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경전철 노동자들이 다단계 민간위탁 구조 철폐와 경전철 직접 경영을 요구하며 용인시를 상대로 오는 10일 파업을 예고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3일 경기도 용인시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파업의 정당성을 밝혔다.
지난 2013년 4월 개통한 용인경전철 운영권은 용인경량전철(주)에 있다. 이 회사는 다시 운영 및 유지보수 업무를 네오트랜스(주)에 위탁했다. 결국 시가 경전철 운영을 다단계식으로 민간위탁한 셈이다. 노동자들은 이 같은 위탁구조가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프레시안>은 용인경전철 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하는 두 편의 기고를 게재한다.
왜 민자사업을 하는가: 검증되지 않는 효율성 신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제공하는 <학술연구정보서비스>는 국내외 학위논문과 학술논문, 그리고 해외 저널들을 제공한다. 이 사이트에서 '민자투자사업'을 주제로 다룬 학위논문 중 다시 '효율성'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총 29건이 검색된다(2022년 5월 8일). 통상의 (정책) 연구보고서에 발주처의 의도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반영될 수밖에 없는 반면, 학위논문은 그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29건의 학위논문 초록을 살펴보니 한국에서 시행되는 민간투자사업 중(논문은 도로 사업을 사례로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민간투자사업의 효율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논문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이를테면 민간투자사업이 활성화된 도로부문에 대한 광범위한 사례분석을 다룬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민자사업 구조는 2가지 기대를 가지고 설계된다. 하나는 민간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기 이익 추구'가 공익적으로는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즉, 공공의 방만한 재정행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것이다; 일본이나 영국 등에선 민간투자사업이 통상 정치인들에 의해 제안되고 주도되지만 한국은 오히려 관료집단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이 다르다)이라는 기대다. 다른 하나는 한정되어 있는 재정으로 사업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민간자본을 활용함으로서 재정의 여력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그런데 이런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2가지 기대가 충족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오히려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민간투자사업일수록 실패에 가까운 사례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이런 특징을 용인경전철에서도 확인한다. 물론 재정사업으로 했을 경우에는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인가, 와 같은 대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재정사업보다 효율성이 낮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계획 단계에서 기대했던 민간투자사업의 효율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당초 수립된 계획에 비해 수요가 낮고 비용이 늘어난 점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방증된다.
비용은 시민이, 권한은 기업이 독점하는 운영구조
특히 용인경전철은 외국계 투자자본이 참여한 사업으로서 갈등 끝에 국제중개기관을 경유했다. 애초 한국교통연구원이 수행한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맺어진 사업협약에 따라 일정 수준 이하의 수익을 보전해줘야 하는 비용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용인경전철 민간투자사업은 캐나다 봄바르디아사가 운영사로 참여한 상태였고, 부실협약의 문제는 국제조정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국내의 교통인프라 사업이 해외 자본투자를 보호하는 투자보호체계 내에서 다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초 민간투자사업은 시민들의 복리를 위해서이지, 투자자의 보호를 위해서 시행된 사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인경전철은 시민들의 부담이나 교통편의성보다는 오히려 투자자본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더 압도적으로 영향력을 가졌다.
이는 한국의 민간투자사업이 행정의 입장에서는 수단이지만 민간의 입장에서는 목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말한 대로 민간기업이 가지고 있는 사익 추구가 자연스럽게 공공의 이익(재정을 절약한다)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2011년 당시 운영사는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중재신청을 했고 7786억 원의 손실 원금과 운행 지연금을 합쳐 8500억 원이 넘는 돈을 배상금 형식으로 지출했다).
진정한 문제는 이 보다 더 심각한데 있다. 그것은 '부담한 자가 결정한다'는 당사자 중심의 의사결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용인경전철 재정지원액은 연간 300억 원에서 400억 원이다(경량전철특별회계 결산서 기준, 운송업체보조금+융자금 등). 이 재원은 시민들의 조세 부담을 통해서 마련된다. 다른 한편으로 용인경전철의 운영수입인 9억 원에서 4억 원은(기업공시를 통해 공개한 2020년 기준 감사보고서 기준) 이용자인 시민이 부담한다. 즉 용인경전철을 이용하는 시민은 조세와 이용 요금으로, 경전철을 이용하지 않는 시민은 조세로 용인경전철을 유지하는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다.
그런데 민간투자사업 구조에서 실질적으로 재정을 부담하는 당사자인 시민들이 운영과정에 참여할 방법은 전혀 없다. 만약 재정사업이었다면 사업통제를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공기업이 하게 되고 이는 당연히 시민들의 직접 참여는 물론이고 선출직 공직자를 통한 간접적 참여 역시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용인경전철은 그저 영업권과 기업정보 보호가 우선인 사기업일 뿐이다.
