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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글로벌' 협력이 한국에게도 유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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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글로벌' 협력이 한국에게도 유리할까?

[2022 평화통일시민강좌] ②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교수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2022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평화통일시민강좌는 국가보안법, 북한바로알기, 한미관계, 미중전략경쟁, 평화기행을 주제로 4월 16일부터 12월 17일까지 매월 세번째 토요일 오후 3시, 신촌에서 진행됩니다.

아래는 지난 5월 21일 "미중전략경쟁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진행된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교수 강연의 주요 내용입니다.

샌프란시스코체제와 미중협조체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고 일본과의 전쟁을 법적으로 마무리한 조약이 1951년 샌프란시스코조약입니다. 이 조약으로 미국이 아시아에서 소련과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진영의 확장 저지를 목표로 하는 '샌프란시스코 체제'가 시작됩니다. 샌프란시스코조약 이후 미일동맹이 만들어지고 1953년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됩니다.

이 비슷한 시기에 미국은 타이완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호주, 뉴질랜드와 군사동맹체제인 '태평양안전보장조약'을 체결합니다. 이후 뉴질랜드는 비핵정책을 추진하며 세 나라 간의 군사동맹체제에서 빠집니다.

미국은 유럽에서도 NATO를 만들어 미국과 서유럽의 집단안보체제를 만듭니다. 동유럽에서는 소련이 주도하는 안보협력기구인 '바르샤바 조약'이 존재하고 있었고 이 두 개가 대립하는 구도였습니다.

집단안보체제인 NATO와 달리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자국이 절대적 우위에 있는 양자동맹 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유럽은 역사적으로 '유럽질서'가 존재했고 문화적 유사성이 높아 집단안보가 가능했지만 동아시아는 일제에 의한 식민지배 경험, 독자적 역사성으로 인해 하나로 묶는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동아시아 개별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미국의 힘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양자동맹에 기초한 샌프란시스코체제가 편리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중국 모두 소련의 팽창을 자신의 가장 큰 안보위협으로 간주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의 패배가 확실해지자 중국과 손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국은 소련과 국경분쟁을 겪으면서 같은 사회주의 진영이지만 미국보다 더 큰 위협으로 생각하고 미국과 손을 잡고 소련을 견제하기로 합니다. 이렇게 하여 미중협조시스템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1972년부터는 동아시아에서 샌프란시스코체제 구조에서 미중협조시스템이 더해지게 됩니다.

미국과 중국은 소련의 전 세계적인 팽창을 막는 게 주요 공동의 목표였습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에서 미국과 중국은 소련의 정치적·군사적 영향력 팽창을 막기 위한 정보협력을 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동아시아에서의 주일미군 인정과 같은 미국의 헤게모니적 지위를 수용했습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했습니다.

이후 미중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반드시 들어가고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제일 먼저 확인합니다.

중국은 미중간 수교로 인해 북한이나 베트남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불신 조성이라는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더 큰 전략적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1980년대 중국은 개혁개방정책을 통한 경제체제 전환을 시도하며 미중이 경제적으로 굉장히 가까워집니다. 80년대 이후 90년대까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미중관계 개선이었습니다. 중국 경제성장의 가장 큰 동력은 대미수출이었습니다.

중국 상품이 미국의 최혜국 관세를 적용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부터이며 매년 미의회의 동의를 얻어 갱신했습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만들어진 상품은 자유무역이라는 규범에서 보면 불공정 경쟁입니다.

미 국내법에 따라 200~300%의 관세가 부과될 수도 있는 중국 상품에 대해 미국은 최혜국대우를 해주어 저관세 혜택을 주었습니다. 중국은 핵보유국이기도 했으며 서구기준에서 인권 문제도 있다고 볼 수 있었지만 미국은 순전히 전략적 이익 때문에 중국에 이런 혜택을 주었습니다.

