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어떤 난관에도 흔들림 없이 가겠다"

"어느 당 대표가 당 합의 거쳐 회견문 작성하나"…윤호중-김민석 저격

연이틀 당에 강도 높은 쇄신을 촉구해 거센 반발에 직면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어떤 난관에도 당 쇄신과 정치개혁을 위해 흔들림 없이 가겠다"고 선언했다.

박 위원장은 25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좀 시끄러울지라도 달라질 민주당을 위한 진통이라 생각하고 널리 양해해 달라. 민주당을 바꿀 힘을 달라. 민주당을 꼭 바꾸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제 호소문 발표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비판이 있다"며 "저는 기자회견 전 윤호중 선대위원장께 같이 기자회견을 하자고 했고, 선거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김민석 총괄본부장에게 취지와 내용을 전하고 상의를 드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했던 건지, 어느 당의 대표가 자신의 기자회견문을 당 내 합의를 거쳐 작성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자신의 호소문 발표를 두고 "당과 협의된 바 없다. (박 위원장)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윤호중)", "지도부 안에서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본인이 평소 생각한 걸 이야기했다(김민석)"고 말한 다른 지도부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과 박홍근 공동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박 위원장은 "저는 국민의 목소리, 청년의 목소리로 민주당을 바꾸기 위해 비대위원장직을 받아들였다"며 "진정한 지도자는 소수 팬덤이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 대중의 마음을 읽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국민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젊은 민주당, 더 엄격한 민주당,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팬덤정당이 아닌 대중정당인 민주당,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만이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다"고 거듭 쇄신을 촉구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공개 회의 석상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채택하고 최강욱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직권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히는 등 고강도의 쇄신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중진급 지도부 인사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박 위원장을 향해 "무슨 말을 하든 지도부와 상의하고 하라", "지도부 자격이 없다"고 거칠게 항의했고, 박 위원장도 "이럴 거면 나를 왜 여기(비대위원장) 앉혔느냐"며 맞받아치는 등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현 옆에 서겠다" 박용진-양이원영 등은 엄호

당 내에서 박 위원장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박 위원장을 옹호하는 의견도 일부 나오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지현 위원장 옆에 함께 서겠다"며 "박지현 위원장의 솔직하고 직선적인 사과가 국민들께는 울림이 있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그는 "투박한 전달일지언정 국민 여러분께 '미안한 건 미안하다',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각오, 민주당의 반성과 사과와 혁신의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박 위원장에게 능수능란함에 조금 부족함이 있었다면, 민주당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함께 채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CBS 라디오 <한판 승부> 인터뷰에서도 박 위원장의 호소문에 대해 "용기 있는 말"이라고 평가하며 "박 비대위원장 혼자는 (당이 변하지) 못하니 우리 국회의원들이 옆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도 25일 페이스북에서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왔는데, 보기 좋은 인형이 아닌 다음에야 이미 예상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듣기 싫은 얘기하는 게 문제라기보다 듣기 싫은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상황이 문제가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가 우리당을 선택해준 것이 너무나 고맙다"며 "보수 언론이 짜놓은 프레임으로 박지현을 보기보다 그녀가 최선을 다해서 우리 당에 우리에게 말하면서 전하려고 하는, 변화를 요구하는 진심을 읽으려고 노력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동윤 민주당보좌진협의회 회장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대선 패배 이후 반성과 쇄신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했느냐. 무엇을 했느냐"며 박 위원장의 쇄신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 회장은 "'사과로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김용민)'고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이길 대안은 있는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본인들은 과연 '사과'라도 하셨느냐"고 일갈했다.

그는 "오늘은 민보협 회장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생각을 글로 옮긴다"면서 윤 위원장을 저격했다. 윤 위원장이 박 위원장의 대국민 호소문 발표를 두고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라고 선을 그은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현 비대위 체제 출범 당시, 민보협은 이전과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인사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며 의문을 제기했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그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윤 위원장을 거듭 저격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원내대표를 맡아 책임론이 제기됐음에도 대선 직후 쇄신을 이끄는 비대위원장에 나서며 자격 논란이 일었다.

이 회장은 "지금 민주당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 휘둘리는 정치가 아닌,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오만이 아닌, 잘못을 제대로 끊어내는 모습,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이를 통해 함께 나아가는 모습, 국민과 함께 하는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