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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스공사 "자해 하지마"... '청렴 설문조사 조작'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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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스공사 "자해 하지마"... '청렴 설문조사 조작' 정황

노조 "청렴·윤리 설문 조작 지시... 행위자 파면조치하라"

매년 이맘 때면 전국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실시된다. 경영평가 실적은 기관장 평가와 임직원 성과급과 연동되기 때문에 공공기관은 경영실적을 잘 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경영평가 실적에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공공기관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청렴체감도 설문도 포함된다.

그런데 <프레시안> 취재 결과 한국가스공사가 직원들에게 외부 설문조사에 대해 내부 문제의 은폐를 종용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직원 간담회에서 '자기 조직에 해코지하는게 제정신이냐'는 압박성 발언도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가스공사, 설문조사 관련 직원들에 "자해 행위하지 마"

올해 1월부터 2월 말까지 가스공사 A 본부장은 현장실무 직원들과 애로사항 청취 등 사업장을 다니며 일문일답 간담회를 진행했다.

<프레시안>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현장 간담회에서 A본부장은 윤리경영 등 회사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할 때 직원들을 향해 소속회사에 해(害)가 되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발언했다.

A 본부장은 "제발 윤리경영 뭐 이런 거 회사를 상대로 설문 조사할 때, 자해 행위하지 마세요. 100점 줘도 돼요. 우리 충분히 깨끗하고 맑은 회사에 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 직원들의 설문조사 응답 때문에 경영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것처럼 "이번에 윤리경영(평가) 할 때 우리가 또 C 등급을 받았어요. 인사부 담당자가 향응을 제공받고 인사이동을 시켜줬다나? 차라리 실명으로 얘기하지... 윤리 경영 설문이 들어오는데 그런 걸 답변으로 가스공사 조직원이 쓸 수 있어요?"라며 압박을 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설문 작성자를 알고 있다는 뉘앙스도 보였다. "누가 썼는지 느낌이 안 오겠어요. 아무리 사장한테 해코지한다고 자기 조직에 점수가 해코지되게 하는 그런 사람들이 제정신이 똑바로 박혀있냐"고 말했다.

A 본부장이 언급한 설문은 권익위에서 실시한 내부청렴도 청렴도 측정으로 평가 결과는 기획재정부에서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 반영되는데, 이때 받은 등급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 액수가 정해진다.

2021년 수행된 경영평가 결과 가스공사는 신도시 땅 투기로 물의를 빚은 LH와 동일한 D등급을 받아 경영평가 성과급이 미지급됐다.

노조 "조작·선동으로 경영평가 점수 획득 안돼"...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이하 노조)는 윤리청렴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해당 A본부장에 대한 징계를 공사 측에 요청했다.

노조 성명서에 따르면 "인사검증도 없이 승진시킨 사장의 측근들이 경영평가 결과 D라는 불명예를 안겨주었다"며 "A 본부장이 간담회에서 청렴·윤리 설문 조작을 지시하고, 근거 없는 정보로 특정인과 특정 그룹을 비방하는 것만 봐도 경영진의 윤리경영 수준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전 직원에게 전가하고 있느니 적폐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려된다"며, "사장은 자신만의 치적을 더하기 위해 임기 말에도 해외로만 나돌고 있다. 경영인은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임직원행동강령 위반 등 행위자를 즉각 직무 정지 후 파면 조치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는 "설문 등에 기재한 비공식 내용을 공식석상에서 발설하고, 노조가 주도하여 설문을 망친 것처럼 호도하는 행태는 용서할 수 없다"며 "일부 경영진이 임기를 보장받고,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불법 수단까지 동원해가며 가스공사를 망치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진실 일부를 공개한다"라며 간담회 녹취록 일부를 직원들에게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감사원 관계자는 "노조의 신고가 있어 사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가스공사 A 본부장, "고의로 회사 경영을 망가뜨리기" 주장

A 본부장은 이런 논란에 대해 가스공사의 형편을 설명한 것이며, 공공기관 경영평가기간에 발생한 문제 제기에 대해 오히려 의문을 제기했다.

<프레시안> 기자와 통화에서 A 본부장은 "녹취파일의 목소리는 제 목소리가 맞다. 하지만 결단코 경영평가 조작 지시는 아니다. 어불성설이다"고 부정했다.

이어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는데 "인사권은 경영진의 고유 권한인데, 이때까지 노조가 직원 고충을 핑계 대면서 인사권을 많이 행사해왔다. 그 부당함에 대해서 서로 다툼이 있는 와중에 설문조사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권익위로부터 받은 설문조사 결과 공문에 공사는 인사 관련자가 업무와 관련 금품 등을 제공받았다며 윤리경영 점수가 C로 강등됐다"라며, "인사 관련 금품청탁에 대해 조사를 했다. 한 달 가까이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수소문해봤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거는 누가 고의로 쓴 거다. 회사의 경영을 망가뜨리기 위해서 그런 차원인 거다"며 간담회 발언의 배경을 설명했고, 노조의 문제제기 시점이 공사 경영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꼬집었다.

연이은 공공기관의 '설문' 조작 논란, 경영진 자리보전·임직원 성과급에 영향...

지난 2020년 코레일은 고객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면서 직원 208명이 고객인 척 설문조사에 참여해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코레일 손병석 사장은 기관장 경고 조치를 받았고, 직원들도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결국 손 사장은 성과 부진 등에 대해 책임을 지고 2021년 7월 중도 사퇴했다.

또한 마사회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최고 등급을 받은 4년 동안 250억 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았다. 한 마사회 직원은 이 기간 동안 모두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마사회는 자체감사에서 '문제 없다'고 결론지었다. 오히려 마사회는 제보자를 문서 유출 혐의로 직위 해제했다.

이후 시민단체가 고객만족도 조작을 비롯한 마사회 관련 여러 의혹에 대해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마사회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고객만족도 조사에 가족·지인 등을 동원해 조작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영실적은 기관장 평가와 임직원 성과급과 연동되기 때문에 공공기관은 경영실적을 잘 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한편 기획재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2021년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결과 코레일·마사회는 '미흡' 판정을 받았다. 기재부는 미흡기관에 대해서는 대국민 서비스 개선 계획 수립을 요구하기로 했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보통' 판정을 받았다.

▲2021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내부청렴도 설문지 ⓒ 국민권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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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

대구경북취재본부 권용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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