2000년대까지 이어진 미중협조체제는 우리에게 긍정적이었습니다. 미국과 협력하면서 중국과 협력하는 것이 상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30여 년 동안 우리는 한미동맹과 중국과의 협력이 별 충돌 없이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 지난 5월 21일 평화통일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평화통일시민강좌에서 강연하고 있는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교수. ⓒ평화통일시민행동

샌프란시스코체제에 대한 미국의 불만

동아시아 내에서 미국이 일방적 힘의 우위에 있던 양자동맹이 상대국의 성장으로 주도권이 마냥 미국에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맺고 있는 여러 양자 동맹이 자국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되도록 조정하기 위한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비용이 제일 많이 드는 것은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의 연계입니다. 과거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연결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과거 필리핀에 미군기지가 있었다가 없었다 하는 것처럼 양자동맹에는 불안정성이 존재합니다.

샌프란시스코체제 내에서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제약을 받습니다. 주한미군이 북의 위협에만 대응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맞지 않습니다. 부시 정부 시절 중동에 파견할 미군이 부족해지자 주한미군의 일부를 중동으로 이전할 구상도 했습니다. 이렇듯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하며 전 세계에 주둔한 미군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병력을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전략적 유연성은 타이완에서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주한미군이 타이완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이나 한국의 군사기지가 중국의 직접적 타격 대상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은 예전보다 중국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고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경제, 군사적 자원을 무제한으로 쓸 수 없으므로 동맹의 역할을 더 강화하고 비용을 더 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집단화된 안보체제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미중경쟁의 증가

2010년 미국은 '아시아로의 축 이동(Pivot to Asia)'이라는 새로운 아시아태평양전략을 발표합니다. 아프간·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사이 중국은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하면서 외교적 공간을 넓혀가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진작에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2008년 금융 위기로 조금 지체되었습니다.

30년 동안 잘 지내던 사람과 경쟁하고 갈등하는 것이 인간관계에서도 힘들 듯이 두 대국 사이에서도 경쟁과 갈등 관계가 되었을 때 발생할 비용을 따져보고 현 상황을 잘 관리해 보자는 'G2'론과 '이익상관자'론이 나옵니다. 미국이 만든 시스템에서 중국이 이익을 누렸으니 중국도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마땅한 책임을 지라는 것입니다. 그 책임에는 경제적 비용뿐만 아니라 정치적 비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지위와 이익에 대한 합당한 고려 없이 미국 패권 질서 유지를 위한 비용만 증가시킬 것을 우려하여 'G2'론을 수용하지 않는 대신 '신형대국관계론'을 이야기합니다. 핵심이익에 대한 존중에 기초하여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대국간 충돌을 방지하자는 것입니다.

중국의 핵심이익이란 발전이익, 주권이익, 영토 안전을 말합니다. 중국이 지금껏 주장해온 주권과 영토의 범위에 들어가는 타이완, 신장, 티벳, 홍콩은 명료한 중국의 핵심이익입니다. 누군가 중국 공산당 집권을 전복시키려 하는 것도 핵심이익에 위배되는 것이지요. 중국은 핵심이익을 위협할 경우 가장 높은 수준의 갈등도 감수하겠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남중국해의 경우 중국이 명료하게 '핵심이익'인지 밝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행위에서 보면 핵심이익에 준하는 방식으로 그 이슈를 대한다는 인상도 줍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핵심이익이란 것이 명료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보니 미국은 잘못하면 중국이 만들어놓은 담론 구조에 끌려가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미국의 G2론과 이익상관자, 중국의 신형대국관계론은 서로 타협하지 못하며 일시적 관리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전략적 경쟁 구도로 진행이 됩니다.

▲ 중국 남방항공 소속 민간 여객기가 난사군도 메이지 암초에 조성된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누가 더 공세적인가? ①미스치프 암초(Mischief Reef)

중국의 힘이 세지고 공세적이 돼서 기존의 국제법과 규칙을 무너뜨리려 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미국이 확산시킨 담론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배적인 주장들입니다.

대표적 사례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개입론'입니다. 남중국해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가깝고 베트남하고는 약간, 중국과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남중국해에 있는 수많은 섬은 무인도라기보다 암초에 가깝습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존재를 강화하고 미국 또한 이 지역에 접근하면서 미중 간 군사적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섬이 미스치프 암초(Mischief Reef)입니다. 원래는 몇 개의 작은 섬만 있던 곳을 중국이 메워서 활주로도 만들고 병원, 학교, 문화시설, 체육관, 거주 시설을 지었습니다. 군사기지로도 활용될 수 있지요.

