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가중되고 있는 세계 식량 위기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론이 제기되자 러시아대사가 회의장을 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열린 안보리에서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은 러시아가 식량 공급을 "개발도상국에 대한 스텔스 미사일"로 사용하고 있다며 "글로벌 식량난의 주범은 러시아"라고 주장했다.
미셸 의장은 몇주 전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에서 수백만 톤의 곡물과 밀이 컨테이너와 선박에 갇혀 있는 것을 보았다면서 "러시아 군함이 흑해에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해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사람들을 가난으로 몰아넣고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런 식량 위기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러시아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곡물을 "비겁하게" 훔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를 일으키고 있고, 일부 성폭력 사례를 언급하며 반인류적인 행위로 저지르고 있다고도 말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러시아 대사는 전시 성폭력 주장에 대해 "반대한다"며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식량위기에 대한 책임론까지 제기되자 연설 도중 회의장을 떠났다. 그는 기자들에게 미셸 의장이 "안보리 회의를 혼란스럽게 만드려고 거짓말을 했다"고 퇴장 이유를 전했다.
美 "러시아 내놓은 일부 곡식은 장물"…아프리카 국가들 '기근의 딜레마'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6일 미국 정부가 러시아가 국제시장에 내놓은 일부 곡식이 우크라이나로부터 약탈한 것이라며 구매 거부를 당부하는 내용의 외교 문서를 아프리카 국가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터키 등 14개국에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이 남부 곡창지대에서 1억 달러(약 1250억원) 어치 최소 50만 톤의 곡물을 훔친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장물로 지목한 것은 러시아가 장악한 크림반도에서 지난달 출항한 선박 10여 척에 실린 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선박은 목적지를 숨기기 위해 무전기를 끈 상태에서 지중해를 건넜고, 터키와 시리아 등에 정박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다.
그러나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러시아가 싸게 내놓은 '약탈 곡물' 수입을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언론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러시아산 곡물 수입과 서방 동맹국들과의 외교 관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기근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면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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