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82일 만에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인 마리우폴을 점령했다. 개전 이래 러시아가 처음으로 거둔 군사적 성취다.
우크라이나 총잠모부는 16일 밤(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해 "마리우폴 수비대가 전투 임무를 완료했다"며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주둔 중인 부대 지휘관들에게 병사들의 생명을 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고 CNN 등 외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마리우폴 수비대는 우리 시대 영웅이며 영원히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칭송했지만, 패배를 인정하는 '승복 선언'이다. 이후 아조우스탈에서 싸우던 우크라이나 군인 256명이 항복해 러시아군 캠프로 끌려갔다. BBC 보도에 따르면, 아조우스틸에는 여전히 60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측 병력이 남아 있다고 한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2014년 병합을 선언한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인 돈바스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하기 때문에 러시아가 집중 공격했던 지역이었다. 돈바스 지역에는 침공 직전에 러시아가 독립을 승인한 친러시아 지역인 도네츠크 공화국과 루한스크 공화국이 있다. 마리우폴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세력인 '아조우연대'와 우크라이나 정규군이 제철소였던 아조우스탈을 근거지로 삼고 버텼으나 패배를 시인했다.
이런 상황은 교착 상태에 빠졌던 양국간의 외교 협상이 더욱 진전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루덴코 차관은 러시아가 제안한 협약 초안에 우크라이나가 답변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 쪽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일부 등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지배를 선언한 지역을 인정하라는 요구가 최우선이며, 우크라이나는 영토 포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뿐아니라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은 인정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말을 바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마리우폴의 패배에 대해 "우리의 원칙은 영웅들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구출 작업은 계속 진행된다"고 더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17일 유럽연합 국방장관과 나토 사무총장에게 "러시아는 장기적인 군사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 점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전쟁은 장기적인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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