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양산으로 향하기 직전 "저는 해방됐다. 저는 자유인이 됐다"며 "제가 퇴임하고 시골로 돌아가는 것을 섭섭해 마시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후 오후 12시 10분께 서울역 광장에서 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전날 청와대에서 나올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서울역 광장은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배웅하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민들의 환호 속에 마이크를 잡은 문 전 대통령은 "저는 대통령이 될 때 약속드린 것처럼 원래 우리가 있었던 시골로 돌아간다"며 "반려견들 돌보고, 농사 짓고 가까운 성당도 다니고, 이웃인 통도사 자주 놀러가면서 성파 종정스님께서 주시는 차도 얻어 마시고, 마을 주민들과 막걸리도 한 잔 나누고, 시간 나면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몸은 얽매일지 모르지만 마음만은,정신만은 훨훨 자유롭게 날겠다"고 했다.
이어 김정숙 여사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우리 함께 잘 살아보겠다"며 "응원해달라"고도 했다.
전날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열린 환송 행사에 1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운집한 데 대해선 "아주 멋진 퇴임식을 가졌다"며 "공식 행사도 아니고 청와대가 기획한 것도 아니었는데 제 퇴근을 기다리던 많은 시민들께서 아주 감동적인 퇴임식을 마련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누가 그렇게 아름다운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 여러분 덕분에 저는 마지막까지 행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짧은 연설을 마친 뒤 KTX 열차에 올라타고 울산 통도사역으로 이동했다. 오후 2시 30분께는 울산 통도사역에 내려 차량으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로 이동했다. 문 전 대통령은 통도사역에서도 자신을 마중 나온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이 서울역 광장 연설에서 한 "자유인이 됐다" 발언은 그의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후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25일 퇴임 후 봉하마을 사저로 들어가는 길에 한 연설에서 "야, 기분 좋다"고 후련한 심경을 표현했었다.
"드디어 제 집으로 돌아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세 시께 평산마을에 도착해 마을회관 앞에서 "전입 신고를 드린다"며 또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문 대통령은 "드디어 제집으로 돌아왔다"면서 "집으로 돌아오니 이제야 무사히 다 끝났구나, 안도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내려오는 기찻간에서 제가 사는 집 위로 해무리가 뜬 사진을 봤다. 저를 축복해주는 것이고 여러분 모두를 환영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곳 평산마을에서 보내게 될 제 2의 삶, 새로운 출발이 저는 정말 많이 기대가 된다"면서 "아내와 함께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잘 살아보겠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저도 여러분을 끝까지 사랑하겠다. 오늘 저희 집까지 먼 길을 찾아준 국민 여러분, 경남 도민, 양산 시민께 감사드리고 아주 뜨거운 환영 자리를 만들어 준 평산마을 주민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면서 "이제 평산마을 주민들과 함께 농사도 짓고 막걸리 잔도 한 잔 나누고 경로당도 방문하며 잘 어울리며 살아보겠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 부부는 이날 양산으로 향하기 전인 오전 전 11시께 각종 민원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정부 대표포털 '정부24'를 통해 온라인 전입신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에게도 문자 메시지를 보내 "국민과 당원 여러분의 지지와 사랑으로 대통령의 직무를 무사히 마쳤다.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저는 이제 평범한 시민이자 평당원으로 돌아가 국민 속에서 당원 동지 여러분과 더불어 살아갈 것"이라며 퇴임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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