남중국해의 수많은 섬은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필리핀, 타이완도 시설을 만들어 자신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베트남이었습니다. 제일 많이 점령하고 있는 나라도 베트남입니다. 원래는 어선들의 도피 시설 정도로 쓰였던 암초들인데 이 암초들에 각종 시설을 지어 자신의 국가성을 부여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나라별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섬마다 각각 나라들의 영유권이 있어 완전히 섞여 있습니다.

해군력이 약했던 중국은 상대적으로 늦게 뛰어들었습니다. 중국은 이 지역에서 그동안 다른 나라들에 의해 주권이 많이 침해당했기 때문에 이제부터 자신들도 주권을 주장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다른 나라들이 하지 않았던 섬을 메꾸고 활주로를 만드는 방식이다 보니 주변국들과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 균열을 미국이 효과적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영유권을 주장하는 섬들을 기준으로 영해를 선포합니다. 미국은 이 영해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자유의 항해 작전'이라는 영해 통과 작전을 합니다. 미국의 군함이 영해를 통과하면 중국의 군함도 출동하게 되고 군사적으로 위험한 상황들이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누가 더 공세적인가? ② 양안 관계 긴장 고조

미국이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했기 때문에 70년대 미중관계가 정상화 되었습니다. 장개석의 국민당이 타이완을 통치할 때는 독립주장이 없었습니다. 장개석은 중국 본토 수복이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장개석 이후 타이완에서는 민주화 운동과 독립지향이 결합하기 시작했습니다. 타이완에서 2000년도에 처음으로 정권 교체가 일어나고 타이완이 중국 일부분이라는 것을 거부하는 정서가 강하게 작동을 합니다.

미중 수교 당시 미국은 주대만미군 철수, 미-대만상호안보방위조약 폐기, 관방 간 교류 중단을 하기로 하고 중국에 타이완을 무력으로 통일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중국은 타이완이 독립시도를 하면 이를 제지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고 미국은 1982년 타이완에 방어용 무기를 공급해주기로 합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타이완의 독립세력은 일종의 내란 세력인데 이 세력이 군사적으로 저항을 하고 미국이 무기를 대주는 것을 전쟁하자는 것으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미중관계가 굉장히 심각해 지지만 경제발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등소평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지금도 미국은 타이완에 주기적으로 무기를 수출합니다.

2000년대 들어 타이완의 독립지향성이 커지니 중국은 2005년에 무력 사용의 조건을 조금 더 완화하는 '반국가분열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타이완이 독립을 선언하거나 독립에 준하는 사변이 발생하면 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것에 더해 '타이완이 통일 대화를 무기한 거부할 경우'라는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있는 조항이 더해집니다.

2021년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6년 이내에 타이완에 대해 중국이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확실한 것은 누구의 특별한 입장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중국의 군사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양안 사이의 군사적 균형이 크게 무너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균형의 차이를 미국이 메워야 한다고 판단하니 타이완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게 되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큰 갈등 요소가 되는 겁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중간 경쟁이 특별히 누가 더 공세적이라기보다는 힘의 균형이 변화되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합의와 공감대,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미국 추격

