도, 안보적 대응은 나토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강화해가는 것을 통해, 협력과 경계의 긴장관계를 유지해가면서 외교적 및 경제적 실리를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유럽은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기존의 나토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이와는 별도로 EU의 공동안보방위정책(Common Security and Defence Policy, CSDP) 차원에서 독자적인 상비군 구상을 구체화시켜 나가고 그러한 과정에서 항구적안보협력체제(Permanent Structured Cooperation, PESCO)라는 독자적인 안보협력체제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러한 유럽을 둘러싼 외교적 지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럽과 미국을 전략적으로 분리해서 접근하고 무엇보다도 외교를 국내정치의 희생양으로 삼지 않으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필요하다.

만약 한반도 평화를 위해 유럽과의 공조 강화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나토보다는 EU와의 협력이 주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과거 정부의 성과와 한계를 초당적 차원에서 균형감 있게 분석하고 이에 기반해 외교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과거 ‘유럽의 한반도 중재자론’이 회자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이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선의에 기반하였다 하더라도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유럽을 미국의 대체재 성격으로 기대하는 주관적 희망이 객관적 정세로 치환되는 국면이었다. 이는 역으로 현 정부에서도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유럽을 단순히 미국의 보완재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제공한다. 신냉전의 시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이어 한반도가 또 하나의 전선이 되지 않도록 초당적 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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