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윤석열 대통령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엄수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윤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 100여 명도 참석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 고위직 인사와 대통령실 수석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지현·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와 정의당 여영국 대표, 배진교 원내대표 등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 광주 시민 방해 없이 정문으로 5.18민주묘지 입장
이날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의 5.18민주묘지 입장을 가로막으려는 광주 시민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앞서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 기념재단 등 5월 단체들은 지난 16일 국민의힘과의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이 정문으로 들어와 5.18기념식에 참석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5월 단체들의 약속대로 정문을 거쳐 5.18민주묘지에 입장한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했다.(☞관련기사 : 5.18기념사 키워드 '자유민주주의' 강조한 尹대통령)
기념식 당일 정문인 '민주의 문'을 통과한 것은 보수 정당 출신 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호상 이유로 차량을 통해 기념식장에 바로 입장했었다.
다만 사단법인 5.18민중항쟁구속자회 등이 5.18민주묘지 입구에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서 있어 철수를 요청하는 대통령 경호차와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은 있었다.
윤 대통령의 5.18민주묘지 방문은 정치 시작 후 이번이 4번째다.
첫 방문은 지난해 7월 17일 이뤄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제헌절을 맞아 대선 출마 선언 뒤 첫 지방 일정으로 5.18민주묘지에 참배했다. 그는 당시 방명록에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피로써 지킨 5.18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을 이뤄내겠다"고 썼다.
윤 대통령이 두 번째로 5.18 민주묘지를 찾은 것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5일 만인 지난해 11월 10일이었다. 같은 해 10월 19일 부산해운대구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 정치는 잘 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며 '전두환 미화 발언'을 한 점을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당시 윤 대통령은 '정치쇼 무대로 광주를 활용하지 말라'며 그의 방문을 반대한 5월 단체와 광주 시민에 가로막혀 추모탑에 이르지 못하고 입구에서 묵념한 뒤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선 막바지인 2월 6일에도 5.18 묘지를 찾았지만, 그 때도 항의 시위에 막혀 추모탑 앞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윤 대통령 포함한 참가자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보수 정부 시기 5.18 기념식을 열 때마다 논란거리가 됐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이날은 별탈 없이 이뤄졌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2009년 10월 공무원의 '민중의례'를 금지했다. 이 때문에 2010년 5.18 기념식에서는 민중의례에서 부르는 노래이자 5.18의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 이 제창될 수 없었다. 2011년 5.18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다시 등장했지만 참가자 제창이 아닌 합창단 합창 형식으로였다. 박근혜 정부 시기 5.18 기념식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합창으로 공연됐다.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다시 시작된 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해인 2017년 이후였다.
이날 기념식에서도 행사 마지막 순서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회자의 말에 따라 5.18 유족 등 옆좌석 참석자들과 손을 붙잡고 앞뒤로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팔을 흔들며 제창했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동참했다.
기념식에서는 5.18 유공자 후손 이영훈 씨와 조선대 학생 류화선 씨의 조사 낭독, 오월어머니 합창단 리틀엔젤스 예술단의 추모공연, 5.18의 역사를 다룬 영상 상영 등도 있었다.
조사에서는 무자비한 구타와 총과 검, 장갑차를 동원한 학살로 5.18 민주화운동을 진압하고, 이를 은폐 왜곡하려 한 전두환 신군부의 만행이 지적됐고,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5.18 유공자와 유족의 아픔이 치유되는 5월을 드리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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