2000년 중국의 GDP는 미국의 12%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미국의 67.1%,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지금은 중국의 GDP가 미국의 70%를 넘겼습니다. 구매력평가 PPP(Purchasing power parity, 두 나라 통화의 개별 국내 구매력이 서로 같아지도록 정해 놓은 두 통화의 교환 비율)로 측정한 미국대 중국의 GDP는 이미 2015년에 중국이 미국을 넘어섰습니다. 20년 동안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군사비 지출을 따져보면 총액 면에서 2000년엔 중국이 미국의 7.6%에 불과했지만 2018년엔 38.5%까지 따라갑니다. 미국은 전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지만 중국은 자기 주변 지역만 방어하므로 적어도 동북아시아나 동아시아 쪽에서 미중간 군사적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질적으로 미국의 군사력이 훨씬 앞서지만 어쨌든 미중간에 힘의 균형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본격적 미중 전략경쟁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 인식하기는 했지만 2008년 금융 위기로 미중관계의 관성을 유지합니다. 2011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은 "평화롭고 번영하는 중국의 부상을 환영한다"라고 했습니다. 2015년 발표한 미국의 전략보고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규정합니다. 미중 사이에 관세 전쟁이 시작되었다가 2020년 1월 미중 양국이 1단계 무역협정에 서명하면서 앞으로의 미중관계는 이런 식으로 관리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 미국 내 코로나 19 팬더믹이 확산하면서 미국의 대중 압박이 강화되었습니다. 중국이 우한을 봉쇄하던 2020년 초반, 트럼프는 시진핑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잘하고 있고,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 지난 5월 21일 평화통일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평화통일시민강좌에서 강연하고 있는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교수. ⓒ평화통일시민행동

그러나 3월 미국에서 엄청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자 트럼프는 코로나 19가 아닌 '우한 폐렴'이라 부르고 미국 내에서 여러 음모론이 나왔으며 중국에 대한 압력이 굉장히 강화되었습니다.

2020년 5월 백악관이 의회에 보낸 '미국의 대중국 전략적 접근법'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경제, 가치, 안보 영역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위협하고 있고, 두 체제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경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제 중국을 '전략적인 경쟁자'로 규정을 한 것입니다. 바이든은 기후나 인종 정책 면에서는 트럼프의 정책을 부정하지만 대중 정책 면에서는 연속성이 강합니다.

미중 경제 갈등은 무역 갈등에 이어 요즘에는 기술 갈등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북한, 이란과 불법 거래를 하므로 제재한다고 했다가 다음에는 중국의 통신 장비들이 정보를 빼간다며 화웨이의 통신 장비들을 규제했습니다. 지금은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만들고 있습니다. 안보 경쟁의 수단으로 경제와 기술이 동원되고 있으며 이제 세계화 시대는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미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전략'을 추구합니다. '아시아'라고 하면 중국 중심이 연상되므로 '아시아'도 빼고 '인도태평양전략'이라고 쓰기 시작합니다. 미 국방부가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를 내고 남중국해에서 자유의 항해 작전(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 FONOC)도 증가시켜 2015년에 2회 실시했던 것이 2020년 10회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타이완과의 관방 교류를 재개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비공식 조정 메커니즘이었던 쿼드가 공식기구가 되고 작년에 이어 올해 5월 정상회의를 했습니다. 기존에는 국방부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만 있었지만 백악관도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또한 민주주의대 권위주의 대결처럼 제도와 가치의 차이를 갈등으로 만듭니다. 인권 문제가 약점이었던 트럼프와는 달리 바이든은 인권을 내세워 중국을 압박하기도 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은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중국을 압박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있습니다. 쿼드나 IPEF 모두 구성원이 서구적 민주주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대러 제재는 굉장히 강한 명분으로 인하여 세계 10위권 안의 유럽과 일본의 동참을 이끌어냈습니다만 중동이나 아시아, 아프리카 대부분 나라는 여기에 함께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중국봉쇄라는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중국을 봉쇄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이든은 트럼프와는 달리 동맹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처지가 매우 골치가 아픕니다. 그런데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경쟁에서 최종목적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못 하고 있습니다. 미중이 맞붙으면 미국도 힘들고 전 세계도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립, 경쟁, 협력(3Cs: confrontation, competition and cooperation)에서 지금은 협력의 영역이 대단히 제한적이고 경쟁과 대립 사이에 있습니다.

