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의 일몰 폐지 등을 놓고 정부와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에 화물연대는 일주일째 파업을 이어가게 됐다.
화물연대는 13일 국토부와 지난 주말과 휴일 이틀간 긴 논의 끝에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최종 타결 직전, 국민의힘의 반대로 교섭이 결렬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의힘은 화물연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맞받았다.
안전운임제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최저임금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일종의 최저임금의 역할을 한다. 낮은 운임으로 과로·과적 운행이 일상화된 화물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운임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가 공표하는 운임이다. 안전운임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말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연대 "국민의힘이 돌연 장정 합의 번복"
총파업 일주일 째를 맞은 이날 오전 화물연대는 입장문을 내고 "국토교통부에서 제시한 대로 국민의힘, 화주단체(무역협회, 시멘트협회)를 포함해 '안전운임제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품목 확대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을 약속한다'는 잠정안에 합의했다"며 "그러나 최종 타결 직전 국민의힘이 돌연 잠정 합의를 번복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와 국토부는 토요일인 지난 1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정부세종청사에서 10시간 넘게 대화를 한 데 이어 일요일인 전날에도 오후 2시부터 8시간 넘게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정부 측에서는 국장급인 국토부 물류정책관이 대표로 나섰고, 화물연대에서는 수석부위원장이 나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품목 확대 등의 안건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다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협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채 국토부가 국민의힘을 대리해서 참석했다. 하지만 전날 오후 10시 잠정적으로 합의된 최종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합의에 대한 반대의사를 국토부를 통해 전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는 "교섭 장소에 참석하지도 않은 채 합의 내용에 관여하던 국민의힘은, 최종적으로 합의된 안을 두고 공동성명서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합의를 번복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토부는 이해관계단체와 정부여당이 포함된 기존의 4자 협의(국토부, 화물연대, 국민의힘, 화주단체(무역협회, 시멘트협회))에서 화물연대와 국토부간 양자간 공동성명서로 바꾸어 합의 도출을 추진하자고 요청했다. 이는 본래 협상의 의의를 정부 스스로 외면한 처사라는 입장이 나왔다.
화물연대는 "그동안 협상에 응한 것은 4주체의 합의라는 대승적 차원의 의미를 존중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자신들이 먼저 제안했던 4자 협의가 이제는 불가능하다며 화주와 국민의 힘을 제외한 양자 간의 협의를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심지어 4자간 공동성명서 합의 내용보다 후퇴한 안을 일방적으로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안전운임제 반대? 사실 무근... 국토부가 협상하는 거지 정당이 개입할 사안 아니다"
이번 결렬을 두고 화물연대가 국민의힘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안전운임제는) 일몰법이라 입법사안이지만 국토부가 협상하는 것이지 정당이 개입할 차원이 아니라고 본다"며 화물연대와 여당간의 교섭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여당이 안전운임제에 반대해 화물연대와 국토부 등의 교섭이 결렬됐다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라는 취재진의 질의에 "그 부분은 사실무근이라고 판단한다"며 "그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아침 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안전운임제가 국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인정했다. 일몰제의 시한을 연장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날 아침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안전운임제가 입법으로 도입됐던 것이기 때문에 마지막은 국회가 풀어야 하지 않냐'는 사회자의 질의에 이 대표는 "그렇죠"라고 답하며 "일몰제의 시한을 연장해서 조금 더 이런 성과를 측정하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크게 이견은 없습니다마는 이걸 영속화할 것이냐에 대해선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안전운임제라는 것이 화물노동자 입장에서는 결국 최저임금제에 가까운 거 아니겠냐"며 "일몰제 폐지를 하게 되면 사실 영구입법화 되는 것인데, 이 부분은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하게 된다"고 했다. 이 대표 스스로 국회의 개입 필요성을 두고 앞뒤가 안 맞는 입장을 편 셈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협상 당사자는 화주(貨主)와 화물연대이고, 정부는 중간 조정 역할"이라며 "우리는 협상 당사자가 아니다. 협상 당사자는 화물연대와 화주이고, 정부가 중재를 하는 것"이라며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도 "안전운임제는 입법 사항이니 (국회로) 넘어오면 검토할 수가 있다"며 "집권여당이어서 정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상황파악 정도는 할 수 있으나, 화물연대가 (협상에) 우리가 반대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책임이 없다는 여당의 설명과는 달리 안전운임제는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화주와 화물연대간의 협상만으로 성립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8년 안전운임제 도입 당시 국회는 제도가 일몰되기 1년 전인 2021년에 국토부가 시행 결과를 보고하면 제도 지속 여부 및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일몰 6개월이 남은 현재까지 국토부의 보고도, 국회의 논의도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는 게 화물연대의 설명이다.
국토부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화물연대의 '국민의힘에서 합의를 번복하면서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화물연대가 국토부와 합의를 이루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은 실무 대화에서 논의된 것 중 하나로서 최종적으로 합의가 된 사항은 아니"라며 "국토부가 화물연대와 논의된 사안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 과정에 일부 이견이 있어 결국 대화가 중단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