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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실은 비행기, 이륙 직전 드라마같은 취소…난민 내쫓으려던 영국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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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실은 비행기, 이륙 직전 드라마같은 취소…난민 내쫓으려던 영국 '망신'

우크라이나 난민과 차별 대우 지적되기도…영국 정부는 강행 방침

영국에 망명을 신청한 이주민 일부를 르완다에 돈을 지급하고 이송하려던 영국 정부의 계획을 유럽인권재판소(ECtHR)가 저지했다. 이주민을 실은 르완다행 첫 항공편의 비행은 이륙을 10여 분 앞두고 취소됐다.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은 14일(현지시각) 7명의 이주민을 싣고 밤 10시30분에 르완다로 출발하기로 예정됐던 전세기에서, 출발을 15분 앞둔 10시15분에 탑승객이 전원 하차했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7시30분께 유럽인권재판소는 르완다로의 이송을 막아달라는 한 이라크 남성의 요청이 타당하다고 인정했고 남성의 이송을 중지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소는 정확한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이 남성이 르완다로 이송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실질적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봤다. 재판소는 또한 유엔(UN)이 르완다로 이송된 이주민들이 "공정하고 효율적인" 난민 지위 인정 절차에 접근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4월 영국 정부는 불법으로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에 망명을 신청한 이주민을 비롯한 일부 이주민들을 르완다로 이송할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당시 보트를 타고 넘어오는 이주민의 70% 이상이 40세 미만 성인 남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진정한 난민인 여성과 어린이"를 위해 쓸 돈이 이들과 이들의 밀항을 돕는 인신매매업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성인 남성 위주의 이송 추진 계획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보트를 통한 불법 이주를 줄일 수 있고 이민자의 숙소 제공에 드는 하루 470만파운드(약 73억원)의 비용을 비롯해 망명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드는 연간 15억파운드(약 2조3천억원)의 예산 일부를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 정부는 이를 위해 르완다에 1억2천만파운드(약 1861억원)를 선지급하고 이주자를 추가로 이송함에 따라 추후 비용을 더 지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송 대상을 "영국에 불법 입국한 모든 사람"이라고 설명하며 이송 인원에 제한이 없음을 시사했다.

영국 정부의 계획은 발표 직후부터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즉각적 비난을 받았다. 160곳 이상의 단체들이 이 계획에 반대를 표명했다. 국제앰네스티 영국 난민·이민 권리 국장인 스티브 발데즈-시몬즈는 이 계획이 "무책임의 극치"이며 "충격적일 정도로 잘못된 구상"이라고 비난했다. 인권단체들 및 망명 신청 당사자가 이민자 영국 법원에 이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했지만 기각됐다.

야당인 노동당은 이 정책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파티에 참석한 것이 밝혀지며 불거진 소위 '파티게이트'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파티게이트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존슨은 지난주 당내 신임투표에서 겨우 과반을 넘는 지지를 받아 총리직 유지가 결정됐다.

계획이 일반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2463명의 영국 성인에게 해당 계획에 대한 의견을 물어 1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4%의 응답자가 이 정책을 지지하는 반면 40%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계획 발표 직후 크리스 데본이라고 밝힌 한 영국 시민은 BBC 라디오에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다른 사람을 돕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목도했다. 우리나라가 이런 가치를 잃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정책이 보트를 통한 이주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BBC를 보면 정책이 발표된 직후인 4월18일부터 6월5일까지 보트를 통한 이주자가 3599명 도착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는 지난해 4~6월 보트를 통해 들어온 이민자 수인 4554명에 못 미치지만 전체 기간 총계가 나올 경우 수는 늘어날 수 있어 정책의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설명이다. 영국 싱크탱크 공공정책연구소(IPPR) 이주 담당 부국장인 말리 모리스는 "이주자들은 그들이 향하는 나라의 이주 관련 법제도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다"고 BBC에 말했다. 해당 나라에서 이주 정책을 엄하게 하든 느슨하게 하든 이주자의 이주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미다.

정책 발표 뒤 일부 이주민들은 우크라이나 난민과의 차별 대우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라크에서 정부 인사를 비판한 뒤 총을 맞고 손가락을 잃은 28살 이주민 아흐메드는 <가디언>에 "나는 우크라이나 난민과 마찬가지로 안전한 장소를 찾고 있는 난민"이라며 "영국에 나를 이 곳에 머물며 안전한 삶을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외엔 바라는 게 없다"고 말했다. 아흐메드는 정부에서 자신을 세 번이나 죽이려 해 가족이 인신매매업자에게 큰 돈을 지불하고 자신을 탈출하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난민 담당 장관은 우크라이나 난민이 르완다로 보내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르완다가 이주자를 이송하기에 안전한 장소인지도 논란이다. 영국 정부는 이번 계획을 발표하며 르완다가 안전한 나라라고 강조했지만 불과 지난해 1월 UN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서 르완다에 살인·실종·고문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며 인권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다.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에도 영국 정부는 이주자 수송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륙 실패를 두고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은 "실망했다"면서도 "즉시 다음 비행편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앞서 존슨 총리도 르완다 이송 계획을 반대하는 것은 "범죄 행위를 방조하는 것"이라며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르완다 정부 쪽도 첫 비행편 이륙 실패로 이 계획이 "중지되지 않았다"며 "르완다는 이주민에게 우리나라에서 안전과 기회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14일(현지시각) 영국에서 7명의 이주자를 싣고 르완다로 향하려던 비행편의 모습. 이날 유럽인권재판소(ECtHR)의 저지로 이 비행편은 이륙 직전 비행이 취소됐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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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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