미중이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중간 갈등은 장기적이며 저강도로, 그리고 복합적으로 진행이 될 것입니다. 경제적 갈등은 무력 충돌로 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타이완, 한반도, 남중국해 등의 지정학적 갈등이 커지면 위험한 상황들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미중 경쟁은 굉장히 특이합니다. 중국의 GDP가 미국을 추월해도 1인당 GDP는 미국의 4분의 1 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회 발전의 격차는 여전히 클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중국이 성장해도 미국을 빠르게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은 국내 발전과 안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더 주력해야 하므로 외부에 자원을 쓸 수 있는 상황은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자기와 비슷한 규모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를 무너뜨리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과거 일본이 미국의 지위에 잠깐 도전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일본의 GDP가 미국의 70%였습니다. 70%가 가장 높게 접근한 사례였습니다. 과거 소련과 일본은 인구가 미국의 3분의 1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자기보다 인구가 5배 많은 나라와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이 중국과의 세력 균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할 것인가가 미중간 구도를 결정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핵심이익을 인정하면서 공존하기로 하면 협력하는 구도로 가는 것이고 아니면 중국이 더 커지기 전에 지금 무너뜨려야 한다고 결정하면 갈등을 키우는 구도로 가는 것입니다.

일부에서 지금을 '신냉전'이라고 하지만 저는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냉전 기간에는 대규모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습니다. 핵을 가진 강대국끼리는 오히려 전쟁을 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쿠바 미사일 위기 때처럼 미국과 소련이 서로 타협을 했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헬싱키 협정도 소련의 지정학적 이익을 인정해 주면서 유럽의 나라들이 동유럽, 소련과 인권·문화교류를 하는 타협을 했던 것입니다. 협력하고 안정적인 공간을 만들었을 때 상대가 자기 내부에서 문제가 있으면 알아서 변화가 생기는 것이죠.

지금은 대결 구도가 통제가 안 되고 협상도 없습니다. 그러니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것입니다. 지금은 신냉전이라기보다는 혼돈의 시기입니다. 미중관계가 확전과 관리, 어느 쪽일지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미중관계의 부정적 사안은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 설리번 백악관 보좌관이 중국이 러시아산 석유를 사는 것은 대러 제재 위반이 아니라며 다른 신호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대중 압박이 이완되는 신호도 있습니다. 미국 외교 군사자원의 분산, 인도의 이탈,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때 부과했던 대중국 관세를 철회해야 하느냐 마느냐가 심각한 문제입니다. 중국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매겼을 경우의 대안은 미국 내에서 그 물건을 생산하거나 중국 제품처럼 싼 가격으로 수입할 수 있는 나라가 있어야 했는데 이 두 가지가 불가능했습니다.

미중교역은 최근까지도 계속 증가했습니다. 결국 관세가 판매가격으로 이전되어 미국에서는 40년 만의 최대 물가폭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대중 관세를 철회하면 인플레이션의 1.2%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때문에 인플레이션 관리를 해야 하는 재무부 장관은 대중국 관세 철회를 주장하고 무역대표부는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중국도 수사와 행동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러시아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너무 러시아에 치우친 이미지를 주지 않으려고 조정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중국 압박은 미국도 상당한 비용을 치르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올해 안에 미국에서 대중국 압박 정책에 대한 평가가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미중관계 변화와 한반도

미중 전략경쟁은 한국에게 안보,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기술발전에 제약이 증가하고 우리의 대중 경쟁력이 강화되는 면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측면이 증가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이 양립할 수 있는 공간이 계속 축소되고 있습니다. 사드나 한일군사협력, 타이완 문제가 부각되면 우리는 중국과 상당한 갈등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한미동맹을 '가치동맹'이라고 하는데 이런 모호한 개념이 한미 간 합의문에 들어가면 힘 있는 나라가 해석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2021년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란 문구가 들어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이완 일대에서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전제가 깔린 것입니다.

이 지역에서 미국이 뭔가 작동시켜버리면 우리는 미국이랑 합의했기 때문에 그냥 끌려들어 갈 수 있습니다. 글로벌 동맹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을 위한 글로벌인지 목표가 불명확한 상태에서는 미국이 하는 것에 자꾸 동의해 줄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한미동맹이 중국과 갈등하는 상황이 출현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반도나 동아시아를 건너 뛰고 글로벌 전략을 추구하는 것도 비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와 한중관계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이러한 방식의 대외정책을 추구하게 만드는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안보 문제는 이 지역에 있습니다. 정부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이와 관련한 더 적극적이고 현실적 대안을 논의하고 방향을 잡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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