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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뒤집힌 '서해 피살' 사건, 윤석열-문재인 정부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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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뒤집힌 '서해 피살' 사건, 윤석열-문재인 정부 진실게임

대통령실 "자진 월북 프레임 때문에…" vs 윤건영 "어정쩡한 결론으로 사실관계 호도"

지난 2020년 북측 서해상에서 총격으로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월북 의도' 여부를 둘러싸고 전‧현 정부 간 진실공방이 불가피해졌다.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은 16일 "피격 공무원의 월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장 조사와 국제 사법공조 등 종합적인 수사를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윤형진 국방부 정책기획과장도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면서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다"고 했다.

지난 2020년 9월 21일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남방 2킬로미터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수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는 다음날 오후 북한 해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북한군은 이 씨를 총격 사살하고 시신까지 불태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관해 당시 국방부는 사건 발생 이틀 후인 9월 24일 이 씨가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부유물에 올라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점, 선박에 신발(슬리퍼)을 벗어두고 간 점, 북측 발견 당시 월북 의사를 밝히는 듯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월북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경도 감청한 북한의 통신 신호와 해상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을 근거로 이 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9월 29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해경은 사망한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해경과 국방부의 이날 발표는 2년 전 수사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국방부는 특히 "2020년 9월 27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관련 주요쟁점 답변지침을 하달받았다"고 밝혀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안보실 차원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종자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에 대한 항소를 이날 취소한 대통령실은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요구에 국가가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게 우리 판단"이라고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만일 민간인이 북한군에 의해 무자비하게 피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진 비인권적인 만행이 이뤄졌는데, 뚜렷한 증거 없이 자진 월북이라는 프레임 때문에 한 사람의 잘못으로 규정됐다면, 그에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밝혀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전임 정부의 의도에 대해선 당시 청와대 기록들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열어보지 못하는 만큼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피격으로 사망한 이 씨의 '월북 의도'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증이 어려운 데다, 해경과 국방부가 입장을 번복한 배경에 대북 접근법이 현저히 다른 전‧현 정부의 기류가 작용한 것으로 관측돼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구(정부) 갈등이 아니라 유가족들의 진상 규명에 대해서 정부가 응답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실에 근무했던 사람들에 책임을 물을지 여부에 대해선 "지금까지 나온 자료 이상의 무엇이 필요할 거 같고, 그걸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재직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오늘 해경의 발표는 월북 의도가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도 내놓지 못한 채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려, 오히려 교묘하게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오늘 윤석열 정부의 발표는 당시 문재인 정부가 특정 정보를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누락해 그와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라 단정짓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보안이 생명인 안보 관련 정보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왜곡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며, 이는 국가적 자해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과 관련해 일부 언론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도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에 매달려 우리 국민 보호에 소홀했던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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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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