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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오가는 선원,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인권의 바람] 노동자와 승객을 사지로 모는 기업

넘쳐나는 말과 사건 속에서 인권의 가치를 벼리기 위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들의 고민을 <프레시안>에 연재합니다. 우리의 말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여는 싹이 되고, 인권 감수성을 돋우는 생각의 밭이 되기를 바랍니다.

▲강릉여객터미널에서 출항 대기중인 씨스포빌 여객선 ⓒ고태은

강릉항과 묵호항 앞, 오전 8시에 배가 뜨는 날이면, 새벽 6시부터 민주노총 민주연합노조 해운지부 조합원들이 시민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노래를 튼다. 여행으로 신이 난 승객들에게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 되세요"라고 인사도 건네고, 파고가 높은 날에는 "오늘은 멀미약 챙겨 드세요"라고 걱정도 건넨다. 승객들이 탑승이 끝나는 7시 50분쯤 이들은 여전히 항구에 남아 출항하는 선박에 손을 흔들며 "○○아, 조심히 다녀와"라고 소리친다. 그들의 손에는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피켓이 높이 들려있다. 이들은 불과 1년여 전까지는 씨스포빌 여객선을 운전하던 선원이었다.

여전히, 노조 만들었다고 쫓겨나는 노동자들

씨스포빌은 리조트 사업으로도 유명하지만, 강릉항과 묵호항에서 출발하여 울릉도와 독도를 운행하는 여객선사로도 자리 잡았다. 강원도에서 출발하는 울릉도와 독도 여행은 다양한 레저스포츠와 결합하여 인기 많은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씨스포빌 여객선사는 이 사업을 통하여 큰 이익을 봐왔다.

그러나 이윤의 추구는 비단 질 높은 상품성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씨스포빌에서 일하는 선원 노동자들의 착취 결과이기도 했다. 선원들은 최소 인원이 고용되어 대체인력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독도와 울릉도에 오가는 왕복 노선을 한 팀이 운행하면서, 하루 15시간 일하는 장시간 노동이 매일 이어졌다. 출항 스케줄은 바다의 여건상 배가 뜨지 않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이어졌고, 노동자들은 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잦은 임금체불까지. 23인의 노동자가 있던 씨스포빌은 점차 체불된 임금을 포기하고 떠나는 선원들이 늘었고, 14인이 남았을 때, 비로소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하여 회사에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노동조합을 만든 선원들은 대표자만 같을 뿐 다른 산업으로 분류되는 정도산업으로 강제 전보되었고, 해고와 강제 정직을 당했다. 그 사이 14명의 노동자 중 세 명이 씨스포빌을 떠났고, 해고가 5명, 2명의 정직. 회사에 남은 이들도 정상적인 근무 배치를 받지 못해 최저임금 외 임금을 받지 못하는 임금 불안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선박으로 돌아가고 싶은 노동자들의 싸움

필자가 씨스포빌 해운지부 조합원들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월의 일이었다. 월요일마다 정도산업과 씨스포빌 사장이 있는 원주에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선원 근로감독관을 파견하여 선원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동해 해양수산청 앞에서 노동자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대표자가 있는 본사보다도 공공기관 앞에서 선전하며, 선원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공적 책임에 초점을 맞추었다. 열악한 선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씨스포빌의 악랄함으로 드러났지만, 다른 선원 노동자들도 공통으로 체감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해운지부는 이미 부당 인사발령과 부당해고에 대한 승소를 받았다. 지난 10월 동해 선원노동위원회는 선원 5인의 정도산업으로의 인사발령이 부당 인사발령이며, 이 과정에 있던 휴직도 부당휴직이라 인정했다. 그리고 이 판결은 올 1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판정 유지되었다.

이후 노동조합은 부당해고와 부당징계 판정에서도 유의미한 판단을 받았다. 동해 선원노동위는 지난 3월 씨스포빌, 정도산업의 해고가 부당해고 및 부당정직임을 인정한다 판결하고, 해고, 정직 기간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명시했다. 그리고 이 또한 지난 5월 28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판단이 유지되었다.

▲'해고는 살인이다' 피켓을 들고 출항하는 배를 배웅하는 시민들과 해고 노동자들 ⓒ고태은

그런데도 여전히 노동자들의 복직은 멀어 보인다. 씨스포빌의 반성 없는 태도는 재판부에 이 상황에 대하여 조정보다는 부당노동행위 판결을 하고, 이를 이행하라는 요구를 명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씨스포빌 대표자가 이 판결을 거부하고 행정소송 등 장기적으로 이들의 복직을 막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씨스포빌 해고노동자들은 현재 매일 선박의 출항 시간에 맞춰 여객선을 배웅하며 출근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오전에는 강릉역, 오후에는 강릉 월화거리 등에서 시민선전전도 함께 하며 지역 시민들에게 노동자들의 싸움을 알리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법적으로 부당성을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회사는 자신들만 묵인하면 아무 문제 되지 않으리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여전히 불복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선원은 안전한 운항을 되찾고 싶다

씨스포빌 해고자이기도 한 박성모 해운지부 지부장은 발언 때마다, 선원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과 직결된 해상 안전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바다에서 위기의 상황이 닥쳤을 때 배를 끝까지 사수해야 하는 선장을 제외하고, 구명보트의 수 이상의 선원이 배치되어야 위기 상황에서 승객들을 최대한 안전하게 육지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선장으로서 오래 배를 몰았던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주장이다. 그리고 장시간 운항하는 배 안에서 노동자들이 교대로 휴식할 수 있도록 최소 2인의 추가인력 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씨스포빌은 대체인력 없이 구명정 수에 맞춘 인원을 고용하여 운행해왔다. 이조차도 노동자들의 끈질긴 항의로 얻어 낸 인원이었다.

그는 연대하러 오는 시민들에게 사시사철, 이맘때의 독도 자랑한다. 보고 싶은 독도가 아른거리지만 울렁이는 배가 아닌 땅에 서 있어야 하는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씨스포빌 해고 노동자들은 승객도, 노동자도 안전한 운항을 위하여 애쓰고 있지만, 회사는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 회사는 반성 없이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쫓아내고, 일을 주지 않으면서 며칠 단위로 운항을 위한 계약직 선원들을 뽑고 있다. 매번 다른 배로 오르내리는 선원들의 안전과 승객들이 걱정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오늘도 씨스포빌 해운지부는 노동자와 승객을 사지로 모는 회사에 저항하여 여전히 싸우고 있다. 다름 아닌, 안전한 운항에 대한 책임이 여객선 사업으로 돈을 버는 대표자에게 되돌아가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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