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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하자고 굶은 '123일' … 국회는 끝까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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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하자고 굶은 '123일' … 국회는 끝까지 침묵했다

[현장] 단식 농성 마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싸움 멈추지 않겠다"

"사위어가는 몸을 걱정해주시는 분들께 더는 지켜보고 함께 해달라고 요청드릴 수가 없습니다. 국회는 미안해할 줄도 모르는데, 미안할 이유가 없는 시민들께 그 인사를 받을 염치가 제게는 없습니다. 마음 아프게 해드려 죄송하고 또 고맙습니다. 아픔 없이 응시하기 어려운 이 시간들을 외면하지 않았던 여러분이 저를 살려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오던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책임집행위원이 단식 46일째를 맞은 26일 건강악화로 단식을 중단했다.

차제연은 26일 오전 서울 국회 2문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 11일부터 미류 집행위원이 국회 앞에서 이어온 단식 및 농성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6일로 각각 21일차, 17일차를 맞은 이진숙, 임푸른 충남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의 단식투쟁도 이날 함께 마무리됐다. 

앞서 미류 위원과 함께 39일간 단식농성을 진행한 이종걸 차제연 공동대표는 지난 19일 건강악화로 단식을 중단한 바 있다.

▲26일 단식농성 중단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발언에 나선 미류 위원 ⓒ프레시안(한예섭)

4명 활동가들이 곡기를 끊고 평등법 제정을 외친 '123일'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 차제연은 지난 19일 "차별금지법을 신속처리안건 (패스트트랙) 으로 지정하라"고 더불어민주당 측에 요구했고,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23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전달했지만 회신 기한인 25일 정오까지 민주당 측에선 어떤 답변도 보내오지 않았다.

지난 25일 차별금지법 발의(2007년 법무부)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공청회가 개최됐지만, 국민의힘 측 법사위원들의 반대와 불참 속에 해당 공청회는 전체회의가 아닌 소위원회 차원의 반쪽짜리 공청회로 남았다. "차별금지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라"는 차제연 측 요구는 '국민의힘 반대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어렵다'고 주장하는 민주당 측 입장을 듣고 활동가들이 직접 내놓은 '해결책'이기도 했다.

차제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속처리 안건 지정 요구에 응답하지 않은 민주당 측 태도를 가리켜 "남탓 타령과 표계산에 골몰하며 평등을 후퇴시키고 민주주의를 침식하는 거대 양당의 담합 구조"라고 평했다. 발언에 나선 지오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은 특히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 이 두 사람의 책임이 너무나 무겁다"며 "그 이름을 절대 잊지 않겠다. 똑똑히 지켜보라. 평등은 기어이 올 것이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26일 열린 차제연 측 농성&단식투쟁 마무리 기자회견 ⓒ프레시안(한예섭)

46일 간의 단식을 마친 미류 위원을 비롯한 이날 기자회견의 참여자들은, 그러나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우리의 실패가 아니라 당신들(정치인들)의 실패이기에 절망하지 않는다"며 "당신들이 그렇게나 눈치 보는 보수 기독교의 혐오가 우리와 우리의 동료들에게 더는 상처내지 않도록, 혐오에 맞서 서로를 보호하는, 당신들이 했어야 할 책임을 우리는 다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단식 21일차, 17일차를 맞은 이진숙, 임푸른 충남 차제연 활동가도 이날 차제연 측에 보내온 편지에서 "농성은 멈추나 투쟁은 계속된다. (라는 말은) '찐'이다"라며 "지역 동지들과 함께 힘차게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46일간 지켜온 국회 앞 농성장에서의 '마지막 발언'에 나선 미류 위원은 "46일 전이다. 평등의 밥상을 다 차려놓았으니 국회의원들은 숟가락만 들고 오시라 했다. 그러나 국회는 오지 않았다"며 그간의 투쟁을 되짚었다.

이어 그는 "더 이상 국회 앞에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국회가 찾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찾아올 정치가 부재함을 확인했기 때문이다"라며 "단식투쟁은 중단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싸움은 중단되지 않는다. 차별에 맞서는 것은 자신의 존엄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에겐 '멈출 수 없는 싸움'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7시 개최될 '마무리 집회'를 마지막으로 국회 2문 앞 농성장에서 진행되는 차제연의 단식 및 농성 활동은 종료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오후 12시까지 국회 측에선 차제연 농성 종료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25일 차별금지법 관련 공청회 이후 민주당 측 움직임에 대해 물은 <프레시안>의 질문에 장예정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은 "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권인숙 의원이 (26일) 오전에 잠시 찾아왔다"고만 덧붙였다. 차별금지법 대표 발의자이자 차제연 농성장 운영 담보자이기도 한 두 의원은 이날 차제연 측에 사죄와 위로의 뜻을 전한 뒤 기자회견 전에 현장을 떠났다.

차제연 측 집계에 따르면, 국회 앞 농성장 현장에선 이 날까지 총 24회의 기자회견과 35회의 문화제가 열렸다. 국회 인근에서 진행한 집중집회 '평등으로 승리하자'엔 연인원 500여 명의 인파가 몰렸으며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총 712개 단체와 5735명의 연대 활동가들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차제연이 발표한 비상시국선언엔 각계 인사 813명이 연명했고, 국회 앞 2명 활동가의 단식에 연대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동조단식 활동엔 총 900명이 참여했다.

"우리는 곧 다시 만나 새로운 싸움을 이어가게 될 겁니다. 평등의 봄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미류 차제연 책임집행위원(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26일 열린 차제연 측 농성&단식투쟁 마무리 기자회견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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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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