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자에게 검찰의 낡은 캐비닛을 뒤질 것이 아니라 고개를 들고 세상을 보시라 제안한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죽도록 일하다 과로로, 산업재해로 쓰러져가는 노동자들이 보일 것이다."
1일 제132주년 노동절을 맞아 서울을 포함해 전국 16개 지역에서 '2022년 세계 노동절 대회'가 열렸다. 지난달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열린 첫 대규모 집회다. 노동절은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12시 30분경부터 민주노총 소속 공공운수노조와 건설노조, 민주일반노조, 서비스노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으로 나뉘어 서울 도심 일대에서 사전대회와 행진을 벌였다.
이후 이들은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모여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 없는 노동 기본권과 고용불안 없는 질 좋은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숭례문에서 시청 방면 차로에서 진행된 이번 서울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여 명을 포함해 전국 7만5000여 명이 참석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다가오는 5년은 윤석열 시대가 아니라 노동의 시대"라며 "청년들은 구직을 단념하고, 코로나로 산업전환으로 쫓겨난 노동자들은 또다시 거리에 섰다. 정부가 모범사용자로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선언문에서 '안전한 일터, 공공기관·돌봄·사회서비스 등 부문 공공성 강화, 공적연금 강화' 등을 요구했다.
양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출범도 하기 전 민주노총 탄압을 노골화하고 있다"며 "40여 명의 간부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있으며, 총연맹 임원과 간부 2명에게는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노총을 찾아 친구를 자처한 당선자가 120만 민주노총 조합원을 적으로 삼고 싶다면 우리는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처참하고 열악한 이땅 노동자들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양 위원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공공과 민간부문을, 청년과 기성세대를, 남성과 여성을,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갈라치려는 저들에 맞서 우리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구호를 들고 힘차게 투쟁하자"며 "내가 남성이면 여성을 위해 싸우자. 내가 정규직이면 비정규직을 위해 노력하자. 내가 큰 회사에 다니면 작은사업장을 위해 외치자. 내가 비장애인이면 장애인을 위해 나서자. 우리가 가진 노동조합의 힘으로 모든 노동자들을 위해 투쟁하자"고 결의했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 박경석 대표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공동대표도 연대사를 발표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도 노동할 기회를 보장받고 싶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며 "연대는 혐오보다 강하다는 것을 132주년 노동절에서 확인하고, 함께 싸워줄 것을 호소드린다"고 외쳤다. 장 대표는 "국회 앞에서 21일째 평등하자고 단식투쟁하고 있다. 사회에 만연한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연대가 더욱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소속 방송작가유니온 유지향 사무국장은 현장 발언을 통해 "그동안 저에게 노동절은 정규직은 쉬고, 작가들은 일하는 날이었다"며 "지난해 지상파 3사 근로감독 결과 방송작가들은 근로자성을 인정받았지만, 정규직 전환은커녕 행정직 제안 혹은 해고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프리랜서도 노동자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노동권을 보호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엎어 반노동 정책, 멈춰 불평등체제', '더이상 죽이지 마라, 중대재해법 무력화시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호응했다. 민주여성노조는 성별 임금 차별 철폐를, 사무금융연맹은 플랫폼·특수고용·초단시간·1년 미만 노동자들의 퇴직금 지급 보장을 요구했다. 이주노조평등연대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자유 보장이 필요하다고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노동시간 유연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무력화' 등을 규탄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차기 정부에 대화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 대회 행사 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까지 행진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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