누가 이익을 보는가라는 질문
정작 시민의 요구에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행정기관은 민간투자사업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 실제로 서울시가 추진한 지하철 9호선의 경우 애초 협상 당사자였던 서울시 공무원이 협상 종료 후 협상 대상이었던 회사의 사장으로 옮겨가고 특혜 협약 논란이 벌어졌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수요예측의 실패로 막대한 부담을 져야 했던 의정부경전철의 경우에도 애초 수요예측을 검증했던 경기개발연구원의 연구원에서부터 해당 사업의 실무를 담당했던 의정부시 공무원까지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당연히 용인경전철 문제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인 국토교통부의 민간투자사업 추진 담당자나 어이가 없는 수요예측을 내놓았던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자 역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투자사업은 적어도 민주주의 행정의 기본원리인 '권한을 행사한 자가 책임을 진다'라는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민간투자사업은 애초 사업에 참여한 기업의 이익을 장기간 보존해주는 수단이 된다. 실제 용인경전철의 경우에는 민간사업자에게 상환해야 할 부채조차 조기에 갚으려면 양해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민간사업자가 기대하는 이자수익 조차 보장된 수익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수의 민간투자사업 협약서를 분석한 결과 행정과 민간기업 간에 '동등한 결격사유'를 바탕으로 협약이 해지되더라도 민간 기업에는 예상했던 협약기간 내의 기대수익 전부 혹은 일부라도 보장해야 하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이것은 민간사업자의 귀책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현행 민간투자법 상 BTO-r 방식). 결국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하는 민간투자자는 거의 모든 위험을 협약 과정에서 헤지(hedge)하고 단기적 재정투자의 부담을 덜어보고자 했던 지방정부는 초기 투자에서부터 장기적인 운영과정에서의 모든 위험을 떠안는다.
용인경전철은 불평등을 통한 이익 추구의 전형
운영과정의 불편함도, 운영비용의 부담도 모두 시민들이 지고 있지만 정작 해당 교통수단에 대한 통제에는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는 사업이 현행 민간투자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민간투자사업은 민주주의적 행정과는 전혀 상관이 없거나 혹은 그것의 원리를 훼손시킨다. 반면 애초 사업을 추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료들은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 애당초 결정을 한 자들은 모두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민간투자사업자의 경우에는 교통서비스의 공공성보다는 사업 수익을 우선한다. 용인경전철 개통 이후 주변의 역세권 집값은 최대 30% 이상 올랐고 그에 따라 전월세 비용도 상승했다. 가구통행실태조사의 원자료를 통해서 분석한 소득수준별 교통수단 선택 현황을 보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서 지하철이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 비중이 높은 것을 고려할 때 교통요금을 통한 비용의 분담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나쁜 계층에게 전가될 개연성이 크다. 이것이 경전철의 외부적 환경에서 나타나는 불평등 구조라면, 경전철 운영 구조에서 발생하는 불평등 구조 역시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민간사업구조의 이윤구조는 낮은 노동비용에 의한 것이지 기술상의 혁신에 의한 것이 아니다. 도시철도 기술은 안전과 호환성 검증의 문제로 표준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구조화된 운행규칙을 바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경영상의 별다른 노하우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결국 민자사업이 가지고 있는 비용 상의 장점은 곧 노동력의 가치를 평가 절하 함으로서 가능해진다. 이것을 이해하기 쉽게 현재의 행정구조와 결합해서 보면 다음과 같다. 현행 성과주의예산체계에서는 하나의 정책사업을 하나의 실과가 담당하도록 함으로서 해당업무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분명히 하는 목적을 가진다. 그런데 구태여 이렇게 하지 않고 기존의 정책사업을 좀 더 융합하고 통합해서 하나의 부서에 1.5에서 2배 정도의 정책사업을 새롭게 배치할 수도 있다. 그러면 적어도 그에 맞게 인력을 줄일 수 있고 다른 신규 업무에 재배치가 가능하다. 업무의 하중이 문제가 되면, 단기 아르바이트나 자동화를 해서 보완하면 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구조가 민자사업의 직무구조에서는 ‘융복합 직무’라는 형태로 버젓이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재정사업의 지하철 운영구조와 비교할 때 민자사업 형태의 지하철 운영구조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이다. 즉 용인경전철로 대표되는 민자 경전철은 이중의 불평등을 통해 민간사업자와 토지 등 소유자들이 지대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용인경전철의 공영화 문제는 단순히 비용상의 효율성 문제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공공서비스가 어떻게 생산되어야 하고 그것을 생산하는 공공영역의 구조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용인경전철의 공영화는 교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의 생산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부담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시민들이 교통서비스의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치 비용합리성으로만 접근할 때 의회도 필요 없고 시민참여도 필요 없고 독재가 가장 비용이 덜 든다는 관점이 아니라면 민주주의의 문제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지속가능성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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