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이틀째에도 청문위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한 후보자는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며,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몰랐다"거나 "위법은 아니"라는 취지로 항변했다.
한 후보자는 자신이 고문으로 활동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일본의 전범 기업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가해 기업을 대리한 데 대해 비판이 잇따르자,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느냐"며 따지듯 반문하기도 했다.
"김앤장, 日 전범 기업-가습기 사건 가해 기업 대리 사실 몰랐다"
청문위원인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에게 "후보자가 몸 담았던 김앤장이 전범 기업을 대리하고 가습기 외국 기업을 대리하고 폭스바겐 불법 배기가스 조작이나 BMW 화재 사건을 대리한 사실을 모르셨느냐"고 물었다.
한 후보자는 "몰랐다"고 답했고, 이에 이 의원이 "온 국민이 비탄과 충격에 쌓이게 만든 사건인데, 알고 있어도 문제, 몰랐다면 더 큰 문제인데, 몰랐단 부분에 대해 당당한가"라고 다시금 물었다.
그러자 한 후보자는 "그런 논리로 따지면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에 6조원을 ISDS(국제투자분쟁)를 통해 내놓으라고 하는 소송에서 미국의 변호사 요청을 받아 우리나라의 모 로펌에서 아마 도와준 적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럼 한국의 그 로펌은 정말 비난받고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누군가 그런 기능을 하는 사람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것은 마치 삼성 직원이 삼성에서 갤럭시 핸드폰을 만드는지 모른다는 주장과 비슷하다"면서 "정말 그렇다면(몰랐다면) 총리 자격, 공직 후보자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을 비롯해 여러 의원이 같은 취지로 지적하자, 국민의힘 소속 청문위원들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를 공격하며 한 후보자 비호에 나섰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참 답답하다"면서 "그렇다면, 사귀던 여성이 만나주지 않는다고 모녀를 살해한 범인을 심신미약으로 변호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됐는데, 그땐 문제 삼았냐"면서 "앞뒤가 다르고 기준이 달라도 되겠냐"고 했다.
한 후보자는 민주당이 줄곧 문제 삼고 있는 '회전문 인사'에 대해 법적 위반만 없다면 공적 영역과 민간 영역을 넘나들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전날 공직과 김앤장 등을 오간 이력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에 "퇴임 5년 뒤에 가서 별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한 바 있다.
이에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왜 바로 (민간 기업에) 못 가게 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입법자들의 노력이고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나처럼 공직에서 퇴임하면 로펌에 갔다가 다시 고위공직자로 들어와 일해라'라고 자신 있게 권할 수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한 후보자는 "입법부가 정한 규제 내에서 자기가 가진 것을 활용하겠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고액 피트니스 회원권 논란 "나 혼자 문제면 안 쓰겠는데..."
한 후보자는 무역협회장 재임 당시부터 1억 원 상당의 호텔 피트니스 클럽 부부 이용권을 제공받은 데 대해서도 "모든 전임 협회장에게 주는 것"이라면서 문제 소지가 없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2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3년간 협회장으로 재임했으며, 재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1억 원 상당의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피트니스 클럽에 대한 부부 이용권을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해당 이용권을 재산 신고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자, 한 후보자는 "회원권이 아니고, 모든 전임 (무역협회)장에게 주는 건강유지권"이라면서 "처분권이 없어서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다. 문제가 없다고 해서 재산신고를 안 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지난 10년간 누려왔고 앞으로 평생 누릴 수 있다. 파르나스 지분의 30%는 무역협회가 갖고 있지만, 나머지 70%는 GS가 갖고 있다. 퇴직 이후 GS로부터 매년 800만 원 이상의 재산을 받는다면 남들은 어떻게 바라보겠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 후보자는 "그런 계산에 대해서 저는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에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과거엔 그랬지만 앞으로 반납하겠다고 하면 다 납득할 것 같은데 왜 그런 답변은 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저 혼자만의 문제 같으면 안 하겠다. 그러나 기존 무역협회장에게 다 주어지는 건데 그걸 제가 던져버리면 그럼 다른 분들은 뇌물을 받는다고 오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김인철 낙마, 정호영 논란에 "검증 현실적 한계...국민에게 송구"
한 후보자는 이날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논란과 관련해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솔직하게 말해서 사람을 선정하는 분들이 그 검증에 세세한 부분까지 다 알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어느 부처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장관 후보가 중요한가 하는 거를 우선 우리가 대개 정하고, 그 다음에 그런 일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를 찾고 자체 검증에 들어간다"면서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나 언론의 검증을 통해서 드러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또 그것이 언론과 인사청문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장관 후보자 논란에 대한 입장 표명 요구가 재차 반복되자, 그는 "상세한 검증에는 사실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그 점에선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며 "앞으로 의원들의 총리가 되면 책임총리로서 확고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 거취와 관련해선 "오늘 인사청문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인사청문이 끝나면 그 결과와 종합적인 상황을 검토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검토하는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문제에 대해선 "국민께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설명·소통하는 부분에서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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