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인권단체가 김성회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의 동성애 혐오 발언을 지적하며 새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11일 성명을 내고 김 비서관이 "(혐오발언에 대해) 깨끗이 사과한다는 형식적인 말과 달리 오래된 혐오의 논리를 답습"하고 있다며 "발언을 한 이가 대통령 비서관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무지개행동이 지적한 김 비서관의 사과문은 같은 날 오전 김 비서관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된 글이다.
해당 사과문에서 김 비서관은 최근 논란이 된 자신의 과거 위안부, 동성애 관련 발언을 언급하며 "과거에 있었던 위안부 문제와 동성애 문제에 대한 저의 지나친 표현에 대해 깨끗이 사과드린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동성애를 반대한다", "(동성애는)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흡연자가 금연 치료를 받듯이 일정한 치료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등 동성애에 대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 비서관이 사과문을 통해 언급한 자신의 과거 발언도 "나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신병의 일종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동성애를 '치료 가능한 병리 현상의 일종'으로 여기는 일부 인식은 현재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권의식에 반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0년 5월 17일 당시 동성애를 정신장애 목록에서 제외했고, 이후 국제사회는 5월 17일을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아이다호데이)로 지정했다.
이날 성명에서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를 질병으로 보고 치료해야 한다는 소위 '전환치료(conversion therapy)'는 비과학적이며 국제인권법에 반한다는 점은 이미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며 "성소수자를 비정상으로 보고 치료해야 한다는 혐오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무엇을 사과한다는 것인가"라고 김 비서관에게 되물었다.
실제로 무지개행동 측이 인용한 세계정신의학협회의 2016년 성명을 보면, 협회는 "선천적인 성적 지향이 바뀔 수 있다는 어떠한 타당한 과학적 근거도 없다. 더 나아가, 이른바 동성애 치료라는 것은 편견과 차별이 확산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 질환이 아닌 것을 '치료'한다고 주장하면서 제공하는 모든 개입은 전적으로 비윤리적이다"라고 주장한다.
무지개행동은 성명에서 "해당 발언을 한 이가 대통령 비서관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차별적 구조를 외면하고 동성혼을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했음을 지적하며 "대통령은 자신이 첫 임명한 비서관의 이러한 혐오발언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임기 이틀째만에 성소수자들이 이렇게 모욕을 당하는 상황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윤 대통령에게 되물었다.
한편 오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에 맞추어 전 세계에선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저항하는 행동"이 열릴 예정이다. 무지개행동은 "한국에서도 14일 서울 용산에서 기념대회를 진행 후 대통령 집무실 앞을 지나는 행진이 펼쳐질 예정"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즉시 김성회 비서관을 해임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할 것 △혐오와 차별을 없애기 위한 기본법으로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당초 용산경찰서는 무지개행동의 이날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를 금지했으나, 이날(11일) 사법부는 행진하는 집회를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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